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충제 달걀 사건으로 알아보는 살충제 이야기
지금으로부터 1주일 전(08.08), 유럽에서부터 시작된 살충제 달걀 사건은 유럽 지구 및 유럽 달걀 수입국에게 달걀 비상 공포를 안겨주어 이슈가 되고 있다. 그런데 8월 14일 우리나라 경기도 한 농가의 달걀에서 유럽과 같은 종류의 살충제가 검출되었다는 사실은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이번 이슈를 중심으로, 살충제 달걀이 문제가 되는 이유와 더불어 그 대처법, 더 나아가 살충제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살펴보도록 하자.
◈ 살충제 달걀, 그 전말은 무엇인가.
2017년 8월 8일, 벨기에 당국에서 일부 달걀에 살충제 피프로닐 성분이 검출되었다고 처음으로 발표했다. 이후 네덜란드에서도 피프로닐 성분이 검출된 달걀이 발견되었다. 이 사건은 유럽 전역을 달걀 비상 공포에 몰아넣었으며 수십만 마리의 닭이 살처분되는 결과를 낳았다. 피프로닐이란 벼룩이나 진드기 등의 해충을 없앨 때 쓰는 맹독성 화학물질이다. 피프로닐은 인간이 직접 섭취하는 동물에는 사용이 금지되는데, 이는 세계 보건 기구에 의하면 인간이 섭취할 시 구토와 어지럼증 증상을 보이게 되고 장기간 복용 시에는 간, 갑상샘, 신장의 파멸을 야기하기 때문이다. EU에서는 이런 위험한 살충제 성분이 달걀에서 검출된 이유 중 하나로 네덜란드 양계업체가 닭에 기생하는 붉은 닭 진드기를 없애기 위해 피프로닐 성분이 포함된 벨기에산 살충제를 1년 넘게 사용했다는 사실을 뽑았다.
우리나라 또한 유럽 달걀 수입에 대해 안전지대는 아니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여름까지 우리나라를 강타한 경남 고성 조류인플루엔자(AI) 사태로 인해 우리나라는 올 상반기에 스페인산 달걀 100 만 개를 수입했었다. 유럽 살충제 달걀 사건이 터지고 정부 및 유통업자 측에서는 다행히도 스페인산 달걀에서는 살충제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2017년 8월 14일 경기도 한 양계업체에서 유럽과 같은 살충제 성분이 유통 달걀에서 검출되었다. 이에 경기도에서는 빠르게 살충제를 사용한 것으로 밝혀진 남양주와 광주시 산란계 농장에서 생산한 달걀 20만 4천 개를 회수해 폐기 조치하고 양주 농가에서 생산한 달걀 11만 5천 200개도 16일 중 폐기 처분한다고 밝혔다. 더불어 남양주와 광주 농가가 중간 유통상인을 통해 출하한 12만 9천 개를 모두 회수했으며 대형마트나 제과업체에 공급된 것은 없는 것으로 확인시켰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유럽과 같은 살충제 성분의 달걀이 발견되었다는 것은 국민들에게 큰 충격과 달걀 공포를 안겨주었다. 문재인 정부 측에서는 이번 주를 기점으로 평상시 달걀 판매량의 25%를 회복하겠다고 발표했으며 이는 유통 가능한 달걀과 유통 불가능한 달걀을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구별하겠다는 내용으로 바꿔 말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EU 집행위원회는 오는 9월 26일 살충제 달걀 사태를 논의할 고위급 회담을 열 예정이다.
◈ 가장 시급한 건 2차 가공식품
[이미지 촬영=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5기 최수혜]
[이미지 촬영=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5기 최수혜]
국립농업과학원에 의하면 이번 달걀 사태의 주범인 피프로닐의 융점은 섭씨 203도이다. 이는 피프로닐은 끓이거나, 삶거나, 튀기는 제조 과정을 거친다 해도 그 성분이 여전히 남아 있음을 의미한다. 이렇게 되면 이번 살충제 달걀 사건은 단순히 달걀과 닭고기 유통 통제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달걀과 닭고기가 포함된 2차 가공식품 유통 통제 문제까지 확장됨을 의미한다.
국민들의 가장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2차 가공식품은 치킨이다. 농장 측에 따르면 치킨이나 닭고기를 위해 사육되는 육계는 30일 정도만 키운 뒤 출하된다. 때문에 살충제를 뿌릴 일이 없다. 또 닭고기의 경우 상품으로 나오게 될 시 검토와 소독이 추가로 들어간다. 이는 시중에 유통되는 닭고기는 안심하고 먹어도 됨을 의미하지만, 피프로닐 성분은 가공시킨다고 증발되거나 사라지지 않기 때문에 여전히 수많은 달걀 2차 가공식품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
◈ 피프로닐, 어디까지 안전한가?
