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촬영=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4기 이세림기자]
대한민국에서 여성의 지위는 과거에 비해 많이 나아졌다고 한다. 그토록 원했던 '양성평등'이 거의 이루어졌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과연 그럴까?' 이 책은 이러한 목소리에 물음을 던진다.
1982년에 태어난 김지영 씨. 그녀는 지극히 평범한 30대 주부이다.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여느 주부들처럼 직장을 다녔지만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며 자연스레 직장을 그만두었다. 물론 누구도 그녀에게 강요하지 않았지만, 김지영 씨와 이 나라에 살아가는 우리들은 알고 있었다. 회사를 다니며 아이를 기르기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을. 출산 휴가, 육아 휴직 등으로 생기는 공백, 이를 채우기 위해 쏟아야 하는 노력, 아이를 혼자 보육 시설에 보내는 것에 대한 걱정과 죄책감으로 인해 몸도 마음도 편할 날이 없을 것이다. 그래서 김지영 씨는, 그녀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수많은 여직원들은 직장과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포기해야만 했다.
김지영 씨의 학창시절 어느 날, 그녀가 집으로 가려고 버스를 기다리는데 어떤 남학생이 김지영 씨를 아는 듯 집까지 데려다준다며 말을 건다. 그녀는 처음 보는 남학생이기에 겁을 먹고 거절하지만, 계속 그녀의 뒤를 따라온 남학생은 김지영 씨를 보고 왜 먼저 흘려놓고 치한 취급을 하냐며 욕을 한다. 그리고 집에 오자 아버지는 그녀를 크게 혼낸다. 마치 조심하고 피하지 않은 김지영 씨의 잘못인 양 아버지는 그녀의 교복 치마 길이와 귀가 시간을 들먹이며 조심하라고 이른다. 그녀의 잘못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김지영 씨를 위협한 남학생을 욕하는 게 아니라 피해자인 김지영 씨에게 화살을 돌렸다.
1982년부터 지금까지, 30년도 더 된 세월동안 세상이 많이 변화했다. 그런데 왜 이 이야기들은 그렇게도 공감이 되는 것일까. 왜 방금 일어난 일인 것처럼 생생할까.
세상은, 우리가 살아가는 대한민국 사회는 엄청난 발전과 변화를 겪었고 양성평등에 대한 의식도 세워지면서 여자도 당당하게 일할 수 있고 자신의 능력을 펼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그것은 소수에 불과하다. 여성들은 직장을 다니다가도 육아를 위해 그만두고, 그렇지 않다고 해도 높은 직급까지 올라가기가 힘든 것이 현실이다. 이것을 페미니즘에서는 '유리천장'이라고 한다. 또한, 데이트 폭력이나 성폭력의 주된 피해자는 압도적으로 여성이 많은데도 피해자들은 입을 다문다. 우리는 성폭력 예방 교육을 할 때 보통 '조심해라'라고 한다. 조금만 생각해 보면 가해자들에게 '하지 마라'라고 하는 게 옳은 것인데, 우리는 피해자를 추궁하고 잘못을 그에게 돌리며 상처를 치유해 주지는 못할망정 사회로 나올 수 없게 막아버렸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런 경우는 너무나도 허다하다.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대부분의 여성들은 김지영 씨와 비슷한 삶을 살아왔을 것이다. 알게 모르게 성차별을 당하면서, 그게 잘못된 것인데도 사회가 자신의 잘못이라고 하니까 수긍하면서. 하지만 대한민국의 '김지영 씨'들이 이런 삶을 살아온 것은 절대 그들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줬으면 한다. 그리고 겉치레만 신경 쓰는 양성평등이 아니라 내면 깊은 곳까지, 사소한 일 하나하나 다 양성평등이 이루어지는 밝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변화되어야 한다는 것을 이 책을 읽고 깨달았으면 한다.
[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문화부=4기 이세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