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이라는 나라에서 학생으로 살기는 만만치 않다. 초등학교 때부터 남들에게 뒤쳐지기 않기 위해 학원을 가야 하고 대부분의 고등학생들에게 학원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 이다. 학교를 마치고 학원 1~2군데를 들렸다오면 이미 해는 진지 오래다. 학생들의 수면권 보장과 아침밥을 먹을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판단해서 경기도 교육감이 추진한 9시 등교가 시행된지 벌써 21일이 흘렀다. 교육청은 지난 1일부터 경기도 내 2250개 초·중·고교 가운데 85.9% 수준인 1932개교가 9시 등교를 시행했다고 발표했다. 초등학교 1195곳 가운데 1106곳(92.6%), 중학교 604곳 중 543곳(89.9%), 고교 451곳 가운데 283곳(62.7%) 규모다. 이달 중에 추가로 시행하는 학교 69곳까지 합하면 시행률은 88.9%(2001개교)에 달한다는 게 교육청 발표다.
경기교육청은 9시 등교 학생을 위한 우수 교육활동 사례를 발굴하고 9시 등교 효과와 문제점을 파악하기 위해 경기도교육연구원과 정책연구를 추진할 방침이라고 했다.하지만 9시 등교는 시범학교를 통한 검증을 거치지 않은 탓에 찬반 의견이 강하게 대립되고 있다. 충분히 잠을 잘 수 있고 아침식사를 챙겨 먹을 수 있게 됐다거나, 시간에 쫓겨 통학하지 않아도 되는 등의 이유로 반기는 쪽이 있는 반면, 맞벌이 부부에겐 부담이 될 수 있고 방과 후 학교 차질, 학습시간이 줄면 학력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는 등의 우려도 만만치 않다. 심지어 국민공청회를 여는 등 정부 차원의 검토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들중 특히 맞벌이 부모들은 자녀의 등교 공백시간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 일찍 등교한 학생들을 위한 아침 프로그램을 준비하지 않은 학교의 학생들은 학업시간이 줄어들어 성적 부진이란 결과를 초래하지 않을까 우려한다. 수능이 오전 8시20분부터 시작하는 만큼 고3 수험생에겐 생활 패턴이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갑작스러운 9시 등교 시행으로 수험생의 학습 리듬에 영향을 주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9시 등교 정책이 장단점을 가지고 있지만 여론 수렴 과정을 거쳐 제대로 된 검증과 충분한 연구결과를 가지고 시행됐다면 보다 바람직하지 않았을까. 9시 등교 정책이 단지 학생들의 아침 수면시간 보장만을 위한 것이 아니듯 학생들은 9시 등교로 좀 더 여유로워진 아침시간을 자율적으로 효과적으로 쓸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학교와 경기교육청은 그 효과와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