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가 발표한 '65세 이상 인구 천 명당 입원 진료병상수(장기요양)'에서 2009년부터 부동의 1위를 지켜오며 2014년 기준 33.5병상으로 OECD 국가들의 평균인 4.4병상보다 약 7.6배나 높은 수치를 나타내는 나라가 있다. 이 나라는 GDP의 약 6%(약 94조원)정도의 자국 내 탄탄한 의료서비스산업 규모 자랑하고 있다. 그렇다. 이 나라의 이름은 대한민국이다. 적은 비용으로 최고 품질의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대한민국의 의료복지서비스 제도는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단연 최고 수준임을 보여준다.
이런 모습 때문일까, 1일부터 시행된 2차 상대가치 개편 적용은 의료복지 1등 국가가 늘 추구해오던 의료서비스의 방향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먼저, 상대가치란 의료행위의 가치를 요양급여에 소요되는 업무량, 자원의 양과 요양급여의 위험도를 고려해 산정한 요양급여의 가치로 상대가치를 각 항목 간에 상대적 점수로 나타낸 상대가치점수가 높을수록 의료 수가(환자가 의료기관에 내는 본인부담금과 건강보험공단에서 의료기관에 지급하는 급여비의 합계)도 높게 책정된다. 지난 상대가치는 2008년에 처음 개편된 내용으로 인적 자원 비중이 높은 수술, 처치 등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저평가 되어있고, 고가 장비 등의 투입 비중이 높은 검체와 영상 분야의 가치는 상대적으로 고평가 되어있다는 점과 이에 따른 상대가치 불균형으로 중증 수술 등 필수 서비스의 공급 및 전문 인력 확충에 대한 어려움, 고가 장비의 과다 유입으로 인한 건강보험제도의 효율성 저해가 우려되는 점 등이 지적되어 왔다. 그리하여 이번 2차 상대가치 개편의 핵심은 수술, 처치, 기능검사, 검체검사, 영상검사 등 5개 의료행위 유형 간 상대가치의 균형성 확보를 위해 보상 수준이 높은 검체검사와 영상검사 분야의 상대가치점수를 낮추고 수술, 처치, 기능검사 분야의 상대가치점수를 상향 조정한다는 것이다.
주요 변경 내용으로는 2017년 7월 1일부터 전체 검체검사 상대가치 총량(검사항목별 상대가치 x 총 건수)의 25%가 인하되며 그 후로는 2020년까지 매년 1월 1일에 각각 25%씩 추가 인하가 이루어진다. 여기서 문제는 검체검사 내부적으로 일상검사항목은 20~40% 인하되는 반면 특수검사는 30~60% 인상된다는 점에서 나타난다. 이 말은 자체 검사실을 확보하고 있는 병의원급의 경우 개정 과정에서 다빈도 기본검사 항목의 수가 삭감 폭이 커 큰 손실을 불러일으키는 반면 대형 병원들은 특수검사 항목의 수가 인상으로 손실 폭이 상대적으로 적어진다는 뜻이다. 이렇게 되면 일상검사를 주로 실시하는 일차 의료 기관의 검사실 수익이 2020년도에 2017년 1월 대비 20~40% 감소할 것으로 보여진다. 이는 일상검사를 담당하는 임상병리사들과 깊게 연관되어있는데, 의원급 병원들은 검사실 운영난으로 인해 5,000명 정도의 임상병리사가 당장 실직 위기에 놓이게 되었고 일상검사를 축소하거나 임상병리사의 업무를 간호조무사에게로 이관시킬 경우 궁극적으로 국가 의료체계의 기형화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실제로 취재 당시 인터뷰에 응한 'ㅅ'요양병원의 임상병리사는 "주위의 대부분의 임상병리사들이 현재 원장 혹은 기관장으로부터 상대가치 하락으로 인한 대책(저가 장비로의 교체, 저품질 시약으로의 전환 등)을 요구받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환자들이 불안감을 안은 채 의료복지서비스를 제공받아야 할 위기에 처했음이 드러났다.
이에 대한임상병리사협회는 2차 상대가치 개정 전면 재검토를 주장하며 범국민 서명운동을 실시하는 등 거세게 반발하였고 대한의사협회, 대한개원의협의회 등도 비난의 목소리를 내면서 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지난 11일부터 3차 상대가치 개편에 착수했다. 지난 2차 개편 과정에서 문제가 제기된 기존 가산제도의 타당성을 검토하고, 회계조사의 표본규모와 조사 범위 또한 재설정하며 3차 개편은 종별 기능 확립 및 기본진료비 개편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 예고된 가운데 의학 분야가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는 만큼 외국의 사례처럼 의사들이 직접 상대가치 개편을 추진하고 정부는 이를 수용하는 방법으로 개편을 진행시킴으로써 전문 지식을 활용한 이해관계 형성을 통해 이와 같은 혼란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방안도 고려해봐야 할 것이다.
[이미지 촬영=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4기 이우철기자]
과거 몽골 제국을 호령했던 칭기즈칸은 "행동의 가치는 그 행동을 끝까지 이루는 데 있다"라는 말을 남겼다. 일자리 창출, 높은 질적인 의료서비스를 약속한 새 정부가 당장의 심각한 위기에 직면한 지금,행동으로 실천하여 의료복지서비스 1등 국가라는 명성에 걸맞은 품격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정치부=4기 이우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