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촬영=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6기 김지민 기자]
국가 전체가 흔들릴 뻔했다. 국군기무사령부가 지난해 3월 계엄 실행을 계획했다는 논란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당시 대통령 박근혜 탄핵 사건에 대한 심리가 진행 중이었으며, 선고를 앞두고 있었다. 국군기무사령부가 이 사건이 인용되지 않을 경우 ‘대규모 내란’을 예상하여 사전에 계엄 선포를 구체적으로 계획한 정황이 포착되었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국군기무사는 박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 ‘계엄 검토 문건’을 작성했으며, 그 종류는 두 가지가 있다. 「전시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과 여기에 딸린 「대비계획 세부자료」이다. 이들에는 박 전 대통령 탄핵 선고가 기각됐을 경우 군 당국이 계엄령을 선포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는 25일 「대비계획 세부자료」 문건의 2급 기밀을 해제하였고, 국방부는 이를 평문화하여 국회에 제출하였다.
이러한 문건이 알려지기 전에도 군이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을 요구하는 촛불집회 무력 진압을 논의했다는 의혹은 올해 3월에 시작되었다. 언론사에서는 군의 위수령 검토, 군 병력 투입, 무력 진압 계획이 있었다는 취지의 보도가 나왔다. 그러자 국방부는 합동참모본부, 수도방위사령부, 특전사령부 소속 관련자 약 50명을 조사한 결과, 군 병력 투입이나 무력 진압 관련 논의가 있었음을 알려줄 자료나 진술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촛불집회에 대한 대비계획을 담은 문건이 있었고, 이는 질서유지 관점의 시위대의 우발적 행동에 대처하기 위한 계획임이 확인되었다고 국방부는 전했다. 그 이후로 나오는 군의 촛불집회 무력 진압 관련 보도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대비계획이었을 것”이라는 야권을 중심으로 나온 주장으로 무마되었다.
7월 5일 기무사의 계엄 계획이 있었다는 물증이 제시되었다. 이철희 의원실은 보도자료를 통해 국군기무사가 탄핵이 기각될 경우 위수령을 선포하고 비상계엄으로 확대할 계획을 세웠다고 밝혔다. 군인권센터(시민단체)도 잇따라 계엄발령 시 서울 시내 및 지역별 병력 배치 등이 담긴 문건을 공개했고, 곧 논란이 커졌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16일 국방부에 관련 문건 제출을 지시했고, 20일 이들 내용 일부를 공개했다.
합동참모본부는 2년마다 계엄실무편람(이하 계엄편람)을 수립한다. 이들이 23일 공개한 「2016 계엄실무편람」에는 통상의 계엄 ‘매뉴얼’이 담겨 계엄 선포 시 참고하도록 했다. 그러나 ‘계엄 검토 문건’에는 계엄 계획이 이보다 더욱 구체적으로 수립되어있다. 특히 「대비계획 세부자료」의 경우 67쪽에 달하며 단계별 대응계획, 위수령, 계엄 선포, 계엄 시행 등을 자세히 기록했다. 특히, 집회 예상지역인 광화문과 여의도 2개소에 기계화사단, 기갑여단, 특전사로 편성된 계엄임무수행군을 야간에 전차, 장갑차를 이용해 신속 투입하는 계획이 담겨 있었다. 일반인을 야간 통행금지하며 일부 도로의 차량 운행을 허가하지 않을 것을 계획했다. 대외적으로는 계엄을 미국 정부로부터 인정받기 위해 주한 미국대사를 초청하여 미국 본국이 계엄 시행을 인정하도록 협조를 요청하기로 했다. 자유한국당과 군 내부 일각에서 본 문건이 국가 혼란 사태 때 내려지는 통상적인 매뉴얼로 단순 검토 수준이라고 주장하던 것을 뒤엎을 수 있는 대목이다.
물론 국가비상사태 시 민주적 가치보다 국가 수호가 더욱 중대하다. 특히 기무사와 같은 군 관계 기관에게 있어서는 더욱 중대할 것이다. 대통령의 위험은 곧 국가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 따라서 청와대를 보호하고 대통령의 신변을 안전히 유지하려면 군사 행동, 즉 계엄이 불가피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요건이 되는 상황이 일어날지 여부가 불확실하기 때문에 계엄 실행을 위한 계획을 해서는 안 된다. 다만 최악의 상황을 고려하여 계엄을 선포할 “경우”를 대비하는 차원까지만 계엄 계획이 허락될 것이다.
기무사가 작성한 계엄 검토 문건이 실행 계획일 가능성이 개념 계획, 혹은 통상적 계획일 가능성보다 커지고 있다. 따라서 이 문건이 대통령의 신변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이므로 정당화되지 않을 수 있다. 계엄은 국가의 안전을 위해 국민을 군사를 동원하여 통제하기 때문에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여 민주사회에 있어서는 매우 조심스럽다. 국가비상사태가 촛불집회에서 일어날지 불확실한데도 계엄 상황을 “확실시”하는 문건이기 때문에 이는 박 전 대통령의 탄핵 기각을 “계엄의 요건”으로 간주하고 계엄을 무조건 선포하는 계획이라고 해석이 가능할 것이다.
기무사의 계엄 문건에서는 합동참모본부를 사실상 계엄에서 배제했다. 계엄편람과 매우 다른 부분이다. 계엄을 선포하기 위해서 먼저 합동참모본부 군사지휘본부가 요건을 검토하여 국무회의의 의결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기무사는 문건에서 유사시 자의적으로 위수령을 선포하는 입장이었다. 심지어 이를 위한 건의문은 문건에 수록되어 있었다.
