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와인을 마셔본 적이 있는가? 와인이야 요즘은 많은 사람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술의 한 종류가 되었으니 한 번 이상은 마셔본 적이 있을 것이고, 와인을 마시기 전에 향을 음미하기 위해서 와인 잔에 담긴 와인을 한두 번 흔들었을 때 잔 안쪽의 벽면에 와인이 맺히는 것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마랑고니 효과(와인의 눈물)'라고 한다.
와인이 담겨 있는 잔을 흔들면 벽에 얇은 와인의 막이 만들어지는데, 이 막 속의 와인은 공기와 닿는 면적이 넓기 때문에 알코올이 빨리 증발하게 되어 도수가 낮아지게 된다. 반면 잔에 담긴 와인은 상대적으로 도수가 높은 상태가 되는데 이 도수 차이에 의해 막 속의 와인은 표면장력이 작고, 잔에 담긴 와인은 상대적으로 표면장력이 높은 상태가 된다. 이 때문에 잔에 담긴 와인이 와인 잔의 벽을 타고 올라가게 되고, 어느 순간 다시 벽을 타고 흐르게 되어 생기는 현상이다.
지금까지 이런 마랑고니 효과는 유기반도체 인쇄 제작 공정에서 인쇄 시간을 지연시키고 반도체의 품질을 떨어뜨리는 원인으로 지적되었다. 하지만 포항공과대학교 화학공학과 조길원 교수 연구팀은 성균관대학교 강보석 교수와 함께 이 효과를 역이용하여 빠른 속도로 유기반도체를 인쇄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였다. 아래 그림은 유기반도체 인쇄기술 모식도를 나타낸 것이다.
[이미지 제작=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한건호 대학생기자]
연구팀은 용매에 마랑고니 효과로 인해 생겨나는 흐름을 제어할 수 있는 첨가제를 넣어 박막 코팅 시 반도체 분자들이 효과적으로 공급될 수 있게 함으로써 유기반도체 결정체가 과포화 상태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해 연속적인 단결정 박막을 제작하였다.
이 기술을 적용하여 제작한 유기 박막 트랜지스터는 높은 전하 이동도와 균일한 단결정 패턴을 갖는 장점이 있어 차세대 디스플레이나 전자 소자 제작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연구 결과는 재료 분야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티리얼즈'의 표지논문으로 게재되었다.
[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IT·과학부=3기 대학생기자 한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