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의 언어문화에 관한 나의 생각 - <뻐카충, 오나전 짜증나!>
총 4명의 친구에게 카톡을 보냈다. [야. 뻐카충, 오나전 짜증나지 않냐? 그리고 그들의 반응을 요악해 보자면 다음과 같다.
a. 뻐카충 뻐킹 피카추 오 나의 전진 b. 네 말투 왜 그래? c. (읽씹) d.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x100 |
가장 먼저 A는 ‘뻐카충’과 ‘오나전’을 아예 들어보지도 못한 눈치였다. 위의 제시한 답변 말고도 A는 스스로의 상상력을 펼쳐 많은 예상 답변들을 내놓았다. B의 답변은 사실 필자의 자체 검열과 언어 순화가 절실히 필요했다. 내가 쓴 단어들에게서 깊은 반감을 느꼈는지 몇 시간 정도를 줄임말과 오타로 답장을 일관했다. C는 말 그대로 내 메시지를 ‘읽씹’했다. 읽씹이란, 읽고 씹다의 준말로 카카오 톡이나 문자를 확인하고 나서도 일부러 답장하지 않는 것을 뜻한다. 쉽게 말하자면 가볍게 무시한 것이다. 마지막 D의 경우에는 C와 다를 바가 없다. 답장을 하고 안 하고의 차이일 뿐, 내 단어 선택을 비웃은 건 똑같을 테니까 말이다.
어른들은 말한다. 청소년의 은어 사용은 올바른 한글 사용에 큰 영향을 미친다며, 청소년 언어문화에 대해 목소리를 높인다. 뻐카충, 오나전을 검색해 봐도 이와 관련된 기사만 수십 개가 나온다. 하지만 이런 어른들에게 청소년들은 묻고 싶다. 뻐카충이, 오나전이, 파덜어택(아버지(파더·father)에게 혼난다(어택·attack)’는 의미로 사용되는 신조어.)이 대체 뭐예요? 우리는 우리도 모르게, 모든 말을 줄여서 쓰지 않으면 입에 가시가 돋는 ‘요즘 아이들’이 되어있던 것이다.
어른들의 시선이 마냥 비뚤어졌다는 뜻은 아니다. 그렇다고 청소년의 입장을 두둔하고자 하는 것은 더욱 아니다. 여전히 어른들이 모르는 청소년의 언어가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청소년의 은어 사용에 문제점이 아예 없다고 할 수 없다. 단지 은어 사용을 비판하기 위한 은어가 많다는 점을, 필자는 말하고 싶은 것이다. 청소년의 입장에서도 어른들의 메시지를 볼 때 이해할 수 없는 말들이 분명 존재한다. 모든 집단에게는 그들만의 은어가 있다. 그것은 언어의 일부고, 또 하나의 문화다. 은어가 가지고 있는 역기능만큼, 순기능도 크게 작용하기 마련이다.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도, 무작정 비판하고 배척하는 것도 올바른 태도와는 거리가 멀다.
한 단계 나아가자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대화’다. 흔히들 말하는 요즘 아이들과 어른들 간에는 소통이 부족하다. 언어문화의 한계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의 생각을 들어봐야 한다. 먼 주제라고 생각될 수도 있겠지만, 사실 소통의 부재로부터 발생된 이야기나 마찬가지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소통과 대화, 그리 어려운 것은 아니지 않은가. 모두에게는 던지고 싶은 많은 질문들이 있다. 모두들 각자의 마음을 열고, 그 질문들을 하나둘씩 던져보는 것은 어떨까.
P.S. 참고로 - 답장은 필수이자 예의다. 부디 읽씹 하는 일은 없길 바란다!
고양예술고등학교 2학년
이유진 기자
luzin52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