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나리’에 출연한 배우 윤여정이 제93회 2021 오스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 후보로 노미네이트 되었다. 한국인 최초로 후보에 오르는 대기록을 쓴 윤여정은 ‘경쟁을 싫어한다, 한 작품을 다른 배우들이 연기해서 등수를 매기는 것이 아니기에 노미네이트만으로도 상을 탄 것과 다름이 없다’라며 소감을 전했다.
2021년 3월 24일, ‘미나리’는 누적 관객 수는 73만 명을 돌파했다. 이는 코로나 19로 인해 극장에서의 영화 관람이 어려운 현재의 상황을 고려할 때, 눈에 띄는 성과가 아닐 수 없다. 이뿐만 아니라 ‘미나리’는 2021 제93회 오스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 각본상, 음악상 총 여섯 개 부문에 후보로 오르기도 하였다.
[이미지 촬영=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박혜진 대학생기자]
이 글에서는 영화 ‘미나리’의 성적이나, 작품 내적 메시지보다는 배우 윤여정이 오스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역사적 사건’에 대해 두 가지 측면에서 이해해보려 한다.
먼저, 윤여정 배우가 오스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에 후보 지명된 이 사건은 동양인으로서 미국의 보수적인 문화 장벽을 허물었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최근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일대에서 연쇄 총격으로 한국인 여성 4명을 비롯한 아시아인이 사망한 사건이 발생하였다. 이에 대응하여 #StopAsianHate를 인스타그램과 트위터 등의 SNS에 태그하며 무고한 희생을 추모하고, 아시아인 혐오에 대해 비판하는 의견이 국내외에서 대두되고 있다. 이처럼 미국을 비롯한 서양 국가들에서는 아직도 아시아인에 대한 인종 차별적 시선이 만연한 실정이다. 이와 유사하게 남성 그룹 방탄소년단이 2020년 발매한 'Dynamite'는 빌보드 핫 100 차트에서 정상을 차지하며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았지만, 2021 제63회 그래미 어워즈에서의 수상은 아쉽게 불발되었다. 아시아 출생이라는 사실이 예술성을 인정받는 데 큰 걸림돌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배우 윤여정의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조연상 후보 지명은 수상 여부와 관계없이 보이지 않는 차별적인 장벽에 대한 도전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향후 한국인을 비롯한 다양한 국적의 아시아인들에게 미국 진출의 길을 제공하는, 그야말로 ‘역사적 사건’으로서의 가치를 지닌다. 형체는 없지만 분명히 실존하는 거대하고 단단한 장벽에 망치질을 하며 조금씩 금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여성으로서 갖게 되는 한계를 극복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영화계, 특히 한국의 문화 산업에서 여성이 배우로서 가질 수 있는 역할은 매우 한정적인데, 주로 주요 남성 캐릭터의 특성을 드러내기 위한 수단으로의 역할만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한국 영화의 흥행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지표 중 대표적인 것은 ‘관객 수가 천만을 돌파했는가’이다. 한국에서 제작된 총 19편의 천만 영화 중 영화를 검색했을 때 주연으로 여성 배우의 이름이 가장 먼저 뜨는 작품은 영화 ‘암살’ 단 하나뿐이다. 천만 영화 외에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이를 통해 한국 영화계는 그동안 남성들의 이야기에만 관심을 가져왔으며, 여성은 보조적인 역할에만 머물렀음을 환기할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배우 윤여정이 한인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미나리’에서 오스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것은 여성의 가능성에 대한 강렬한 메시지임이 분명하다.
제93회 오스카 아카데미 시상식은 현지 시각으로 4월 25일 개최된다. 수상 여부보다는 윤여정 배우가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다는 사실이 시사하는 바에 주목하고, 앞으로 계속될 도전을 기대하고 싶다.
[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문화부=2기 대학생기자 박혜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