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촬영=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3기 이세빈기자, ⓒ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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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이 있는 방송. 희망찬 내일을 준비하는 방송. 여기는 경명여자중학교 교육방송국입니다. KMBS."
매일 등교 시간에 맞춰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경명여중 KMBS의 아침방송. 예쁜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교실에 울려 퍼지고 최신 가요가 들려오면 어느새 아침잠은 달아나고 오전 수업을 위한 준비를 시작하게 된다. 점심시간에도 오후방송을 통해 더욱더 즐거운 점심시간이 되도록 해준다. 또한 학교에서 각종 행사가 있을 때마다 원활한 진행을 위해 직접 발로 뛴다.
현재 경명여중에서 방송부의 역할은 매우 크고 중요하다. 그러나 KMBS의 방송부원들은 학교에서 방송부를 제대로 대우해주지 않는다며 원망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경명여중에서 방송부는 어떤 취급을 받고 있는지 무엇이 이들을 이토록 서럽게 만들었는지 알아보기 위해 현 KMBS의 2, 3학년 방송부원들을 만나보았다.
"재작년 간부수련회에서는 저희 방송부 숙소에 침대가 부족했습니다. 저희 방송부는 총 18명인데 8인실을 2개 주시는 덕분에 방송부원 중 2명은 침대가 아닌 바닥에서 자야 했습니다."
지금까지 방송부에 대한 학교 측의 대우에 대해 묻는 말에 현 KMBS 3학년 PD 정○○ 학생은 억울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 당시 간부수련회에 없었던 사람들이 들었을 때에는 그 말이 의아할 수도 있다. 학교와 수련원의 사정상 그런 상황이 생길 수도 있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방송부원들은 당당히 말을 이었다. 자신들이 화가 나는 것은 단순히 방송부 숙소의 침대가 부족했던 것만이 아니라 그때 선도부 숙소에는 약 3개의 침대가 남아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방송부는 침대가 부족하고, 선도부는 침대가 남고······. 만약 그때 그런 상황이었더라도 선생님들께서 방송부 두 명은 잘 때만 선도부방에 가서 자는 것은 어떻냐고 저희를 위해 한 마디라도 해주셨다면 그 일을 이렇게 마음속에 담아두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3학년 방송부원들에 따르면 간부수련회에서의 방송부에 대한 차별은 해마다 느껴졌다고 한다. 애초에 선생님들께서는 간부수련회를 가기 전부터 '방송부는 간부도 아닌데 고생한다고 특별히 데려가주는 것이다', '방송부는 간부가 아니기에 원래 간부수련회를 못 가는데 끼워주는 것이다'라는 뉘앙스(nuance)로 말씀하시니 방송부 입장에서는 매우 속상하고 의기소침해진다고 한다. 또 그러한 이유로 간부수련회에 대한 불만도 당당하게 건의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미지 촬영=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3기 이세빈기자, ⓒ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제발 저희 방송부도 각 반 실장, 부실장이나 선도부처럼 배지를 만들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간부수련회에서 소외감이 드는 것은 둘째 치고 행사 준비할 때마다 너무 불편합니다."
현재 경명여중에서는 학생들이 교무실을 출입할 때 각 반에 2개씩 배치되어있는 교무실 출입증을 목에 걸어야만 한다. 그러나 각반 실장, 부실장이나 선도부원들은 교무실 출입증이 필요 없다. 그들은 당선과 동시에 학교로부터 배지를 수여받는다. 그리고 학교 측에서는 교무실을 드나들 일이 많다고 배려해주는 차원에서 그 배지를 달고 있으면 자유롭게 교무실을 출입할 수 있게 해준다.
