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 없이 과세 없다." (No taxation without representation.) 이 슬로건은 미국 독립 전쟁 당시에 사용된 것으로 미국이 영국의 식민지 시절 가지고 있었던 비애를 가장 적나라하게 표현하였다고 평가받는다. 당시 영국은 7년 전쟁이 남긴 막대한 빚을 충당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였다. 영국은 이 같은 문제를 비교적 쉽게 해결하고자 당시 식민지였지만 의원을 가지고 있지 않은 미국에 설탕법이나 인지세법 등을 통과시켜 세원을 확보하고자 하였다. 하지만, 미국은 이에 불복하였고 보스턴 차사건을 계기로 미국 독립 전쟁이 발발하게 된다. 식민지인들을 무시하고 깔보았던 영국이 제대로 곤욕을 치르게 된 사건이었다.
대한민국 교육 그리고 청소년 관련 문제들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올해 크게 대두되었던 교육 및 청소년 관련 문제는 만 18세 투표권과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걸었던 자사고 폐지 공약이다. 찬성과 반대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문제들이었고 실제로 많은 논의가 이루어져야 할 사회 문제이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 두 문제에는 불편한 공통점이 있다. 바로 당사자들이 빠져 있다는 점이다. 만 18세 투표권아 가장 영향을 많이 끼칠 사회 집단은 만 18세이다. 자사고 폐지 정책이 가장 영향을 많이 미칠 사회 집단은 대한민국의 현 초, 중, 고등학생이다. 하지만, 그 누구도 이들의 목소리에 귀담고자 하는 노력을 한 적은 없었다. 만 18세 투표권에 반대하는 주요 입장은 고등학교 교실의 정치, 선거장화이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을 한 것은 주로 학교와는 거리가 먼 고령층이었다. 찬성 여론도 마찬가지였다. 일부 정당의 경우, 만 18세 투표권이 대상자들에게 미칠 영향을 분석하기보다는 자신의 정당의 유리한지 불리한지를 비교하고 입장을 바꾸는 경우도 발생하였다.
자사고 찬반 여론도 마찬가지이다. 양측 모두 사교육비와 소득 계층이 어느 학교에 많이 분포하는가? 등으로 정치적 선동 요소가 다소 포함된 것들에만 온 관심을 집중시켰고 학생들이 사교육비로 느끼는 불행이라던가 아니면 자사고와 관련하여 학생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정말로 교육의 문제가 무엇인지를 모색해 본다는 노력은 정당, 언론, 정부를 막론하고 어느 집단에게도 보이지 않았다.
[이미지 촬영=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4기 한훤기자]
학생들이 이러한 사회 문제에 무관심하여 벌여진 것은 아니었다. 인터넷 커뮤니티 상에서도, 아니면 학교 자체에서도 학생 및 청소년에 관련된 문제는 꾸준하게 지속적으로 다루어져왔다. 단지, '어른 세계'는 이것이 정치적 혹은 경제적 이익이 되지 않았기에 가볍게 무시할 수 있었던 것이다. '어른 세계'에서 학생의 행복, 권리, 생활 등의 보편적인 것들은 챙기기에는 너무 보잘것없이 보였던 것이다. 그야말로 학생은 '대표 없는 식민지인'에 불과한 것이었다.
[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정치부=4기 한훤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