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 말고 방잔!
전국의 학생들이 애인과의 기념일을 세듯 하루하루 고대하며 기다리는 날이 있다. 바로 방학하는 날. 방학은 학기 중의 부족한 잠을 보충하는 시간이자
시험과 수행평가의 부담을 잠시 내려놓는 기간이다. 평소에 못 봤던 타 학교 친구들도 만나고 가족들과
여행을 가기도 하고 보고 싶었던 영화나 TV를 몰아보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황금 같은 방학을 자발적으로 학교에 반납하기로 결심한 학생들이 있었으니, 의왕시 경기외국어고등학교(이하 경기외고)의 ‘방잔’ 선택자들이다.
경기외고는 기숙사 학교로 전교생이 의무적으로 기숙사에서 생활한다. 학기 중 평일에는 원칙적으로 외출을 금지하고 금요일 오후면 귀가할 수 있다. 한 달에 한번씩 있는 의무귀가날이 아니라면, 학생들은 선택적으로 잔류신청을 해 주말에도 학교에 남아 생활할 수 있다. 시험기간에는 절반 이상의 학생들이 잔류를 선택한다. 잔류는 학기가 끝난다고 끝나지 않는다. 방학이 시작되는 직후, 학생들에게는 ‘방잔’으로 더 익숙하게 알려진 ‘방학잔류’가 시작된다. 학기 중 주말잔류는 수업 없이 온전히 자습시간만으로 꾸려져 있는 반면, 방학잔류 때는 다양한 수업들이 제공되어 학생들이 원하는 강의를 선택하여 수강할 수 있다. 학교 선생님들이 직접 여는 강좌이기에 친숙하고 믿음직스럽다. 학교에서 정해주는 과목을 정해진 시간만큼 들어야 하는 학기 중과는 확연히 다르다. 학생들은 대학에서처럼 강좌 소개와 시간표를 꼼꼼히 따져보고 자신에게 최적화된 스케줄을 짠다. 인기 있는 강좌는 아이돌 콘서트 티켓팅을 방불케 하는 경쟁률을 자랑해 학생들이 새벽부터 일어나 클릭을 하게 만든다. 시간표에 따라 평소라면 꿈도 못 꿀 ‘공강’도 있다. 이 자유시간에는 학교 도서관에 가거나 운동을 하는 등 휴식을 취하기도 하고, 인터넷 강의를 통해 부족한 과목을 보충하기도 한다. 귀가하는 금요일 전날 목요일 밤에는 룸메이트들과 새벽까지 떠들거나 영화를 보거나 하면서 1주일치 스트레스를 날려버린다.
이번에 처음으로 방학잔류를 선택한 경기외고2 김서현 학생은 “집에서보다 쓸데없이 낭비하는 시간이 적고 방학 중에도 주중에는 친구들과 함께하고 주말에는 가족과 함께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라고 말했다. 올해 경기외고의 여름 방잔은 7월 13일에 시작되었고(1학년은 해외봉사 일정으로 20일에 합류했다) 8월 4일까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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