피프로닐의 화학 구조식
[이미지 제공=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농약정보서비스]
네덜란드 식품안정청(NVWA)은 "피프로닐을 복용할 경우 메스꺼움, 구토, 복통, 어지럼증, 간질 발작을 일으킬 수 있지만, 이 같은 증상은 원상회복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식품 독성의 강도를 무독성(practically non-toxic), 저독성(slightly toxic), 보통 독성(moderately toxic), 고독성(very toxic), 극독성(extremely toxic), 맹독성(super-toxic)으로 구분했을 때, WHO는 피프로닐의 인체 유해 정도를 “대량으로 섭취했을 때 ‘보통 독성(moderately toxic)’"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WHO는 "피프로닐을 대량으로 섭취했을 경우 신장과 간, 갑상샘 기능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핵심은 피프로닐은 인체에 해로운 유독성 화학 물질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살충제 달걀에서 어디까지 안전한 걸까. 살충제 달걀 한두 개를 실수로 섭취한 것은 괜찮은 걸까.
국립농원과학원은 피프로닐의 하루 섭취 허용치를 1kg당 0.02mg으로 정하고 있으며 접촉 허용치는 1kg당 0.035mg으로 정하고 있다. 이는 일반 성인이 피프로닐 성분이 검출된 달걀 1-2개 섭취하는 것은 크게 위독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여기서 섭취한다는 것은 매일이 아니라 1주일에 1-2번 정도를 의미한다. 하지만 이 기준은 어린아이들에게는 더 엄격하게 적용된다. 즉, 어린아이들에게는 성인에 비해 피프로닐이 더 강하게 적용된다.
◈ 살충제 달걀의 구별 방법
달걀 껍데기에는 생산지 시·도를 구분할 수 있는 숫자와 생산자를 구분할 수 있는 문자 또는 기호가 표시돼 있어 ‘살충제 달걀’을 구별할 수 있다. 먼저 시·도별 부호는 서울특별시 ‘01’, 부산광역시 ‘02’, 대구광역시 ‘03’, 인천광역시 ‘04’, 광주광역시 ‘05’, 대전광역시 ‘06’, 울산광역시 ‘07’, 경기도 ‘08’, 강원도 ‘09’, 충청북도 ‘10’, 충청남도 ‘11’, 전라북도 ‘12’, 전라남도 ‘13’, 경상북도 ‘14’, 경상남도 ‘15’, 제주특별자치도 ‘16’, 세종특별자치시 ‘17’로 기재한다. 이번 살충제 달걀이 검출된 지역이 경기도이므로 구매자들은 껍데기에 '08'번호가 기재된 달걀을 피해야 한다. 또한 영문이나 한글 표기는 생산자 또는 농장의 이름을 의미한다.
[이미지 촬영=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5기 최수혜]
예를 들어, 다음 계란은 08=경기도, 도란도란 농가에서 생산된 달걀이다. 경기도 지역에서 유통되었으므로 되도록 섭취는 피하는 것이 좋다.
이번 ‘살충제 달걀’은 ‘08’로 표기된 달걀 중 경기 남양주의 ‘마리 농장’에서 생산된 ‘08마리’, 경기 광주의 ‘우리농장’에서 생산된 ‘08LSH’다. 따라서 구매자들은 껍데기에 08LSH가 기재된 달걀을 반드시 피해야 한다.
◈ 살충제로 인해 피폐해진 미래에 대한 예언, 레이첼 카슨, <<침묵의 봄>>
필자는 이번 사태를 접하고,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이라는 책을 떠올렸다. '침묵의 봄'은 당시 환경학자 레이첼 카슨이 1962년(지금으로부터 약 50년 전)에 쓴 책으로서, '침묵의 봄'이라는 제목은 무분별한 살충제의 사용으로 인해 생태계가 파괴되고 새가 멸종하여 더 이상 숲속의 새소리를 들을 수 없게 될 것임을 의미한다. 50년 전, 살충제가 막 활발하게 사용되던 당시에 출판된 책 치고는 상상이 너무 과하다는 생각이 든다. 허나, 현재 살충제 달걀 사건은 책 제목대로 인간은 닭을 사육하기 위해 본 용도와 맞지 않는 살충제 사용을 감행하였고 그 피해를 고스란히 우리가 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필자는 현재 살충제가 검출된 식품은 달걀밖에 나오지 않았지만, 앞으로 이런 사례는 충분히 더 나타날 수 있음을 우려하며 결국 이 살충제가 계속 인류의 몸에 쌓이게 될 시 정말 책 내용대로 많은 생물 종이 멸망하게 되며 인류 또한 그 피해를 직접적으로 입게 될 수 있음을 걱정한다. 필자는 이번 살충제 달걀 사건은 단순히 살충제 달걀 및 그에 따른 2차 가공식품 유통 통제로 그쳐서 될 문제가 아님을 강조한다. 이번 사태는 살충제를 비롯한 화학약품의 무분별한 사용으로 인한 피폐해질 미래에 대한 경고라고 생각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독자들 모두 화학약품의 무분별한 사용에 대한 경계심을 가지며 후대를 위해 환경 문제에 더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
[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IT·과학부=5기 최수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