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우리는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보장되면서 언제 어디서나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과연 그 생각이 옳을까? 우리는 우리 스스로 생각하며 결정하고 있는지 항상 의심해야 한다. 다음 예시에서 이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 수 있다.
1970년대로 접어들면서 국제 정세는 급변하기 시작했다. 미국은 ‘아시아의 안보를 더 이상 미국이 보장해 줄 수 없다.’는 닉슨 독트린을 선언하여 주한 미국 병력을 감축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북한이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주한 미군의 병력 감축은 한국인들에게 불안을 가중시키기만 할 뿐이었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에서 박정희 정부는 국가 안보와 사회 질서를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며 정권을 잡았다. 박정희 정부는 정권을 잡을 때 크게 4가지를 통제했다. 첫 번째는 사회통제, 두 번째는 문화 통제, 또한 세 번째로 금융통제, 마지막 네 번째가 언론통제였다.
민족일보 사건이 언론통제의 첫 예이다. 민족일보는 1961년 2월 13일 창간하여 폐간될 때까지 진보적인 성향의 기사를 내보냈다. 발행 부수도 당시 유력지였던 동아일보와 경향신문에 버금가는 등 국내외에 상당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정권을 비판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던 박정희는 민족일보를 강제 폐간시켰다. 민족일보 사장인 조용수는 구속되어 사형을 선고받기까지 했다.
모든 언론사로까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압박이 가해지며 점차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는 줄어들었고 국민들은 보도되는 내용만이 진실인 줄 알며 정부를 찬양했다. 현대 사회는 과거보다 훨씬 발전해서 정부가 잘못된 행동을 할 경우 건의를 하거나 시위를 할 정도로 국민 의식이 많이 발전하였다. 하지만 아직도 언론의 편파적인 보도나 잘못된 보도로 인해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얼마 전 있었던 ‘소방관 사건’이 잘못된 보도로 인해 피해를 입은 예시에 속한다.
뉴스를 보면, 제천에서 일어난 화재를 진압하기 위해 소방관들이 투입되었는데, 당시 한 소방관이 걸어 다닌 것이 CCTV에 찍혔었다. 이 영상을 보고 MBC에서 ‘어슬렁어슬렁 걸어 다니는 소방관’이라고 보도를 하였고, 많은 사람들이 이 영상을 보고 그 소방관의 태도를 비난했다. 하지만 진실은 뉴스의 내용과 조금 달랐다. 그 소방관은 ‘모든 상황을 살피고 지시하는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에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고, 걸어 다니는 것이 매뉴얼이다’라고 말하며 억울해하는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정작 오도를 한 MBC는 정정 기사를 내지 않으며 애매한 태도를 취하기만 할 뿐이었다. 이외에도 박근혜 전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며 시위를 할 때에도 몇몇 신문사, 뉴스 채널 등은 애써 다른 기사를 내보내며 국민의 알 권리를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위의 사례를 보면, 과거의 잘못을 현재에도 반복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는 미래에는 이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과거의 잘못을 인지하고, 해결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편파적인 보도가 얼마나 위험한지 알고 언론의 무분별한 수용으로 인해 일어날 수 있는 부정적인 영향을 알아 사회의 문제점을 고칠 수 있어야 한다.
언론에서 나온 보도를 얼마나 무분별하게 수용하는지 오산고등학교 2학년 1반 학생들에게 한 조사를 통해 확인하였다. 먼저 오산고등학교 2학년 1반 학생들은 ‘제주 제2공항 건설’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조사하였다. 설문지에 "이 주제에 대해 얼마나 알고 계십니까?"라는 질문과 함께 ‘잘 알고 있음’, ‘들어봤음’, ‘모름’의 세 가지 범위를 나누어 조사하였다.
[이미지 제작=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6기 김지연기자]
그 결과 총 33명의 학생 중(총 35명, 1명 결석) 31명의 학생이 ‘모름’에 체크하였고, 나머지 2명 또한 ‘들어봤음’에 체크할 정도로 이 주제가 생소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5월 31일 목요일 7교시에 창의적 체험활동(이하 창체) 시간이 있는 관계로 선생님께 양해를 구하고 조사를 진행하였다. 진행하려는 실험의 목적, 내용, 동영상의 설명을 간단하게 진행한 후 차례로 긍정적인 내용의 뉴스를 보여주었다. 그 후 미리 작성해 둔 설문지를 나누어 주어 기입하게 하였다. 설문지에는 ‘제주 제2공항 건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와 함께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무엇인가요?’를 적도록 되어 있다.
