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4부(권혁중 부장판사)는 8월 31일 기아자동차 노동조합이 사용자 측을 상대로 낸 통상임금 소송에 대해 승소 판결을 내렸다.
통상임금은 퇴직금을 산출하는 데에 기준이 되기 때문에 이를 정확히 산출하는 것이 노조(노동조합) 입장에서는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정기성과 일률성, 고정성이라는 세 가지 요소를 충족하는 임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한다. 노조(노동조합)에서는 이 중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간주해 달라고 요구하였고, 법원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했다.
통상임금을 지급하는 것에 이어서 중요한 쟁점은 ‘신의성실의 원칙’, 일명 신의칙의 준수 여부였다. 민법 제2조는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를 좇아 성실히 이행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는 것이 신의칙을 준수하는 것인지에 대해 대법원은 “서로 암묵적 동의하에 정기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지 않는다는 계약을 했음에도, 노조가 추가 임금을 요구해 기업이 ‘경영상 중대한 차질’을 빚게 되면 이는 신의칙에 어긋나기 때문에 통상임금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즉, 이것이 경영 위기를 초래할 경우 인정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발언인 것이다.
이번 소송에 대하여 법원은 ‘경영상 중대한 차질’ 가능성을 낮게 계산한 듯하다. 노조는 원금과 이자를 포함해 사용자 측에 1조 926억 원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40% 수준인 4,223억 원을 최종 지급액으로 인정했다. 그런데도 노동계 측에서는 판결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통상임금의 기준을 마련해주는 판결”이라고 평가하면서 오늘 판결을 높이 평가했다. 신의칙을 부정한다고 간주하여 1심에서 패소했던 아시아나항공(2015), 남부발전(2015), 현대중공업(2016)과 현대미포조선(2016) 노조와는 다른 분위기였다.
그러나 업계 측에서는 판결에 대한 우려가 깊었다. 우선 기아자동차가 부담하는 금액은 최대 38조 5,509억 원이다. 이 중 초과 근로 수당, 변동상여금 등이 포함된 금액이 8조 원이다. 기업에 가해지는 막대한 재정부담이 경영상 위기를 초래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또한, 현대기아차의 국내 기업으로서의 입지를 고려하였을 때 오늘 판결이 자동차 산업 전반에 미칠 영향이 적지 않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의견문에서 “기아차와 우리나라 자동차산업 생태계에 미치는 막대한 부정적 영향 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판결에 유감을 표한다”고 평했다.
중소기업 측에서도 적지 않은 우려를 표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최저임금 인상과 더불어 오늘의 판결이 이후 통상임금 산정 기준을 마련하는 데에 큰 영향을 끼쳐 막대한 부담을 기업들이 지니게 될 것이라 밝혔다.
소식을 접한 국민의 반응도 엇갈린다. 마땅히 받아야 하는 금액을 받게 된 정당한 판결이라고 주장하는 측이 있지만, 전례와 비교하였을 때 ‘오락가락’하는 판결이 적절치 않다고 평가하는 측도 있다. 통상임금 판결에 대한 논란은 아직 진행형이다.
[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경제부=5기 원종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