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2월 11일, 모든 국민을 분노에 가득 차게 했던 아동 성폭행 사건, 이른바 ‘나영이 사건’의 가해자 조두순이 3년 후인 2020년, 징역 12년 형을 마치고 만기 출소한다. 하지만 사회는 이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 조두순의 얼굴조차 제대로 모를뿐더러 조두순이 저지른 악행의 잔혹성과 재범의 위험성 때문이다.
조두순은 2008년 12월 11일 경기도 안산에서 초등학교 1학년 나영(가명)이를 교회의 화장실로 끌고 가 잔인한 방식으로 성폭행했다. 이 때문에 나영(가명)이는 항문, 대장, 생식기 등이 80%의 영구 장애를 입었다.
‘악마도 조두순 앞에서는 떨고 있다.’라는 말이 있다. 이처럼 희대의 흉악범 조두순의 출소는 나영(가명)이와 가족들 그리고 모든 국민들을 공포에 떨게 할 것이다.
[이미지 제작=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4기 윤익현 기자]
이러한 조두순의 출소를 반대하는 국민청원이 청와대 홈페이지에서 진행되고 있다. '조두순 출소 반대' 국민청원은 현재 50만 명 이상이 참여했다. 역대 청와대 국민청원 중 참여자가 가장 많다. 흉악범 조두순을 향한 분노와 그의 출소에 대한 사회 불안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한다.
하지만 국민 여론과 달리 조두순 출소와 관련해서는 별다른 해결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우리나라 헌법에는 사건에 대한 판결을 내린 이후, 동일 사건에 대해 다시 재판을 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 ‘일사부재리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조두순이 ‘나영이 사건’으로 형을 받은 판결은 이미 판결이 내려진 종결이 되므로 같은 사건을 가지고 또다시 재판을 할 수는 없다.
또한, 우리나라 형법에서 재판은 그 행위가 일어난 당시에 존재했던 법률에 의한다는 ‘형벌법규의 소급효금지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조두순의 출소를 미루기 위해 현재 새로운 법을 적용시킨다 하더라도 해당 법률이 없던 때에 범죄를 저지른 조두순에게는 적용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현행법상 조두순의 출소를 미루거나 형을 늘릴 수는 없다고 볼 수 있다. 애초에 조두순의 출소를 막기 위해선 형을 집행하기 전, 재판 과정에서 조두순에게 무기징역형이 내려졌어야 하였는데, 당시 만취 상태였다는 점을 고려한 ‘심신미약’이 인정되어 12년형이 내려졌고 이는 확정이 되었다. 이처럼 한 번 확정된 형은 위에서 말한 내용들과 이유로 되돌리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미지 제작=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4기 윤익현 기자]
그렇다면 재판부는 도대체 왜 조두순에게 12년형이라는 솜방망이 처벌을 내린 것일까?
이유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당시 검찰 수사 단계로 거슬러 올라가 본다. 당시 나영(가명)이는 중상 상태였고 담당 검사가 딱 한 번 피해 조사를 했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검사는 자신의 능력 부족으로 인해 중상 상태의 나영(가명)이를 “소리가 작다” “녹음이 안 됐다"라는 등의 이유로 네 번이나 불러다가 조사를 진행하였다. 이는 이미 성폭행으로 상당한 상처를 가지고 있는 나영(가명)이에게 2차, 3차 피해를 준 것과 마찬가지이다. 이뿐만 아니라 검사의 기소 단계에서도 심각한 오류가 있었다.
당시 해당 검사는 성폭력 특별법을 조두순에게 적용시키지 않았다. 조두순을 기소하면서 13세 미만 미성년자에 대한 성폭력 범죄를 가중 처벌하는 옛 ‘성폭력 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성폭력 특별법)을 적용했어야 한다. 하지만 검사는 형법상 ‘강간상해죄’를 적용했다.
검찰은 이를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기소 당시 법 적용을 잘못했어도, 재판 과정에서 공소장을 변경할 수 있었는데도, 시도조차 안 했다. 검찰의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1심 판결 후 항소마저 포기하였다.
이후 조두순은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며 항소와 상고를 했지만 모두 기각됐다. 만약 검찰이 항소나 상고하지 않은 상태에서 피고만 했을 경우 ‘불이익 변경 금지의 원칙’에 따라 1심보다 더 높은 형량을 받지 않는다. 법원이 조두순의 항소나 상고를 받아들였을 경우 지금보다 더 낮은 형량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이다. 범죄의 잔혹성에 비해 사실상 정말 말도 안 되는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던 것이다.
최근에 나영(가명)이 아버지가 인터뷰를 통해 “우리는 조두순을 찾기 어렵지만 조두순은 우리를 금방 찾아낼 것 같다. 정말 공포스럽다.”라는 말을 하면서 두려움을 나타내었다. 그러면서도, “우리 딸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내가 먼저 조두순을 찾아가서 공격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다.”라는 말을 통해 딸을 향한 마음과 간절함을 드러내었다. 이처럼 나영(가명)이와 그 가족을 두려움에 떨게 만드는 ‘조두순 출소’를 막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이번 '조두순 출소 반대' 국민청원은 나영(가명)이 가족을 진심으로 걱정하며 나영(가명)이와 같은 피해자가 더는 생겨나질 않길 바라는 국민들의 진심 어린 마음이 담긴 뜻깊은 결과라고 생각한다.
[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정치부=4기 윤익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