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 대화 기능, 채팅 삭제 기능이 용이하다고 알려진 채팅 애플리케이션인 '텔레그램'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2020년 N번방 사건에 이어 일명 '2024년 텔레그램 딥페이크 음란물 유포 사건'이 화두가 된 것이다. 전국의 중·고등학교와 대학교, 군대 내에서도 일어났던, 아직 일어나고 있을지도 모르는 이 사건은 여러 시민들을 공포에 빠뜨렸다. 익명성을 보장해주는 SNS인 텔레그램, 이 곳에선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걸까.
우선 딥페이크 기술이란, 딥러닝 기술과 Fake란 단어를 합친 합성어로 딥러닝 기술을 이용하여 사진이나 영상에 인간의 이미지를 합성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을 이용하여 이미 사망한 가수를 AI에 딥러닝하여 실제로 살아 숨쉬며 노래를 부르는 듯한 연출을 불러 일으켰던 훈훈한 사례도 있다. 하지만 여러 범죄, 특히 성범죄에 사용되는 경우도 다반사다. 이번 사건 같은 경우엔 각 가해자들 본인의 지인 사진을 도용하여 음란물 사진이나 영상에 딥페이크를 시켜 제작, 유포시킨 사건으로 이로 인한 피해자들이 속출했다. 서울을 비롯하여 경기, 충청, 전라, 심지어 제주까지 지역을 막론하고 피해자가 등장하기도 했다.
[이미지 제공=제보자 A, 저작권자로부터 이미지 사용 허락을 받음.]
그렇다면 텔레그램과 딥페이크 범죄는 어떻게 연관이 지어진 걸까? 텔레그램의 단체 대화방 중 하나인 일명 '겹지인방'의 제목을 여러 중·고등학교와 대학교의 이름으로 단 후, 여러 SNS에 이 겹지인방 링크를 퍼트린 뒤 각 대화방에 피해자의 신상을 올려 서로 아는 피해자가 나온다면 개인 텔레그램으로 옮겨 피해자의 딥페이크 음란물을 제작한다고 한다.
이 방에 직접 들어가 본 제보자 A 씨는 100명 이상이 위치한 대화방에선 음란물 공유, 딥페이크 음란물 재공유, 지역 겹지인방 링크 요청, 링크 공유 등이 이루어졌다고 한다. 각 방의 인원은 어느 정도였냐고 묻자 "제가 들어간 곳은 평균 1000~2000명이 있었으며 일반인들의 개인 사진을 포함한 미디어는 100~200개 정도가 있었다"고 증언했다.
A 씨에 따르면 텔레그램 딥페이크를 당한 피해 지역, 학교를 제보받는 계정의 주인은 조심스레 가해자들은 처음엔 어쩌다가 모인 후 소수정예방을 만드는 등의 행위로 점점 조직화가 되어온 듯 하다고 말했다. 또한 꼭 피해 학교의 재학생이 범인인 것이 아닌 아는 사람이면 가해자가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기자에게 귀띔했다. 추가로 텔레그램 채널 안에선 지역별, 나이별 등 여러 개로 주제가 나뉘어 있으며 그 안에서 지인들의 사진을 공유하고 합성한다고 알려졌다.
[이미지 제공=박정훈 작가, 저작권자로부터 이미지 사용 허락을 받음.]
이러한 딥페이크 범죄에 대한 의원들의 생각은 어떨까. 위 사진은 2020년 3월 3일 열렸던 텔레그램에서 일어나는 디지털 성범죄 해결 청원에 대한 제 376회 국회 제 1차 법안 심사 제 1소위 의원들의 회의록이다. 회의 도중 딥페이크 안건이 나오자 딥페이크로 만든 음란물이 자기 나름으론 예술 작품일 수도 있지 않느냐는 발언도 나오며 아직 이 딥페이크 범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의원들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이 회의록은 4년 전 국회의 회의록이며 현재 의원들의 이해도와 다를 수 있단 것을 감안하여도 가히 충격적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사건에 대해 지난 8월 27일 윤석열 대통령은 이번 딥페이크 사건은 명백한 범죄 행위이며 디지털 성범죄를 뿌리 뽑을 필요가 있다 발언했다. 또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선 텔레그램 딥페이크 음란물들에 대해 강력 대응하겠다고 밝혔으며, 여야 모두 이 사건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딥페이크 기술에 대한 문제점은 이미 전부터 여럿 제기되어 왔다.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지난 10월 14일까지 딥페이크 성범죄 사건 관련 피의자 474명을 검거했는데, 딥페이크 성범죄 피의자 연령대 별로는 10대가 381명으로 전체 과반인 80.4%를 차지했다. 10대 중에는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촉법소년’ 71명(15%)도 포함됐다. 가해자 연령은 20대 75명(15.8%), 30대 13명(2.7%), 40대 2명(0.4%), 50대 이상 3명(0.6%)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딥페이크 가해자의 다수가 10대인 만큼 일선 학교에서 디지털 성범죄 예방교육이 마련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사회부=24기 김진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