최근 만 18세에게도 선거권을 부여하자는 주장이 정치판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현 우리나라의 선거권 연령은 만19세로, OECD 34개 국가들 가운데 유일하게 만 18세가 선거권을 갖고 있지 않다. 또한 전국 232개국 중 215개국, 즉 92.7% 정도가 만 18세에게 선거권을 부여하고 있다고 한다. 이에 세계적 추세에 맞게 선거권 연령을 하향해야 한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하지만 정치적 이념에 따른 분단국가인 우리나라가 세계적 추세에 따라 섣불리 선거권을 하향하는 것은 아전인수에 불과할 수 있다. 과연 우리나라는 선거권을 하향해야 하는가?
찬반을 나누기에 앞서, 우리나라 또한 만 18세에게 선거권을 부여한 적이 있다. 1940년 시행된 ‘대한민국 임시 약헌’에는 선거 연령이 만 18세 이상으로 명시되어 있다.
이에 대한민국 임시정부 때의 선거 연령보다 높은 만 19세부터 선거권을 부여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퇴화라는 주장이 일 수 있지만 여러 논점을 살펴보면 민주주의의 퇴화라는 이유로 선거권 하향을 쉽게 결정할 수만은 없다.
우선 선거권 연령 하향 찬성 측의 첫 번째 논점은 청소년의 정치 참여의식과 시민의식이 고양되었다는 것이다.
청년들 스스로도 정치 및 선거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2014년 12월에 본격적으로 「청년선거 네트워크」를 설립하였다. 2016년 9월 현재 전국 39개 지역별로 소그룹이 형성되어 Facebook 및 홈페이지를 통해 활동을 널리 홍보하고 있으며 지역별 주요 활동을 보면, 초·중·고등학교에 출장 수업, 성인식에서의 모의 선거 실시, 선거 카페 설치, 정기적인 스터디, 지역 및 대학 축제 참여를 통한 인식개선 사업 등을 실시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보면 청소년들이 정치에 관심이 많고 참여하려는 의지가 강한 것을 알 수 있다.
?두 번째 논점은 고령화에 따라 선거권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통계청의 자료에 따르면 2000년 전체 인구 중 20대는 17%, 65세 이상은 7%에 불과하였지만 2010년 통계를 보면 20대는 13%, 65세 이상은 16%로 한국의 고령화가 점점 심화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정책 결정 과정에서의 의사 반영이 한국의 미래를 책임질 청년층이 아닌 노년층에게 집중되는 것을 보여주고 이에 따라 청소년층으로의 선거권 확대가 필요해짐을 의미한다.
세 번째 논점은 청소년은 충분한 지적 능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 청소년 정책 연구원에서 발표한 <청소년 가치관 비교 조사>에 따르면, 청소년들의 ‘사회적 이슈나 쟁점, 정치 문제에 대한 관심도’는 100점 만점에 57.7점인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사회적 이슈나 쟁점, 정치 문제에 대한 의견 표출 의사’를 가진 청소년의 비율도 2007년 46.2%에서 2010년 54.6%로 증가했다. 이러한 예시는 현재 우리 사회 청소년들에게 정치적 권리를 행사할 판단 능력과 욕구가 충분히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회에서는 선거연령을 18세로 인하하자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7건이나 발의된 상태이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또한 2016년 8월 유권자의 참여를 대하기 위해 선거권자의 연령을 현행 19세 이상에서 18세 이상으로 하향 조정하는 내용의 ‘정치관계법’개정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정치적 의사 표현은 투표를 통해 최종 결과가 나타나고, 선거는 대의민주제 내에서 국민이 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방법이기 때문에 선거권을 확대하는 것은 정치적 기본권의 보장이라는 측면에서 중요하다. 찬성 측은 이런 이유로 선거권 연령을 하향에 찬성하는 입장을 표명한다. 하지만 반대 측도 여러 논점이 있긴 마찬가지이다.
첫 번째 논점은 현 선거권 연령은 헌법에 따라 제한한 것이라는 점이다.
헌법 제37호 2항에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 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처럼 국민의 기본 권리는 헌법정신에 의해 최대한 보장되어야 하나, 국정 농단을 더불어 여야 간의 정치 과열의 상황을 고려하여 제한되어야 한다.
두 번째 논점은 재정적 부담이 증대된다는 것이다.
2012년 10월 24일 행정안전부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012년 대선에서 만 19세 이상 유권자 약 4052만 명의 투ㆍ개표 등에 들어가는 예산은 총 2363억 원이다. 산술적으로 따지면 국내 유권자 1명이 투표하는 데에 5830원이 드는 것이다. 만 18세인 약 64만 명을 토대로 대략적인 계산을 해보면 37억 원의 재정적 부담을 안겨준다.
세 번째 논점은 청소년의 정치적 관심과 이에 대한 노력은 일시적이며 일부 청소년에게 한정되어있다는 것이다.
2016년 10월부터 시작된 촛불 집회에 여러 명의 고등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전국의 모든 청소년이 그만큼의 정치적 사고를 다 갖추고 있지는 않다. 능동적이고 성숙한 사고를 할 수 있는 청소년은 일부에 불과하며 이조차 정치적 사건으로 인한 일시적 현상일 것을 배제할 수는 없다.
2013년 헌법재판소는 대한민국의 만 18세는 현 민법상 ‘독자적으로 유효한 법률행위를 할 수 없는 자’로, 행위 능력자로 분류되고 청소년은 정치적, 사회적 시각을 형성하는 과정에 있으며 현실적으로 부모나 교사 등 보호자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하였다. 이를 토대로 만 18세는 물질적, 정신적 측면에서도 보호자로부터 자유롭지 못해 자기 정체성이 확립되지 못한 상태라며 현 공직선거법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반대 측은 이런 이유로 선거권 연령 하향에 반대하는 입장을 표명한다.
선거권 연령 하향에 대해 여러 가지 주장을 하며 치열한 토론이 이뤄지곤 한다. 여러 논점을 살펴보면 선거권 연령 하향은 쉽게 결정지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아르헨티나는 2012년 선거권 연령을 18세에서 16세로 하향하였다고 한다. 선거권 연령은 이런 다른 나라의 결정을 따라야 하는 것이 아니라 각 나라의 교육, 정책 등 특수한 실정에 맞추어야 하는데 보수 정당에서 진보 정당으로 정권이 바뀐 현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적정 선거권 연령 논란에 대해 어떤 입장을 내보일지 기대된다.
[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정치부=5기 이지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