[이미지 제작=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6기 김지연기자]
조사 결과 ‘긍정적’이라고 답한 학생이 32명(전체 35명, 1명 결석, 1명 조퇴) 중 21명이었고, ‘부정적’으로 답한 학생은 3명, ‘모르겠다’라고 답한 학생은 8명으로, 배경 지식을 조사했을 때 이 주제에 대해 모른다고 답한 학생이 31명이나 되었던 것에 비해 엄청나게 많은 학생들이 ‘제주 제2공항 건설’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유로는 ‘관광객들이 많이 와서 경제가 발전한다.’, ‘공항에 사람이 덜 몰려서 이동이 수월해진다.’ 등이 있었는데, 신기하게도 이것은 뉴스를 통해 보여준 내용이었다.
두 번째 조사는 조금 오래 간격을 두고 진행하였다. 시험이 끝난 후면 앞서 진행했던 내용이 거의 생각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하여 시험이 끝난 후인 7월 12일 목요일 창체 시간에 선생님께 양해를 구한 후 실험하였다. 첫 번째 조사와 같이, 실험과 동영상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한 후 부정적인 입장의 뉴스를 차례로 보여주었다. 그리고 설문지를 통해 입장을 알아보았다. (설문지는 첫 번째 조사 때 사용한 설문지를 사용하였다.)
[이미지 제작=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6기 김지연기자]
그 결과 전체 33명(총 35명, 1명 사회봉사) 중 13명이 ‘찬성’에 표시했으며 11명이 ‘반대’에 표시하였고, 나머지 9명은 ‘모름’에 답하였다. 이 수치는 첫 번째 조사 때 ‘찬성’에 21명이 답한 것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많이 줄어 있었으며 ‘반대’에는 무려 8명이 늘어 있었다. 이유로는 ‘주민 간의 갈등을 일으킨다.’, ‘주민이 소음으로 피해를 입는다.’, ‘자연을 훼손시킨다.’ 등이었고, 이것 또한 뉴스를 통해 보여준 내용이 주로 그 이유로 나왔다.
두 차례에 걸친 조사에 따르면, ‘제주 제2공항 건설’이라는 주제에 대해 전혀 몰랐다고 볼 수 있었음에도 긍정적인 입장의 뉴스를 보여 주는 것만으로 이렇게 확연하게 차이가 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 결과로 언론의 보도만으로 사람들에게 특정한 생각을 심어줄 수 있다는 결론을 도출해낼 수 있었다. 또한 두 번째 실험을 진행할 때 부정적인 내용의 뉴스를 보여주었을 뿐 아니라 먼저 실시한 첫 번째 조사를 거의 잊어버린 후에 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부정적’ 입장을 취한 사람이 ‘긍정적’인 입장을 취한 사람보다 더 적다는 것으로 보아, 처음으로 인지한 내용이 무엇이냐에 따라 의사 결정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현대 사회에서, 의사 결정이 자유롭다고 하지만, 사실은 우리가 흔히 보고 있는 매체에서 보도되는 내용을 보는 것만으로 우리의 의식은 그쪽으로 치우칠 수밖에 없었던 것이었다. 또한, 처음으로 본 내용이 우리의 의사 결정에 큰 영향을 끼치므로 항상 비판적인 시선에서 정보를 수용하는 것의 필요성이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과연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다음 행동으로 무분별한 수용을 예방할 수 있다.
1.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라는 생각을 가진다.
- 보도한 내용만을 그대로 수용하게 되면 이것이 진실인지, 혹은 누군가가 이익을 위해 일부러 거짓을 보도했는지 알 수 없게 된다. 따라서 사소한 것일지라도 항상 감춰진 것이 있지는 않을까 생각해야 한다.
2. 한 사건에 대해 반대 의견과 찬성 의견을 모두 알아본다.
- 싸움이 났을 때 한쪽 의견만 듣고 잘잘못을 결정하다 보면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누구든지 자신의 입장에서 생각할 때에는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여 본인에게 유리하게 말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떠한 사건에 대해 판단할 때에는 찬성과 반대 두 입장 모두 생각해보아야 한다. 찬성, 반대의 입장이 주장하는 근거를 찾아보고, 서로 비교해 보며 결함을 찾아내는 과정에서 비판적인 시각이 길러질 것이다.
3. 객관적인 정보만을 보도한 기사나 뉴스를 본다.
- 한 사건에 대해 파악하는 데 가장 좋은 방법은 객관적으로 사건을 보도한 뉴스를 보는 것이다. 따라서 객관적인 정보만을 보도한 기사나 뉴스를 본 후 사건에 대해 정확하게 파악해 두는 것이 좋다.
4. 나의 의견을 정해 본다.
- 나는 이 사건에 대해 어떤 입장인지 생각해 본다. 하지만 만약, 본인이 찬성의 입장이라고 해서 찬성만 옳다고 하는 태도는 옳지 않다. 반대의 입장에서도 인정할 것은 인정하는 태도를 보이며, 두 의견을 절충하는 과정을 통해 더욱 성숙해진 사고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사회부=6기 김지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