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경신고등학교 자사고 포기 논란과 종결
-경신고등학교 교표(출처 : 경신고)-
경신고등학교는 대구 수성구 범어 4동에 위치한 자율형 사립 고등학교이다.
경신고는 1979년 인문계로 전환 이후 1980년 대부터 경신고는 대구에서 가장 많은 수의 학생을 서울대에 진학시키면서 명문 고교로 떠올랐다. 이후 1990년대에는 40명이 넘는 학생들을 서울대에 진학시키기도 하였으며, 또 외환 위기 이후에 의대 진학이 늘어나면서 서울대로 진학하는 학생수가 다소 줄었지만 상위권대학과 의대 진학 학생 수는 전국 고교 중 최고 수준을 기록하였다. ‘공부가 제일 쉬웠어요’의 저자 장승수 씨와 ‘하루라도 공부만 할 수 있다면’의 저자 박철범 씨도 경신고를 다녔었다. 또 얼마전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수능 만점자 29명 중 4명(권대현, 김정훈, 이승민, 이승민)도?이 학교에서 나왔다. 아래 사진은 경신고 교내에 걸린 2015 주요 대학 합격자 현수막이다.
-경신고 2015 주요대학 합격 현수막(출처 : 경신고)-
그런데 지난 4월 말, 경신고에서 일반고 전환 문제로 갈등이 발생했다. 재단에서 재원이 부족하여 재정지원에 부담을 가졌기 때문에 자사고를 포기한다는 것인데, 김진일 경신교육재단 이사장은 학교측과의 상의를 건너뛰고 우동기 대구 교육감을 만나 자사고를 포기할 뜻을 전하였다. 이후 자사고 포기 소문이 밖으로 흘러나오면서 논란이 시작되었다. 학교관계자들도 논의 된 바가 없어 상당히 혼란스러웠으며, 학부모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았다.
재단에서는 내년 2월 자사고 재지정을 앞둔 시점에서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이사측이 말하였다. 자사고는 재단에서 매년학생납입금의 일정 비율을 재단전입금으로 학교에 출연해야 한다. 경신고와 같은 광역단위 자사고는 납입금의 3~5%의 재단전입금 규모이다. 30학급 기준으로 도 소재 광역자사고는 연간 3억원 가량의 재단 지원이 필수적인 것이다.
하지만 다른 자사고는 1년마다 법정부담금을 내는 반면에, 경신고는 5년전, 자사고 신청에 부담금의 일시불 예치를 전제로 지정을 허락했다. 계성고나 대건고, 경일여고 등과 달리 경신재단의 미미한 수익용 재산 상황에 따른 만약의 사태를 우려했기 때문이다. 이런 일시불 예치는 이번 재지정 신청에서도 따라붙은 조건이었고, 이것에 부담을 느낀 것이다.
이사 측 관계자는 “경신고가 자사고로 처음 지정됐을 때는 당시 재단이사장이 사비로 법정 재단전입금을 내놓은 것으로 알고 있다. 재단이사장이 바뀐데다 재단이 잃다 할 수익용 기본재산을 갖고 있지 않아 재단전입금 출연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라고 하였고, 덧붙여 “이미 쌓인 전국적 지명도와 수성구 학군이라는 점에서 일반고 전환에도 우수한 신입생 모집에는 지장이 없을 것이란 상황도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라고도 하였다.
하지만 경신고 학부모의 반발은 거셌다. 특히 1학년의 학부모들의 반발이 더욱 거셌는데, 학교 입학설명회 당시, 경신고의 일반고 전향은 없을 것이라는 말을 누차 해 놓고, 지금와서 말을 바꾸어 일종의 ‘사기’라고 하기도 하였으며, 이사장의 불통행정이 옳지 못한 것에 분노를 느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학부모들은 재단의 재정이 부족한 점을 이사장에게 책임을 물어 사퇴하라 라는 말도 나왔다.
그러나 다행히도 이후 학부모들의 저항에 부딪힌 재단측과 자사고 포기라는 생각지도 못한 돌발 사태를 접한 교육청은 교육청이 재단의 법정 부담금 15억원을 5년간 나눠 내던 일시불 예치를 풀었다. 대신에 재단이사장의 사유재산을 담보로 요구하였다. 이후 6일 오전에 학부모들은 공청회 개최시간을 1시로 잡았다. 하지만 재단측으로부터의 대답은 우동기 교육감 면담 이후로 미뤄졌고, 학부모들은 교육청으로 갔다. 오전 11시 30분 교육감과의 면담 장소에 이사장이 나타났고, 이사장은 재정 부담으로 인한 자사고 포기를 하지 않겠다는 발언을 회수하였다. 그리고 다음날 7일 학교측으로부터 자사고 재지정 신청을 위한 재단 이사회 절차가 마무리됐다.
-경신교육재단이사장(김진일) 사과문 일부 발췌(출처 : 경신고)-
그리고 재단 이사장의 사과문도 올라왔다.
사과문에는 일반고 전환에 관련된 협의 과정과 발표시 절차 상의 미숙한 대응과 재정적 어려움을 인정하였고, 경신고가 계속 자율형 사립고로 유지하겠다는 확답을 하였다. 또 개인적으로 이사장은 힘들겠지만 학생들이 미래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돕는 것만큼 가치로운 일은 없다며, 사재를 출연하고도 모자라는 부분이 있다면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학생들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하였다.
하지만 지금의 경신고는 자사고 재지정을 하였다 하더라도, 다시 5년 뒤 같은 사태가 일어날 확률이 높다. 또 이사장의 사유재산이 담보로 잡힌 만큼, 경신교육재단의 움직임은 이전보다 조심스러워 질 것이다.
대구 경신고등학교
김동욱 기자(donguk051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