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셔널지오그래픽(National Geographic) 측이 자사의 ‘Banged Up Abroad’라는 프로그램에서 서울을 중국, 동남아시아 문화권처럼 표현한 것이 뒤늦게 알려져 온라인상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Banged Up Abroad’는 2006년 영국에서 시작된 다큐멘터리 시리즈물이다. 미국에는 ‘Locked Up Abroad’로 방영되었으며,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유럽 등지에서는 내셔널지오그래픽 사를 통해 ‘Banged Up Abroad’라는 제목으로 방영되었다. 2006년 시리즈 1을 시작으로 2020년 시리즈 13까지 제작되었다.
한국 네티즌들 사이에서 논란이 된 편은 시리즈 13의 네 번째 편 ‘Korean Ecstasy King(한국의 엑스터시[마약의 일종] 왕)’이다. 해당 편이 제작되어 방영된 것은 작년이지만, 나흘 전(7월 22일)에 내셔널지오그래픽이 한국 유튜브 계정(내셔널지오그래픽 – National Geographic Korea)을 통해 전편의 일부를 한국어 자막과 함께 게시하면서 본격적으로 논란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한국을 접수한 엑스터시 킹'이란 제목과 함께 올라온 해당 영상은 7월 26일 기준 3만 회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영상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뉴욕에서 영업사원으로 일하던 제시 마스컬이 마약 중독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해 마약 청정국인 한국으로 향한다. 한국 서울에서 제시 마스컬은 어학원 강사로 활동하며 마약 중독에서 벗어나는 듯했다. 그러나 그는 마약에 대한 생각을 완전히 떨쳐내지 못하고, 서울의 이태원에서 만난 마약 거래상을 통해 마약에 다시 손을 대게 된다. 이후 제시 마스컬은 본격적으로 마약 사업에 뛰어들어 큰 이익을 얻는다.
영상의 형식은 제시 마스컬의 인터뷰 내용과 그가 출연한 재현 영상으로 이루어졌는데, 재현 영상이 바로 해당 영상에 수많은 네티즌이 비판을 쏟아내는 이유이다. 재현 영상 곳곳에서 서울이 중국이나 동남아시아와 같이 표현되었기 때문이다.
문제가 되는 부분 첫 번째는 제시 마스컬이 학생들을 가르치는 장면이다. 거의 모든 수업이 실내에서 이뤄지는 한국의 어학원과는 달리 야외 수업이 연출되었으며, 출연하는 학생들도 전형적인 한민족보다는 어두운 피부색과 동남아시아계에 가까운 외모를 가졌다. 학생들 이외에도 야시장의 상인들, 바텐더 등도 마찬가지이다.
두 번째는 연출된 서울의 풍경이다. 누르스름한 빛의 가로등, 중국어 간판, 대로의 노천 의자들, 실내 흡연, 상당한 수의 오토바이와 헬멧을 쓰지 않은 사람들, 기본적 안내판과 조명도 갖추어지지 않은 기차와 역의 모습 등은 현대 서울과는 매우 다른 풍경이다.
영상 가운데 N서울타워와 스카이라인, 위에서 내려다본 전철역, 한국어 간판으로 가득 찬 거리의 모습은 서울의 모습을 띠고 있다. 하지만 이 장면들 가운데 배우들이 등장하는 장면은 하나도 없었다.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내셔널지오그래픽 측이 재현 영상을 한국을 방문하지 않고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촬영한 것이 아니냐는 강한 의심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유튜브 해당 게시물 댓글에는 ‘나도 서울의 모든 것이 신기하고 새롭다.’, ‘아시아는 다 똑같은 아시아 취급하는 거 웃기네.’와 같은 재현 오류를 비판하는 댓글, ‘여태껏 봤던 모든 내셔널지오그래픽 영상에 대한 신뢰가 이 영상 하나로 사라지네.’와 같은 내셔널지오그래픽에 대한 실망을 나타내는 댓글이 대다수이다. 7월 26일 기준 영상의 ‘싫어요’ 수도 ‘좋아요’의 수의 약 2배에 이르고 있다.
[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사회부=18기 박지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