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촬영=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9기 강민재기자]
"만일 우리의 공격이 비효율적이었다고 지적한다면, 그 의견에 동의합니다.”
지난 1월 26일 카타르와의 8강전에서 패배한 대한민국의 파울루 벤투 감독이 경기 이후 인터뷰를 가졌다. 그 역시 아시안컵에서의 성적, 경기력이 좋지 못함을 알고 있는 듯 보였다. 그럼에도 이어서 벤투 감독은 현재 스타일을 바꾸지 않겠다고 확고하게 말했다. 마치 비효율적인 공격이 현재 전술 스타일과는 무관하다는 듯 말한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무엇이 문제였을까?
카타르전 경기 초반에는 대한민국에서 더 많은 기회가 만들어졌다. 전반 5분 손흥민의 크로스를 김민재가 헤딩으로 준 볼을 황의조가 아쉽게 슛으로 연결하지는 못했다. 이외에도 정우영, 황인범, 주세종이 중거리 슛을 시도했지만 골문에서 벗어났다. 카타르 역시 간담을 서늘케 하는 기회를 만들었다. 전반 31분 아크람 아피프가 중거리 슛을 시도했고 전반 35분 페드로 미구엘이 김진수의 수비를 뚫고 대한민국 진영까지 돌파를 하면서 좋은 기회를 만들었다.
후반전에 들어섰고 초반에는 대한민국이 많은 기회를 창출했다. 후반 2분 긴 패스를 받은 황의조가 슛을 시도했고 이후 김진수의 파 포스트에 붙이는 두 차례 위협적인 크로스가 득점에 대한 희망을 주었다. 또 손흥민이 슈팅 기회를 잡았지만 왼발 슛이 약하게 맞으면서 골로 이어지진 못했고 김진수의 프리킥이 골포스트에 맞으면서 아쉬움을 자아냈다. 하지만 후반 33분 공을 잡은 압둘아지즈 하템이 강력한 왼발 중거리 슛으로 골을 만들어내면서 대한민국 선수들을 좌절하게 만들었다. 이후 이용의 크로스를 황의조가 오른발 약한 슛으로 골망을 흔들었지만 아쉽게도 오프사이드 선언이 되었고 VAR(비디오 판독 시스템)을 요청했지만 결과는 번복되지 않았다. 포기하지 않은 벤투 감독은 공중력이 좋은 수비수 김민재를 공격진으로 올리면서 반전을 시도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그렇게 2019 아시안컵 대한민국과 카타르의 8강전은 카타르의 승리로 마무리되었다.
많은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었던 경기지만 대표적으로 세 가지의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다. 첫 번째, 선수들의 컨디션 저하이다. 선수들은 후반전에 들어서 체력이 급격하게 떨어진 모습을 보여주었다. 풀백을 포함한 수비 인원 대부분이 집중력을 잃었다. 때문에 후반 내내 움직임이 더욱 둔해지고 분위기를 내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러한 선수들이 체력이 떨어진 모습을 보인 것엔 예상되는 원인이 두 가지이다. 벤투 감독의 선수 관리 미숙과 대회 도중 의무 팀의 부재이다.
벤투 감독은 조별리그 내내 선수단 로테이션을 하지 않았다. 반면에 이번 대회 준우승을 이룬 일본의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은 조별리그 진행 중에 철저한 로테이션으로 선수들의 체력을 관리했다. 하지만 벤투 감독은 필리핀, 키르기스스탄, 중국과의 경기에서 모두 주전 멤버들을 투입시켰다. 심지어 이미 16강 진출을 확정 지었음에도 중국과의 경기 이틀 전 리그 경기에서 풀타임을 뛴 손흥민을 중국전에 투입시켰다. 물론 선수 자신이 경기에 뛰기를 강하게 원한다면 투입시킬 수 있지만 그것이 앞으로 있을 팀의 성적에 해를 끼친다면 투입시키지 않는 것이 옳은 판정일 수 있다.
또한 팀 전체의 컨디션을 책임지는 의무 팀은 대회 도중 붕괴됐다. 의무 팀 두 명이 계약상의 명목으로 팀을 떠나면서 대한민국 대표팀은 ‘부상 병동’이 됐다. 대회 도중 의무 팀이 교체되고 분열하는 초유의 사건으로 대표팀은 큰 혼란을 겪었다. 이로 인해 아시안컵 시작 전 나상호의 이탈부터 시작해서 기성용, 이재성, 황희찬 등 주요 멤버가 부상을 당했고 이에 대해서도 전문적인 조치가 들어가지 못했다. 이러한 대표팀 내부의 혼란은 KFA의 아마추어 행정이 야기했다고 볼 수 있다. 김판곤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은 의무 팀의 계약과 관련한 사항은 안일했고 행정이 미흡했으며 협회의 잘못이라고 직접 언급했다.
