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겨울방학, 설레는 마음 가득 싣고 오랜만에 떠나는 가족 여행. 예쁜 바다와 아름다운 자연환경이 일품인 제주라면 마음 깊숙이까지 힐링을 즐기고 올 듯했다. 흐린 날씨로 비행에 문제가 생기진 않을까 걱정하는 마음을 가지고 청주공항으로 떠났는데, 처음으로 비행기를 타보는지라 여행 전부터 긴장과 두근거림으로 한껏 부푼 마음을 가지고 비행기에 올랐다. 하늘 위로 눈 깜짝할 새 뜨는 비행기에 먹먹해진 귀로 두 눈을 꼭 감았다가 뜨자, 따스한 햇살이 비치는 창문 너머에 모습은 감탄을 일삼을 수밖에 없었다. 눈앞에 펼쳐진 푸른 바다와 솜뭉치 같은 구름이 너무나도 예뻤다. 이제 본격적인 힐링의 섬, 제주로 떠나보자.
[이미지 촬영=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5기 박정민기자]
제주도에 도착해 가장 먼저 보았던 건, 서귀포시에 있는 쇠소깍. 검색창에 '제주도 가볼 만한 곳'을 치면 10위 안에 들 정도로 보고 있기만 해도 가슴이 뻥 뚫릴 듯한 파란 바다가 예술이다. 이 쇠소깍은 제주 방언으로, 쇠는 '효돈 마을'을 소깍은 '연못'을 뜻한다고 한다. 마치 소가 드러누운 모습의 이 연못은 자연하천으로 하천과 바다가 만나는 지점에 형성되어 있다. 많은 관광객들이 이곳을 찾는 또 하나의 이유, 제주 현무암 지하를 흐르는 물이 분출하는데 바닷물과 만나 깊은 웅덩이를 형성해 바닷물이 분수처럼 솟아오른다. 가만히 바라만 볼 수 없어 솟아오르는 물줄기에 손도 대어 보고 열심히 사진도 찍었다. 오랜만에 보는 겨울 바다가 이렇게나 영롱하고 아름다우니, 좀처럼 쉽게 다음 장소로 발걸음을 뗄 수 없었다.
[이미지 촬영=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5기 박정민기자]
쇠소깍에서 한참을 달려 도착한 이곳은 '신천 목장'이다. 절벽 위에 위치해 아주 매서운 바람이 불었지만, 눈 앞에 펼쳐진 제주도의 이색적인 풍경에 한 번 놀랐다. 자유롭게 뛰노는 동물들 사이로 저 멀리까지 귤껍질이 퍼뜨려진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게다가 코끝으로 스치는 말린 귤의 향기는 더욱 짙고 향긋했다. 여름에는 한우를 방목하고 겨울에는 이렇게 감귤의 껍질을 말리는데, 많은 감귤들은 육지로 나가고 일부 말린 감귤은 다른 용도로 사용을 한다. 절벽 밑에 철썩이는 파도 소리와 감귤의 향기로운 내음을 즐기니 '내가 정말 제주에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제주도의 해안 도로를 따라 차로 이동하던 중, 바닷가에서 제주의 상징인 해녀 분들을 뵈었다. 텔레비전에서만 보았던 까만 해녀복을 입고 많지 않은 수의 할머니들께서 물질을 하러 바다로 들어가고 계셨다. 제주의 해녀는 세계적으로 희귀한 존재로서 끈질긴 생명력과 강인한 개척정신으로 어려운 작업 환경을 이겨내고 생계를 이어갔던 제주 여성의 상징이라고 한다.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나는 숙연해졌고, 점점 사라져가는 해녀의 역사를 지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지 촬영=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5기 박정민기자]
예쁜 자연경관을 본 첫째 날에 이어 제주도 여행의 둘째 날이었다. 배를 타고 오분에서 십 분쯤 이동하자 또 다른 섬인 우도에 도착했다. 우도는 제주특별자치도의 부속도서 중 가장 면적이 넓은 섬이고, 섬의 형태가 소가 드러누웠거나 머리를 내민 모습과 같다고 하여 우도라고 이름이 지어졌다고 한다. 한창 방영하였던 '푸른 바다의 전설'의 드라마 촬영지로도 유명한데, 그에 걸맞게 각각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는 아름다운 바다들을 여기서 볼 수 있다.
난생처음 검은 돌 사이에서 하얀 모래가 찬란히 빛나는 백사장도 보았는데, 이곳은 많은 관광객들이 발길을 멈추는 '검멀레해변'이다. 폭이 1백여 미터에 달하는 작은 해변이지만, 검은 모래사장을 뛰어 바다로 향하면 금방이라도 손에 잡힐 듯한 태양과 해변 끝에 고래가 살았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신비한 곳이다. 해변의 특이한 이름의 유래로는 현무암이 부서져 검은빛을 띠는 모래를 보고 제주말인 '검멀레'로 부르기 시작하였다고 한다. 이 해변 끝으로 향하면 동굴의 떨어지는 물을 받아 마실 수 있는 즐거운 체험도 할 수 있다.
검멀레해변 바로 옆에 있는 '검멀레해변 동굴'은 더 재미나다. 소의 콧구멍을 닮았다 하여 붙여진 ‘검은 코꾸망’이라는 수중 동굴이 있는데, 밀물 때는 동굴의 윗부분밖에 볼 수 없지만 물이 빠지면 동굴의 전체를 볼 수 있다. 그 동굴을 지나면 또 하나의 동굴이 더 나타난다. 동굴 내부가 온통 붉다 하여 ‘붉은 코꾸망’이라고 부른다. 검멀레 해수욕장의 얽힌 신기한 유래와 살아 숨 쉬는 자연을 함께한다면 시간 가는 줄 모를 것이다.
[이미지 촬영=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5기 박정민기자]
여행하면 빠질 수 없는 음식. 그동안 한 번도 먹어보지 못했던 톳 무침 요리와 제주의 자랑인 해녀가 물질해온 전복 등의 푸짐한 해산물을 맛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 흑돼지 삼겹살도 난생처음 먹어보았다. 제주도에서는 일명 똥돼지라고도 부르며 사람의 인분을 먹여 사육하였는데 그런 특이한 사육 방식으로 돼지의 질병에 대한 저항력과 면역력을 강화시켰다고 한다. 흑돼지와 얽힌 이야기를 듣고 나니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면 금방이지만 여러모로 육지와 많이 다른 생활방식과 문화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섬의 신비함이 더욱 느껴졌던 것 같다.
단 세 장의 사진으로 그때의 모습을 다 표현할 수는 없지만, 제주도는 정말 예쁜 자연환경을 즐길 곳이 많은 것 같았다. 분명 같은 나라이지만 사뭇 다른 나라인 것 같이 느껴진 제주도를 직접 여행하고 그곳에서 가족들과 좋은 추억을 쌓은 것 같아 정말 기뻤고, 겨울방학을 어느 때보다 알차게 보낸 것 같다. 이번 여행을 통해 제주는 내게 나중에라도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번 꼭 가고 싶은 여행지가 되었다. 평소 일에 지치셨던 부모님께서도 제주의 후한 인심과 한적한 분위기에 만족해하셨다.
사시사철 언제 떠나도 예쁜 제주도. 경쟁에 치여 빠르게 뛰던 걸음을 잠시 멈춰보자. 그럼 제주도가 그런 지쳐있던 몸과 마음을 보듬고 달래줄 것이다. 나의 곁에 있는 가족, 친구, 연인까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제주의 매력에 푹 빠지러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문화부=5기 박정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