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편견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정신질환을 앓는 사람은 드물며, 이들은 폭력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행위를 한다는 것이다. 정신 질환 중에서도 조현병은 부정적인 인식이 가장 심한 병이다. 조현병은 과거 정신분열증이라고 부르던 질병으로, 부정적인 인식과 편견이 매우 강해 조현병으로 병명이 바뀌었다.
조현병이란 무엇일까? ‘조현’이란 ‘현악기의 줄을 고르다’라는 의미인데, 사람의 신경계나 정신의 조율이 잘 이루어지지 않을 때 발생하는 병이다. 조현증의 진단기준(DSM-5)에 따르면, 망상, 환각, 와해된 언어, 극도로 와해된 또는 긴장성 행동 등이 6개월 이상 나타나면 조현병으로 의심할 수 있다.
병에 대한 무지는 사실과는 거리가 먼 편견을 낳고, 이는 부정적인 사회적 인식을 강화시켜 병을 진단받고 치료받는 것이 주는 사회적 낙인 때문에 치료를 기피하여 병을 악화시키는 악순환을 낳는다.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이 발생한 이후, 언론은 피의자가 조현병 환자라는 사실을 보도하였다. 조현병에 대해 잘 모르고 있던 사람들은 언론의 보도가 반복되면서 조현병 환자들은 폭력적이며 위험하다는 잘못된 인식을 가지게 되었고, 정신질환 환자들에 대한 격리조치를 강화하자는 주장이 나오기도 하였다. 그러나 조현병에 대한 이와 같은 편견들은 모두 사실과 다르다. 정신질환 중에서도 편견이 심한 조현병에 대해 바르게 알아봄으로써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가지고 있는 정신질환에 대한 잘못된 인식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자.
1. 조현병을 앓고 있는 사람은 드물다?
조현증은 누구나 걸릴 수 있는 병이며, 조현증을 앓고 있는 사람은 우리나라에도 적지 않게 존재한다. 세계적으로 인구 100중 1명꼴로 걸리는 비교적 흔한 질병이다. 국내에서도 약 50만 명의 조현병 환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건강보험진료비 지급 자료에 따르면, 2014년 조현병으로 진료를 받은 사람은 10만4000명에 불과하다. 즉, 질병에 대해 잘 모르거나 사회적 낙인을 우려해 병을 숨긴다는 것이다.
2. 조현병을 앓는 사람은 폭력적이고 위험하다?
사실과 다르다. 연구에 따르면, 조현병을 앓는 사람 중 폭력성을 보이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또한 폭력성을 보이는 환자들의 경우에도 병과 직접 연관된 것이 아니라 약물중독 같은 물질장애의 영향이라는 분석도 있다. 범죄 이력, 충동조절 장애, 치료 거부 등도 조현병 환자의 폭력 발생에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꼽혔다. 실제로 조현증 환자는 오히려 겁이 많고, 혼자 있기를 원하며 대인관계를 피한다고 한다. 강남역 살인사건과 같은 주요 살인 사건의 피의자가 조현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이 대중들로 하여금 “조현병 환자=위험한 사람”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준 것이다.
[이미지 제작=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5기 박재찬기자]
3. 조현병을 앓는 사람은 일상생활이 불가능하고, 평생 앓아야 한다?
사실이 아니다. 조현병은 초기 상담과 약물치료를 잘 받는다면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다. 그러나 초기 치료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거나 치료를 중단해 재발할 경우 그만큼 치료 효과가 떨어지고 만성화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조현병의 환자들이 조현병을 진단받는 젊은 시기에 조현병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낙인은 진단과 치료를 회피하게 만들어 그들의 회복을 가로막는다.
조현병을 앓는 사람 중에서는 정상적인 생활을 넘어 전문적인 일을 하거나 훌륭한 업적을 남긴 사람도 있다. 영화 <뷰티풀 마인드>(2001)의 실제 주인공인 천재 수학자 존 내시는 30대 초반이었던 조현병을 앓기 시작했다. 그러나 치료를 받으면서 병세가 호전됐고, 1994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다. 미국의 정신건강 전문의 다니엘 피셔는 조현병으로 수차례 입원을 했지만, 지금은 회복해 조현병 환자들의 권익보호 활동에 나서고 있다. 엘린 삭스는 만성 조현병 환자지만, 회복하여 현재는 미국 남캘리포니아대(USC) 법대 교수가 되었고, 2012년 TED강연을 통해 조현병을 포함한 정신질환에 대한 국가적 지원 증대를 촉구하고 사회적 편견을 없애기 위한 연예계와 언론의 노력을 부탁한 바 있다. 또한 조현병 극복을 위해 한 노력에 대한 자서전을 출간하기도 했다.
4. 조현병의 가장 효과적인 대응방안은 격리다?
엘린 삭스 미국 남캘리포니아대 교수는 2012년 TED강연에서 자신이 강제 입원되어 조현병 치료를 받을 당시를 회상하면서 조현병 환자들 또한 고통을 우리와 다르지 않게 느끼며, “물리적으로 몸을 구속하는 일이 생명을 구하는 일인지 목숨을 빼앗는 일인지 애매할 지경이었다”고 이야기했다. 서진환 교수(성공회대 사회복지학과)가 국민일보에 기고한 글에 의하면, 강제 입원 및 격리는 환자의 거의 모든 자유를 앗아갈 수밖에 없으며 입원해 있는 동안 폭력이 만연한 고통을 겪으면서 비참함과 굴욕을 느꼈다고 말하는 환자도 적지 않다고 한다. 또한 그들이 재발 없이 ‘정상적’ 생활을 할 수 있던 건 입원치료보다 자신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는 사람과의 만남, 안정적 주거, 안정된 직장생활 등 때문이었다. 반대로 재발을 초래한 상황은 사회적 낙인이 두려워서 병원치료나 약을 끊었을 때, 폐쇄병동에 입원시킬까 봐 환청을 숨겼을 때, 생계 걱정으로 불안이 증가했을 때 등이었다.
실제로 정신장애 환자를 병원에 오래 머물게 하지 않고 사회로 복귀시키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라고 할 수 있지만, 그러나 한국은 이에 역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2013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에 따르면, OECD 회원국 중 1991년부터 2011년까지 20년 동안 정신과 병상 수가 늘어난 건 한국이 유일하며, 한국에서 정신장애로 병원에 입원하는 기간은 116일로 OECD 회원국 평균 27.5일보다 4배 이상 길었다.
이처럼 조현병은 희귀한 병이 아니며, 누구나 겪을 수 있다. 또한 조현병 환자가 폭력적이거나 위험하다는 것을 편견에 불과하며, 조기에 치료하면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강제입원과 격리는 조현병의 좋은 해결방안이 되지 못하며, 조현병을 앓는 사람에 대해 사회의 따뜻한 관심과 편견 없는 시선으로 바라보려는 우리의 노력이 필요하다.
[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IT·과학부=5기 박재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