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볼 영화가 많다. 곧 나올 영화들도, 현재 상영 중인 영화도. 각기 다른 매력으로 관객들에게 다가가자, 극장을 찾는 사람들이 늘었다. 이런 와중에도 묵묵히 높은 성적을 유지하며 달리고 있는 영화가 있다. 바로 장준환 감독의 <1987>이다. 작년의 유일한 천만 영화인 <택시운전사>의 배경이 1980년 5.18 민주화 운동이었다면, <1987>은 제목이 말해주듯 1987년 6월 민주화 항쟁의 이야기를 그린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이 영화를 관람하면서 많은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7일 배우 김윤석, 강동원 등과 함께 영화를 관람한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가 함께 힘을 모을 때, 연희(영화 속 등장인물)도 참가할 때 세상이 바뀐다는 것을 영화가 보여주는 것 같다”며 소감을 전했다. 옆에 서 있던 강동원은 심지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과연 <1987>이 어떤 영화이기에 이만큼의 파급을 지닌 영화인가?
작년 3월,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로 대통령이 탄핵당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대통령이 탄핵당한 원인은 국민에게서 나오는 권력을 대통령이 함부로 오남용함으로써 헌법 수호의 의지가 없다는 것을 헌법재판소가 확인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대통령이 탄핵당하고 정의가 제 기능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추운 겨울에도 한파를 견뎌 내며 광화문 광장에 서서 정의를 외쳤던 수만 명의 시민과 국민들이 있었던 덕분이다.
1987년 그날에도 같은 일이 있었다. 사람들은 정의를 외치던 국민을 고문해서 죽이고, 심지어는 그 진실을 은폐하려 노력했던 정부를 손가락질하며 시위를 벌였다. 고문으로 사망했던 서울대생 박종철의 죽음을 그들은 “책상을 ‘탁’하고 치니 ‘억’하고 죽었다”는 망언을 남발하며 심장마비로 조용히 묻어가려고 했다. 그들의 이야기를 보여주면서, 민주주의는 절대 완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에게 알려주는 영화인 것이다.
그런 영화인만큼 이 영화에는 주인공이 없다. 악역을 맡은 김윤석만 영화 전반에 걸쳐 등장할 뿐, 이 영화에는 사실상 주인공이라고 할만한 사람이 별로 없다. 하정우도, 김태리도, 유해진도, 결국 이 영화에 등장하는 여러 인물 중 한 명이었다. 사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모든 배우다. 그때 6월 민주항쟁의 승리가 국민 한 사람의 몫이 아니듯, 이 영화 역시 주연 한 명이 영화를 끌고 가는 형식이 아닌, 모든 배우가 저마다 주연의 위치에 서서 진실을 위해 노력하는 영화인 것이다.
위에서도 말했듯, <1987>은 민주주의의 완성은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는 영화이다. 각자의 위치에서 묵묵히 자기 할 일을 해낼 때, 민주주의는 비로소 빛을 발할 것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마지막으로, 그 시대에 민주화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던 평범한 시민 분들과 박종철, 이한열 열사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
▲영화 <1987> 명대사 모음
[이미지 촬영=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6기 박우빈기자]
[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정치부=6기 박우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