두 번째, 선수 기용이 보수적이었다. 벤투 감독은 대회 내내 일관된 선수 기용을 보여주었다. 이는 선수들의 체력을 저하시킬 뿐만 아니라 상대 팀이 우리 팀을 보다 더 면밀하게 분석할 수 있게 해주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벤투 감독은 용병술에서 큰 문제점을 보였다. 그동안 대회에서 전술 이해에 크게 떨어지는 모습을 보인 지동원을 이른 시간에 투입했고 분위기를 반전시켜줄 수 있는 이승우를 후반 뒤늦게 투입했다. 하지만, 골을 내주고는 긴 패스 이후 공중력이 좋은 선수들을 이용해 높은 위치에서 볼을 지켜내고 그것을 받은 선수들이 공격진에서 기회를 창출하는 전략을 택했다. 만약, 그런 전술을 택할 것이었으면 정승현 등의 키가 큰 선수들을 기용하는 것이 좋은 선택일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전술적인 오차가 있었다. 전반 초반 선수들의 움직임이 확연하게 둔했고 대표팀의 주요 공격 요소인 풀백들의 오버래핑 횟수, 속도가 전보다 감소했다. 하지만 초반부터 이런 양상을 보인 것은 선수의 체력적인 문제보다는 벤투 감독이 경기 전에 자신이 추구하는 지배형 점유 전술을 지시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지난 경기들과는 달리 공격적이고 모험적인 모습을 줄이고 공을 최대한 점유하면서 상대를 분위기로써 눌러 신중하게 승부하는 전략인 것이다.
그러나 경기는 벤투 감독의 생각과 다르게 흘러갔다. 공격 전개 과정에서 패스 미스가 빈번하게 드러났다. 그동안의 아시안컵 경기에서 대한민국의 패스 미스는 매우 잦았다. 이번 경기에서는 컨디션 저하로 인하여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특히 횡패스에 비해 종패스의 성공률이 크게 떨어져 1선 공격수인 황의조 선수가 마무리 패스로부터 고립되면서 공격 전개에 큰 문제를 안겨주었다. 또한 풀백들의 오버래핑 감소로 인하여 공격 루트가 한정되었고 중원 장악력이 크게 떨어지는 경기력으로 상대 수비가 분산되지 못하여 답답한 빌드업의 연속이었다.
후반전에 들어서자 대한민국 선수들은 체력적으로 지친 모습을 보였고 많은 실수들을 범했다. 수비 집중력에서 큰 문제를 보였다. 후방 빌드업의 핵심인 수비수들은 집중력, 체력, 움직임 모두 수준 이하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기존의 문제점이었던 패스 미스는 더욱 수가 늘었다. 특히, 2선의 중앙을 담당한 황인범 선수가 피지컬적으로 압도당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볼 배급에 문제를 가졌다. 선수들의 둔한 움직임 역시 극도로 눈에 띄었고 중원 장악력에서 3선, 2선의 모든 선수들이 수준 이하의 모습을 보여주었고 결국 골을 내주고 만 대한민국은 패했다.
카타르전 경기는 대한민국의 아시안컵을 실패로 만들었다. 대회 전부터 막강한 전력을 가진 팀이라고 평가를 받았고 목표는 그저 우승이었기에 8강전 패배는 매우 쓰라리다. 대한민국 축구 팬들 역시 많은 실망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비난보다는 비판이어야 한다. 아시안컵의 실패가 대한민국 축구의 실패, 벤투 감독의 실패는 아니다. 6개월 동안 부임한 감독에게 무엇을 바라고 요구하고 그것이 이루어지지 못했다고 질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어느 누구에게도 시간은 필요하다. 이번 대회를 끝으로 적지 않은 선수들이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고 앞으로 해결할 숙제가 많아 보이는 대한민국 대표팀에 우리는 격려와 응원을, 비난 대신 비판을 주어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문화부=9기 강민재기자]
자세한 분석으로 생각해본건 처음이네요
좋은 기사 잘 보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