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제공=피해 배우, 저작권자로부터 이미지 사용 허락을 받음]
지난 10월 남녀 불문, 나이를 따지지 않고 여러 배우들이 출연료 체불 피해를 기자에게 호소해왔다. 서인국, 박소담 배우가 주연인 '이재, 곧 죽습니다', 송강호 배우가 주연인 '삼식이 삼촌', 전종서 배우가 주연인 '웨딩 임파서블', 주원 배우가 주연인 '야한 사진관' 등 여러 드라마에서 보조 출연 배우들의 출연료가 체불된 것이다. 피해 배우들은 총 500여 명, 총 체불 금액은 억대로 추산되고 있다.
이들에겐 공통점이 있었다. 모두 T 업체를 통해 드라마에 출연한 것이다. T 업체는 보조 출연자들을 드라마로 중개해 주는 엔터테인먼트이다. 실제로 모든 드라마 제작사들도 T 업체를 통해 출연료를 지급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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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업체는 임금 체불의 이유를 무엇이라고 설명했을까. 모 에이전시의 SNS를 확인해 보면 T 업체와 모 에이전시의 인수합병을 시도하려다 무산되어 출연료 지급에 차질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무언가 이상한 점이 있다. T 업체와 모 에이전시의 대표는 모두 A 대표였으며, T 업체는 지난 8월 31일, 이미 폐업 신고를 한 상태였다. 이를 본 피해 배우들은 A 대표의 계획범죄가 아니냐며 의심을 하는 상태이다.
기자가 10월 22일 T 업체를 찾아갔을 땐 이미 회사의 짐은 모두 빠져있고 문도 잠겨있던 상태였다. T 업체의 건물을 담당하는 공인중개사에 연락을 취한 후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다. 폐업 신고는 분명 8월 31일에 되어 있었지만 회사의 짐은 불과 1주일 전쯤 빠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피해 배우들은 8월 31일 이후의 날, 심지어 10월에도 일거리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폐업 이후에도 일을 시킨 것이다.
여러 피해 배우들 중 몇몇은 T 업체 소속의 반장도 이 사건에 연루가 돼있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시했다. 회사가 폐업했는데 계속해서 일을 해온 것은 아무래도 이상하다는 것이다. 여기서 반장이란 직책은 실제 드라마 촬영장에서 T 업체의 보조 출연 배우들의 동선을 체크하고 여러 상황을 정리하는 직책이라고 한다. 현재는 S 회사에서 드라마를 진행 중인 유 반장과 윤 반장은 자신들은 배우들보다 더욱 큰 손해를 봤으며, 자신들이 손을 쓸 수 없는 8월의 출연료를 제외한 9월과 10월의 출연료는 S 회사를 통해 받을 수 있게 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S 회사에선 9월과 10월에 촬영한 배우들의 출연료를 차례로 지급 중이라고 밝혔다.
송 대표는 어디로 사라졌나...피해 배우들 "휴대폰 사용 못하는 점 악용"
등기에 쓰여있던 흑석동 주소의 아파트를 찾아가 연락했을 땐, 송 대표가 아닌 한 젊은 남성이 인터폰 연락을 받았다. 그는 9월 말 송 대표의 주소지로 이사를 왔었으며, 송 대표가 현재 그 집에서 생활하는지 묻자 그런 사람은 이 집에 살지 않는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사건 내용을 알려주자 전 집 주인이 드라마 제작 관련 일을 했으며 현재 서초동으로 이사를 갔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송 대표는 9월 말 이사를 간 것일까?
피해 배우들은 출연료를 받기 위한 일한 내역 입증도 힘들다고 호소했다. 일반적으로 일지를 작성하는 방식이 아닌 현장에서 QR코드를 촬영하는 방식이라고 한다. 심지어 스케줄이 올라와 촬영 신청을 하면 오픈 채팅방에 입장을 하게 되는데, 이 방도 촬영이 끝나면 폭파하고 촬영장에선 휴대폰 사용도 금기시되기 때문에 현장 사진도 없다고 한다. 이 때문에 피해 배우들은 촬영장에서 촬영을 했단 증거를 입증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송 대표에게 출연료를 받지 못한 배우들의 오픈 채팅방에 송 대표에 관한 제보를 올리자 많은 배우들이 연락을 취해주었다. 그리고 송 대표의 충격적인 과거들이 속속들이 드러났다. 송 대표가 S 회사의 반장으로 일을 하던 시절, 익명의 배우 A는 촬영장에 구두를 챙겨오란 말이 없어 챙겨가지 않았는데, 그로 인해 송 대표가 15분간 20여 명 앞에서 "너 같은 애들이 가장 증오스럽다" 와 같은 폭언을 일삼았고, 결국 촬영장에서 쫓겨났다고 털어 놓았다. 또한 익명의 배우 B는 나이가 많은 어르신 배우에게도 폭언을 하던 것을 목격했다고 증언했다.
이 사건에 대한 전문가의 시각은 어떨까. 노무법인 더함의 이상하 노무사는 이는 근로계약서가 아닌 업무 협약 계약서를 작성하며 일을 해왔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한 근로 계약서를 작성한 근로자가 아니므로 임금 체불이 아닌 채무 불이행으로 혐의를 보는 것이 맞아 보인다고 한다. 그러니 노동청이나 형사 소송을 진행한다면 그동안의 판례를 볼 때 송 대표가 근로기준법 관련으로 형사 처벌을 받는 것은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고 충고했다.
그러나 사기나 폭언, 폭행 혐의에 대해서는 걸어볼 여지가 있으며, 돈을 받는 것은 민사 소송을 통해 받아내는 것이 맞아 보인다고 한다. 실제로 한 판례에선 근로 계약서가 아닌 업무 협약 계약서를 쓴 뮤지컬 배우가 대표에게 근로기준법을 이용해 소송을 했지만 패소를 한 사례가 한 차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출연료를 받지 못한 배우들과 사라진 대표, 이 사건이 세간에 알려지며 보조 출연 업계에선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현재 피해 배우들은 함께 단합하며 송 대표의 처벌은 물론 예전부터 팽배하여 있던 보조 출연 업계의 부당 대우를 뿌리 뽑기 위해 노력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사회부=22기 김진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