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5월 2일 일요일 새벽, 충남 서천군의 한 카센터에서는 의문의 화재가 발생한다. 화재로 인해 카센터 사장의 부인과 8살 쌍둥이 남매가 사망하게 된다. 단순한 방화 살인일 것으로 생각했는데, 수상한 점들이 하나둘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카센터에서 발견된 성인 여성의 시신은 카센터 부인의 것이 아니라 근처 농기계 수리점 부인의 것이었으며 카센터 부인의 시신은 13km 떨어진 개천에서 심각하게 훼손된 상태로 발견되었다. 이상한 점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수사 도중 경찰은 우편 반송함에서 우편배달원이 쓴 편지 두 장을 발견한다. 수신자는 사회부 기자와 형사과장이었으며 편지의 내용은 '두 여자를 사랑한 제 잘못입니다. 시신은 개천에 있습니다.'는 것이었다. 모든 증거가 다 타버리고 우편배달원의 편지만이 유일한 증거로 남은 상태, 수사당국은 시신에 남은 흔적과 증언들을 통해 범인의 조건을 간추렸지만 모든 조건을 갖춘 용의자는 등장하지 않았고 사건은 결국 '미제'로 남게 되었다.
[이미지 캡처=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4기 최사라기자]
네이버 국어사전에 나온 '미제'의 뜻은 '일이 아직 끝나지 아니함'이다. 그렇다. 미제 사건은 범인을 잡지 못해 끝내지 못한 사건을 말한다. 전국에 남아있는 미제 사건은 약 4만 1천여 건이다. 사건 발생 당시 사건은 매스컴을 타면서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게 된다. 그러나 모든 이슈가 그렇듯이 한순간 반짝였던 불꽃은 금세 사그라들고 만다. 우리는 정보의 홍수에 빠져 더 자극적이고 강렬한 정보들만을 기억한다. 그리고 그마저도 더 자극적이고 강렬한 정보가 나타나면 머릿속에서 지워버린다. 그렇지만 이런 미제 사건들을 잊지 못하고 끝나지 않는, 끝이 보이지 않는 수라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이 있다. 피해자들의 가족 혹은 유족이다.
미제 사건은 주로 살인, 유괴, 실종 사건에서 발생한다. 피해자가 사라졌거나 사망하였기 때문에 결정적인 증거와 증언을 얻기 어렵다. 또한, JTBC <비정상 회담> 프로그램에 출연한 범죄심리학 이수정 교수는 미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서 지속해서 투입되어야 하는 예산과 인력 또 데이터베이스가 부족한 것이 아쉽다고 언급하기도 하였다.
이런 미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미제 사건을 해결하는데 '국민의 관심과 제보'가 중요하다는 말은 어쩌면 우리가 너무 많이 들은 말이어서 크게 와 닿지 않을 수 있다. 그렇다면 실제로 국민의 관심과 제보가 사건 해결까지 끌고 간 사례를 보자. 전남 해남 암매장 사건은 2004년 분양대행 사업을 한다고 속여 대출 사기를 일삼던 A 씨가 서울 영등포 사무실에서 바지사장 겸 명의자 모집책을 숨지게 한 뒤 해남의 한 야산에 암매장한 사건이다. 이 사건은 2007년까지 미제로 남았다가 A 씨의 지인이 음주 상태의 A 씨가 "살인을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제보한 것이 재수사의 시발점이 되었고 그 결과 4년 만인 2011년 전모가 밝혀졌다.
이제는 우리들의 차례이다. 진범을 밝힌 결정적인 증거를 잡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관심을 잃지 않는 것' 그들이 수라 밖으로 꺼내기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작은 노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