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 EPL. 박지성의 은퇴 이후 우리나라에서는 내내 시청률이 잘 나오지 않다가, 2015년 3%라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그야말로 "급상승"을 보여주었다. 한국 축구 기대주 손흥민의 토트넘 이적이 한몫했다. 축구팬들은 손흥민의 활약을 보기 위해 채널을 돌렸고, 자연히 EPL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도 늘기 시작했다. 특히나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던 경기는 모두 토트넘의 경기, 혹은 박지성의 영향으로 두꺼워진 팬층을 가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경기였다. 토트넘은 2017년 카일 워커, 케빈 비머, 벤 데이비스와 같은 소속 선수들이 한국을 방문하여 많은 이벤트를 진행하는 등의 행사를 통하여 한국 내의 인지도를 더욱 끌어올렸고, 결국 손흥민의 소속팀을 모르는 축구팬은 거의 없다시피 하는 성과를 만들어 냈다.
그런데, 이런 토트넘에 대한 많은 한국 팬들의 걱정이 크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전 세계 모든 토트넘 팬들의 마음이 편치 않다.
왜 그럴까?
쉽게 열리지 않는 레비 회장의 지갑
토트넘은 2018년 여름 이적시장을 아무런 성과 없이 마무리했다. 팀 수비의 주축 베르통언, 월드컵 우승 팀 골키퍼 요리스 등 원하는 선수를 원하는 가격에 이적시장이 닫히기 직전 데려오는 토트넘 회장의 '레비 타임'도 이번에는 없었다.
[이미지 제작=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7기 이형경기자], 단위는 m£
저번 시즌 그대로 팀을 이끌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토트넘은 2017-18 프리미어리그를 3위로 마쳤다. 나쁜 성적은 절대 아니다. 그러나 좋은 성적도 아니다. EPL 출범 이후 토트넘은 한 번도 우승컵을 들어 올리지 못했다. 항상 중상위권 팀들 사이에 끼거나, 그 바로 아래의 성적을 보여주며 '딱 그 정도'라는 평가를 받던 토트넘이었다. 하지만 포체티노 감독의 부임 이후 토트넘은 달라졌다. 그 점은 확실하다. 2016-17시즌은 첼시 바로 아래인 2위라는 성적을 보여주었고 챔피언스리그에도 2년 연속 진출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그러나 팬들은 항상 이 정도에 만족하지 못한다. 우승컵을 들 수 없는 클럽을 좋아하는 선수도 없을 것이다. 여기에 선수들의 주급까지 넉넉히 챙겨주지 않는다. 토트넘에게 필요한 것은 더 이상 2-3위 자리가 아니다. 챔피언스리그 16강 탈락의 자리도 아니다. 이제는 우승이 필요한 때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번 시즌 영입이 필요했다. 최근 5시즌 간 토트넘의 이적시장 지출은 EPL 빅 6중 최하위다. 물론 새 홈구장을 건축하느라 쓴 돈이 큰 액수이긴 하다. 그러나 토트넘은 영국 매체에서 조사한 부유한 클럽 순위 10위권 안에 들었던 만큼, 돈이 없는 클럽은 아니다. 토트넘은 영입이 필요하다.
백업 스트라이커의 부재
첫 번째 문제와 연관되는 내용이다. 팀의 주축 스트라이커 해리 케인은 2024년까지의 재계약을 마쳤다. 팀의 2선 자원인 손흥민도 2023년까지 팀과 함께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크리스티안 에릭센, 델레 알리도 각각 2020년, 2022년까지 계약기간이 남아있다. 이렇듯 다행인 점은 주축 선수들의 이탈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로테이션 자원, 백업 선수들이다. 우선 최전방 공격수 자리를 보자. 토트넘은 항상 원톱 케인을 세우는 위주의 포메이션을 사용한다. 4-2-3-1이 그 주를 이루고, 2선 자원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3-4-2-1을 사용한다. 그러나 케인이 빠졌을 때는 이렇다 할 대책이 없다. 케인은 2017-18시즌 중앙 공격수 자리에서 37경기 30골이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만들어 냈다. 하지만 케인이 없을 때 중앙 공격수로 나서야 하는 페르난도 요렌테는 15경기에서 1골에 그쳤다. 그나마도 상대팀은 스완지 시티라는 약팀이었다. 손흥민도 종종 케인이 없을 때 CF 자리를 꿰차긴 했으나 5경기 중 본머스를 상대로 2골이 전부였다. 첼시, 맨유를 상대했던 경기에서는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일찌감치 교체되어 나갔다. 실질적인 활약은 보여주지 못했다는 의미이다.