이에 더해 계엄사령관을 합동참모의장이 아닌 육군참모총장을 계엄사령관으로 임명, 그 아래 직할부대를 설치하는 것을 계획했고 이는 위헌적 발상으로 보인다.
과연 기무사의 계엄 문건은 개념 계획이 아닌 실행 계획이었을까. 문건에 포함된 비상계엄 선포문의 선포 주체는 ‘대통령(권한대행)’으로 명기되어 있었다. 탄핵이 기각되어 박 전 대통령이 복귀하는 동안 황교안 당시 권한대행이 계엄을 선포할 수도 있었다는 예측이다. 선포문 외에도 계엄사령관이 발표할 담화문 등도 미리 제시되어 있었다. 법제처가 발간한 헌법주석서는 "계엄을 위해서는 '국가비상사태'가 이미 구체적으로 발생돼야 하며 발생 가능성만 있는 경우에는 제외된다"며 예방적 계엄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기무사는 박 전 대통령의 업무 복귀 이전의 ‘예방적 계엄’을 사실상 계획한 것이다. 심지어 비상계엄 선포문 그 자체는 계엄편람에도 찾아볼 수 없다.
계엄편람과 명백히 다른 내용으로 언급되는 부분에는 ‘국회 무력화 시도’도 있다. 우선 계엄편람은 국회의원의 불체포 특권을 명시했다. 그러나 기무사는 국회의 계엄해제 표결을 차단하기 위해 국회의원을 현행범으로 사법처리하고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을 막으려 했다. 계엄편람에 전혀 없던 내용이다. 일단, 이 내용은 계엄법에 위배된다. 계엄법 제13조에 따르면 계엄 시행 중 국회의원은 현행범인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아니한다. 나아가 같은 내용은 대한민국헌법 제44조에도 명시되어 있다. 국회의원을 현행범으로 취급하려는 것은 대한민국헌법 제77조를 위배하는 것이다. 국회의원에는 계엄 해제 요구권이 주어지는데 이를 박탈하려는 계획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기무사는 언론사에 기무사 요원을 파견하고, 보도검열 지침을 지속해서 위반하는 미디어의 등록을 취소하고 보도를 정지시키려는 계획을 했다. 이는 계엄편람에 명시된 계엄사령관 특별조치의 한계를 초월하는, 법령에 의해서만 가능한 것이다.
그렇다면 기무사는 계엄 실행을 계획할 권한이 있을까. 전 기무사 고위 관계자는 “기무사는 계엄을 실행할 수 있는 부대도 없고 군의 군령·군정권 개선 조직에도 들어 있지 않다”고 했다. 게다가 계엄편람에 나온 계엄 시행과 관련된 7개 계획서는 청와대 국가안보실과 국방부, 합동참모본부만이 담당한다. 평시 계엄업무 담당 조직은 국방부 기조실과 합참 계엄과, 이 두 곳뿐이다. 기무사는 이들 중 어디에도 속해있지 않다. 즉, 법적 권한이 없는 기무사가 계엄 선포를 위한 모든 준비를 해 놓은 셈이다.
한편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이들 문건에 대해 보고받고도 수사 지시 등 후속 조처를 전혀 하지 않았다. 24일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이석구 국군기무사령관은 송 장관에게 지난 3월 16일 이들 문건을 20분가량 “위중한 상황으로 보고했다”며 송 장관 또한 이를 “위중한 상황으로 인지했다”고 말했다. 송 장관은 일전에 이에 대해 “두고 가라”고 지시했고 이것이 위중한 상황임을 알지 못했다고 한 적이 있다. 만약 송 장관이 계엄 문건의 위중함을 알고도 이를 세 달가량 은폐한 것이 확인될 경우 수사의 범위가 크게 확장될 것이다. 송 장관은 이외에도 계속되는 말 바꿈과 말실수 등으로 물의를 빚었다.
16일 기무사의 계엄 검토 문건 작성을 수사할 특별수사단이 조직되어 수사에 공식 착수했다. 조현천 당시 기무사령관, 한민구 전 국방부 장관, 김관진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이 중심적인 수사대상이다. 현재는 가장 큰 쟁점인 계엄 검토 문건이 실행 계획인지 여부에 대해 수사 중이다. 이를 위해 25일 9시 기무사를 압수 수색하기 시작했다.
계엄은 국가의 존립 자체가 위험해질 때 국가를 수호하기 위해 내리는, 매우 특수한 일이다. 국민의 기본권 등 헌법적 가치를 일부 침해할 수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국가비상사태를 대비하기 위한 계엄 계획은 이미 2년에 한 번 정기적으로 수립되어왔다. 문제는 기무사의 계엄 검토 문건은 이를 훨씬 넘어선 수준이었다는 것이다. 기무사는 이러한 권한이 충분히 인정되지 않았음에도, 상위 기관인 합동참모본부와 최고 법인 헌법을 무시했다. 수사 결과 계엄 문건이 명백한 실행 계획으로 밝혀진다면 무고한 국민까지 무력 진압하여 전국적 내란을 계획한 것과 다름없을 것이다. 기무사의 중대한 범법행위가 밝혀지면 기무사 개혁을 단행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법적 질서가 엄격히 잡히고 민주주의적 절차와 가치가 존중받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정치부=6기 김지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