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다 한 번쯤은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를 들어봤으리라 생각한다. 그만큼 그 두 작품은 대중성이 뛰어나며 유명하다. 기원전 9세기 경 호메로스에 의해 집필된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는, 그 뛰어난 작품성으로 지금까지도 기억되며 출판되고 있다. 그만큼 그 두 작품을 다루고 각색한 작품들은 고대에서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나오고 있다. 그 중 요새 출간되며 큰 열풍을 불러온 작품을 하나 소개한다. 바로 매들린 밀러의 <키르케>다.
[이미지 촬영=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15기 송준휘기자]
오디세이아 속 키르케는 지중해의 아이에이에 섬에 홀로 살고 있는 마녀이다. 냉정한 그녀는 자신의 섬에 있는 약초들과 생물들을 이용해 가공할 마법을 부린다. 가령 그녀는 자신의 섬에 도착한 오디세우스의 일행들을 돼지로 만들었는데, 만약 오디세우스가 여행자의 신 헤르메스의 도움을 받지 못했다면 저항하지 못했을 마법이었다. 그녀는 비단 오디세이아에만 등장하지 않고 다양한 문학작품에서 그 모습을 보인다. 가령 아르고호 원정대에서 그녀는 메데이아의 죄를 씻어 주는 인물로 나타나기도 한다. 그만큼 그리스 신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인물이며, 유명한 마녀 중 한 명이다.
그런 키르케를 매들린 밀러는 다른 시각으로 재해석했다. 그녀는 키르케를 외딴 섬에 홀로 살고 있는 차가운 마녀가 아니라 성장하는 여신으로 묘사했다. 그리스 신화 속 키르케는 사람들을 짐승으로 만들며, 위대한 영웅의 발걸음을 1년이나 지체시키는 마녀였지만, 매들린 밀러는 그녀를 다르게 바라봤다. 그녀에게 키르케는 자신만의 정의를 찾아 나가는 여신이었으며, 정체된 신으로 남기 보다는 유동적인 인간이 되기를 선택한 여신이었다.
제목인 <키르케>답게 이 소설은 키르케의 생을 묘사한다. 유년 시절의 그녀가 어떻게 자라나고 마녀가 되었는지, 그러한 그녀의 성장을 다뤘다. 그리스 신화에서 키르케는 주인공이 아니다. 그녀는 그저 영웅들을 보조하거나 뛰어넘어야 할 관문으로 묘사된다. 그러나 매들린 밀러는 키르케 그 자신에게 주목했다. 그녀가 어떻게 변화하고 나아갔는지, 온전히 키르케에게 주목하며 그녀의 시간들을 다뤘다.
매들린 밀러는 그리스 신화에서 스쳐 지나갔던 키르케의 묘사를 이용해 그녀를 그려 나간다. 또한 키르케라는 인물로 신화의 추악한 면을 담담하게 묘사하기도 한다. 그렇기에 필자는 그리스 신화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분명 이 책도 좋아할 것이리라 확신한다. 그만큼 매들린 밀러의 키르케는 매력적이며, 그 세계는 섬세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리스 신화를 다르게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문화부=15기 송준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