[이미지 제작=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7기 이형경기자]
다른 포메이션을 이용한 대안이 있는가 하면 그것 또한 아니다. 리버풀은 피르미누가 막힐 때, 피르미누를 내리고 마네, 살라를 이용한 투톱, 혹은 가짜 9번을 이용한 제로톱을 사용한다. 이렇게 되면 피르미누가 빠졌을 때 전문 CF가 들어가지 않아도 충분히 이적생 샤키리, 케이타 등을 이용하여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토트넘은 그것도 아니다. 계속해서 이런 불안한 최전방을 방치한다면, 언제나 좋은 소식을 듣긴 힘들 것이다.
약한 로테이션의 2선
중앙 공격수 자리만 문제가 있는 게 아니다. 2선도 문제다. 토트넘은 큰 이상이 없는 한 손흥민, 에릭센, 알리로 2선을 구축한다. 3명의 활약으로 토트넘은 맨시티 다음으로 좋은 라인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그러나 로테이션 자원 모우라, 라멜라, 시소코, 은쿠두의 스탯을 살펴본다면 말이 달라진다. 모우라는 리그 6경기 1도움, 라멜라는 25경기 2골 4도움, 시소코는 38경기 1골 1도움에 은쿠두는 1경기도 제대로 뛰지 못했다. 넷을 합쳐도 3골 5도움이 전부이다.
그렇다면 펩 과르디올라가 감독으로 부임해 있는 맨체스터 시티를 한번 볼까. 맨시티는 지난 시즌 리그에서만 100점이 넘는 승점을 거두며 압도적인 1위 자리를 차지했다. 이런 맨시티가 주로 사용하며 재미를 봤던 전술은 일명 "점유율 축구"이다. 좌우 풀백이 조금 더 안쪽으로 침투하여 중앙 싸움을 수적으로 유리하게 가져가는 축구를 구사했고, 이때 공을 돌리다가 순식간의 침투 패스를 받아 마무리했다. 이때 침투의 주인공들은 다름 아닌 4-1-4-1 포메이션에서의 2선 4명이었다. 그만큼 현대 축구에서의 2선은 중요하다. 그런 팀이 이번 여름 시장에서 마레즈라는 카드 한 장을 더 갖게 되었다. 다비드 실바, 케빈 더브라위너, 르로이 사네, 베르나르도 실바, 일카이 귄도안, 라힘 스털링 등의 쟁쟁한 선수들에 또 하나의 옵션이 추가된 것이다. 이제 토트넘과 맨시티의 차이가 눈에 보인다. 출전 기회를 많이 부여받지 못한 토트넘의 백업들과는 달리, 맨시티는 로테이션이 아주 잘 이뤄지고 있으며, 선수들의 전체적인 스탯 또한 더 준수하다. 보고 본받아야 하는 점이다.
토트넘은 좋은 팀이다. 강팀으로 일컬어지며, 빅클럽의 반열에 올라섰다는 데에도 반박할 여지가 없다. 10여 년 전 빅 4로 통칭했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첼시, 리버풀, 아스널은 이제 토트넘, 맨시티를 포함한 빅 6가 되었다. 그러나 그 이상은 아니다. '우승할 수 있는 팀'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많은 물음표들이 붙는다. 현재의 지출로는 그 물음표를 떨쳐낼 수 없다. 토트넘은 더 비싼 클럽이 되어야 하고, 더 좋은 선수를 소유해야만 한다.
[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문화부=7기 이형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