그러나 방송부에게 그러한 배려는 오지 않는다고 한다. 방송부가 교무실을 출입할 일이 더 많은데도 말이다. 교내에서 행사가 주로 진행되는 장소는 강당이다. 경명여중의 학교 구조 상 방송실에서 강당으로 가기 위해서는 교무실을 통과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건물을 한 바퀴 돌아서 가야만 하는데 강당에서 행사가 진행될 때 방송부는 그 누구보다 바쁘고 정신없는 상황. 절대 건물을 한 바퀴 돌아서 이동할 여유가 없으며 당연히 각자의 교실로 가서 교무실 출입증을 매고 교무실을 통과할 여유도 없다는 것이다.
현 KMBS 2학년 엔지니어 박○○ 학생은 "교무실 출입증을 매지 않고 교무실에 들어가면 선생님께 꾸중을 듣습니다. 그러나 저희에게는 교무실 출입증도, 배지도 없습니다. 어쩔 수 없이 그냥 들어가야만 하는데 그때마다 너무 눈치가 보여서 최대한 방송부인 것을 티 내려고 마이크나 마이크 선을 챙겨서 들어가곤 합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현 KMBS 3학년 아나운서(1) 이○○ 학생은 "그렇게 방송부인 것을 티 내도 '방송부이면 그냥 들어와도 되냐'며 뭐라고 하시는 선생님들도 계십니다. 배지를 만들어주기 어려우시다면 방송실에 교무실 출입증이라도 배치해주셨으면 합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방송부원들은 교내 행사 중에도 억울하고 서러운 일이 많다며 울분을 터뜨렸다. 경명여중은 오랜 전통을 지닌 학교이다 보니 오래된 방송기기 탓에 행사 도중에 문제가 생길 때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모든 것은 방송부원들의 책임이 된다는 것이다. 아무리 선생님께 방송기기 문제라고 말씀드려도 다른 선생님들과 학생들의 화살은 돌릴 수 없다는 것이 그들의 처지였다.
현 KMBS의 부장이자 3학년 아나운서(2) 이○○ 학생은 "방송사고가 일어나면 일단 다른 학생들과 선생님들은 저희 방송부가 있는 강당 2층의 방송 부스를 올려다봅니다. 그럴 때마다 너무 속상합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현 KMBS 3학년 아나운서(1) 이○○ 학생도 입을 열었다. "맞습니다. 어떻게 보면 그 시선들은 당연한 것이기도 하지만 열악한 방송 환경에서도 항상 최선을 다하는 저희 방송부 입장에서는 속상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무도 저희의 상황을 알아주고 이해해 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어 "그런데 반대로 원활하게 행사가 진행될 때에는 아무도 저희 방송부를 알아주지 않습니다. 평소에는 당연한 것으로 여겨져 딱히 눈에 띄지 않는 그저 그림자 같은 존재입니다."라고 속상함을 드러냈다.
그리고 행사가 시작되기 전이나 끝난 후에 가끔씩 선생님들이 방송부에게 시키시는 강당 청소, 의자 닦기 등은 지치고 속상한 방송부원들을 더욱 서럽게 만든다고 덧붙였다.
경명여중 KMBS의 방송부원들이 원하는 것은 그리 특별하지 않았다. 그들이 원하는 대우는 특별한 보상을 주는 것도, 엄청난 혜택을 주는 것도 아니었다.
"가끔씩 교내 행사가 끝나고 몇몇 선생님께서 저희에게 수고했다고 말씀해주실 때가 있습니다. 저희는 그 말이 정말 따뜻하게 느껴집니다. 행사를 진행하다 보면 정말 힘들고 지치고 스트레스받을 때가 많은데 끝나고 그런 말을 들으면 큰 위로가 됩니다. 그런 선생님들께 가장 감사합니다."
경명여중 방송부원들이 원하는 대우는 앞으로 자신들이 방송부로서 즐거운 마음으로 더 열심히 일하기 위한, 그럴 수 있게 만들어줄 학교 측의 작은 배려, 관심, 그리고 따뜻한 말 한마디였다. 실장, 부실장이나 선도부처럼 앞장서서 주도하지는 않지만 뒤에서 묵묵히 최선을 다하여 일하는 방송부로서의 최소의 권리를 원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사회부=3기 이세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