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촬영=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22기 이재은 기자]
지난 4월 청소년 작가 이재은의 첫 역사 기행 『선비의 케렌시아, 정자』가 출간됐다. 청소년들을 위한 복합공간이 현대의 케렌시아 역할을 하듯 이 책은 과거 선비들의 케렌시아였던 정자를 소개하는 정자 답사기이다.
86세 외할머니와 16세 청소년 작가가 협업하여 만든 첫 작품으로 정자 최다 보유지역 봉화에 위치한 총 8개의 정자를 소개하고 있다. 각 정자는 가족, 인간관계, 자연, 교육 등 누구나 한 번씩 고민하는 주제들을 풀어내 삶을 성찰하고 케렌시아의 첫걸음을 제시하며 방황하는 현대인들에게 옛 선비의 지혜를 재밌게 전달하고 있다.
[이미지 촬영=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22기 이재은 기자]
경상북도 봉화는 전국에서 정자가 가장 많기로 유명하다. 현재 남아있는 정자만 해도 100여 개가 있다. 봉화에는 왜 유독 정자가 많은 걸까? 당시 조선시대에는 4대 사화(무오, 갑 자, 기묘, 을사사화)와 전쟁으로 인해 관직을 떠난 선비들이 많았다. 봉화는 태백과 소백 양 백이 만나는 경치가 빼어나다는 명성이 자자했고 유학의 거점인 안동과 밀접한 지리적 장점까지 합쳐 관직에서 물러난 선비들이 봉화에 많이 왔다고 한다.
그 시기에 세워진 정자는 삶이 편안할 때 마련하는 단순한 별장이 아니라 가장 지치고 은둔할 수밖에 없을 때 지어진 것이 특징이다. 관직에서 물러난 선비들은 낙심하고 지친 마음을 자연과의 교감을 통해 치유하기 위해 주로 조용한 강가나 깊은 숲에 지어졌다. ‘공간혁명’의 저자 골드 헤이건은 인간은 유전적으로 자연과 가까운 환경을 갈망하고 자연 세계와 밀접한 관계를 지속할 때 행복감을 느끼도록 설계되어 있다고 말한다.
또한 정자는 쉼의 공간으로 사상을 토론하고 술과 달에 취해 풍류를 즐기며 문화예술을 나눌 수 있는 자유로운 공간이었다. 지인들과 대화와 사귐을 가지기도 하고 홀로 자연 속을 거닐며 생각에 잠길 수 있는 이상적인 공간이기도 했다. 이외에도 많은 시와 문학작품들의 창작발전소이자 문화예술의 중심지였다. 정자는 선비들의 케렌시아였다. 케렌시아(Querencia)는 스페인어로 제3의 공간, 안식처를 의미한다.
매년 청소년 가출 건수는 늘어나는 추세이며 지난달 남학생의 24.2%, 여학생의 33.5%가 우울증을 경험했다는 통계가 교육부와 질병관리청을 통해 발표됐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 이후 활동의 제한과 공간의 제한이 청소년들에게 악영향을 미쳤다. 청소년들의 정신 악화에 대응해 청소년들은 직접 스트레스 해소할 만한 자신만의 아지트를 찾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예시로는 청소년들이 직접 설계한 공간 ‘펀그라운드’와 같은 청소년문화의집이나 영등포구에서 시행되는 청소년자율문화공간, 청소년 창작 작업실로 설계된 공간; 스토리스튜디오처럼 우리 주변에는 청소년들에 의한, 청소년들을 위한 공간들이 늘어나고 있다.
지금 우리에게 정자와 같은 공간은 어디에 있을까?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나만의 안식처, 은신처를 찾는 일은 오늘날 청소년들의 최우선 관심사가 아닐까? 선비의 정자는 나만의 케렌시아를 찾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소중한 길잡이가 될 것이다.
교보문고 POD 주문형으로 출판된 이 책은 인터넷 혹은 모바일교보문고를 통해 구할 수 있다.
[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문화부=22기 이재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