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발생한 조류인플루엔자 사태로 인해 엄청난 숫자의 닭들이 살 처분 되었다. 이의 여파로 닭고기 값 폭등, 국산 계란이 거의 공급되지 않는 등 국민들이 초유의 사태를 맞게 되었다. 조류인플루엔자는 닭이나 오리, 철새 등 조류에게 감염되는 급성 바이러스성 전염병이다. 이 바이러스는 닭에게 특히 치명적이어서 집단으로 죽는 경우가 많다.
[이미지 제공 = 농림축산식품부 조류인플루엔자(AI)·구제역 홈페이지 http://www.mafra.go.kr/FMD-AI/main.jsp]
하지만 조류인플루엔자가 구제역보다 더욱 두려운 이유는 따로 있다. 사람도 감염될 수 있는 데다가, 고병원성일 경우 치사율이 60%나 되기 때문이다. 바이러스의 숙주 특이성에도 불구하고 조류와 사람 모두에게 감염이 일어날 수 있는 건, 바이러스에 변이가 일어났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숙주 세포에 달라붙도록 하는 단백질인 ‘헤마글루티닌(H)’은 원래 H5형으로, 사람은 감염시키지 못한다. 그러나 변이가 일어나면서 사람의 세포 표면에도 달라붙을 수 있게 바뀐 것이다. 그 결과 지금까지 전 세계적으로 500여 명이 조류인플루엔자에 걸렸고, 이 중 300여 명이 사망했다.
현재까지 조류인플루엔자가 사람 사이에서 크게 유행하지 않은 것은, 아직 이 바이러스가 사람에서 사람으로 감염되는 능력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010년 2월, UW-매디슨 수의과대학(UW-Madison) 연구팀은 PNAS에 발표한 연구결과를 통해,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사람 인플루엔자바이러스와 유전자를 교환할 수 있고 그 결과 고병원성에 전염성 또한 높은 슈퍼 인플루엔자바이러스가 나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2010년 10월, 영국 런던 임페리얼칼리지(Imperial College London) 연구팀은 2009년 유행했던 신종플루 바이러스 중 특히 치명적이었던 변종 바이러스가 다양한 호흡기 세포를 감염시킬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앞으로 더욱 치명적이었던 변종 바이러스가 나올 수 있으므로 변종 인플루엔자바이러스를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사람에게 감염되는 AI 예방법 |이미지 제공 = 농림축산식품부 조류인플루엔자(AI)·구제역 홈페이지 http://www.mafra.go.kr/FMD-AI/main.jsp]
바이러스는 과거에도 존재했고, 현재에도 존재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존재할 것이다. 인류가 이에 대한 대응으로 바이러스를 예방하는 백신을 개발하고 있고, 실제로 천연두바이러스처럼 박멸되었다고 선언된 바이러스도 있다. 하지만 바이러스가 계속해서 변이를 일으키고 있는 이상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나타날 가능성은 언제든지 열려 있다.
이례적인 조류인플루엔자로 닭들의 생매장 사태와 더불어 먹거리 파동의 양상을 보이는 지금, 철저한 방역 시스템과 대처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로 얼마 전에는 생매장된 닭이 사후 처리가 잘 안 되어서 들개에 의해 먹히고 있는 상황이 포착되었다. 이처럼 아직은 조류인플루엔자에 대한 사후 처리 방법과 환경이 열약한 실정이다.
하지만 이런 대책이 사람이 가장 우선이고, 가장 소중하기 때문이라는 이기심에서라면 곤란하다. 그런 오만함이 바이러스를 핑계로 수많은 닭을 생매장하는 현실을 만들었고, 앞으로 새로운 전염병의 창궐이라는 더 큰 시련의 기폭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생매장 이후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실정 속에서, 우리는 바이러스의 진화라는 벽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IT과학부=4기 신온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