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외국어고등학교 1학년 박현진< xml: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
대한민국에서 학생으로 살아가기란 그리 쉬운 일은 아닌 것처럼 보인다. 새벽부터 일어나 아침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덜컹거리는 버스를 타고 손에 쥔 영어 단어장을 보며 학교에 간다. 아침밥과 충분한 수면이 학생들의 공부에 도움을 준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두뇌의 인지능력을 향상시켜 학업 수행 능력에 긍정적 효과를 줌으로써 성적 향상에 기여한다는 연구결과들을 많이 접할 수 있다. 아무리 학생의 본분이 공부하는 것일 지라도, 학생들에게는 따뜻한 아침밥과 충분한 잠이 가장 기본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되어서 지난 9월 1일부터 시작된 9시 등교에 경기도내 초·중·고교 2,250개의 93.6%인 2,107개교가 하면서 많은 사람들 사이에 논쟁이 되고 있다.
가장 큰 논쟁은 ‘아침밥을 먹고, 충분한 수면시간을 가지는 것’ 이라는 본질적 취지를 9시 등교 제도가 잘 지키고 있느냐였다. 9시 등교를 시작한 지 2주가 된 날, 조사 결과를 분석해보니 9시 등교 이전과 별반 다를 것 없이 학생들은 아침밥을 먹지 않았고, 충분한 잠을 자지 못했다. 이는 대한민국 교육 현실의 악순환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경기지역 학부모 대상 모바일 공동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경기도 학부모 다섯 명 중 세 명은 9월 1일부터 실시하고 있는 ‘9시 등교’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나타냈다. 수능에 맞춰서 신체 리듬을 만들기 까지 하는 학생들에게 있어서 등교시간과 하교시간의 조정은 번잡하고 버거운 일로 다가 왔다. 이 논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9월 13일 오전 9시에 학부모 두분, 교사 두분, 학생 두 명과 함께 자유로운 인터뷰를 하게 되었다.
학생, 학부모, 교사 모두 찬성과 반대로 갈리었다. 그들의 의견을 정리를 해보자면 이렇다. 학생들은 우선 9시등교라는 것의 취지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인식하였다. 그러나 자신들이 처한 교육환경과 사회 분위기 속에서는 이 제도가 궁극적 목적을 실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입장을 드러냈다. 또한 시간이 금인 고등학생들에게는 경쟁구도의 입시제도 아래에서 조금이라도 시간을 아끼기 위해 잠을 줄이고, 부모님과 함께 등교하는 등의 전략들이 이미 자리 잡은 상황에서 많은 부담감을 준다고 생각하였다. 교사들은 아침에 자습을 하거나 보충수업을 할 당시에는 졸거나 집중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많았는데, 그 시간을 없애고 수업시간에 충실한 태도로 임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수능이 코앞으로 다가온 수험생들에게는 생체리듬을 맞추는 데 있어서 무리가 따른다는 입장을 밝히었다. 학부모들도 마찬가지다. 각자 가정의 상황에 따라 개인차가 있겠지만, 가장 고려하는 것은 학생들의 공부와 집중력이었다.
문제를 없애려고 만든 제도는 오히려 새로운 문제를 끌어왔다. 9시 등교는 일몰 후 하교를 가져왔고, 많은 학생들에게 자유라는 포장 안에 새로운 부담감을 담아주었다. 지금, 대한민국 학생들에겐 ‘시간’이 모자라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사회에서는 학생들에게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고 또 기대한다. 어른들은 9시 등교라는 제도를 최선책이라고 생각하기 이전에 본질적으로 어떤 점이 대한민국 교육 현실에서 모순점을 가지고 있는가를 더 숙고해보아야 했다. 등교 시간이 늦춰 졌음에도 불구하고 아침밥을 먹지 않는 학생들, 잠을 보충하지 않는 학생들에게 그 모순점이 있는 것일까? 학생들이 아침밥을 ‘안’ 먹는 것이 아니고 먹지 ‘못’ 하는 것은 아닐까? 잠을 ‘안’ 드는 것이 아니고, ‘못’ 드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