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황토로 무엇을 만들 수 있을까? 여기에 ‘직물’이라는 다소 생뚱맞은 대답을 턱하니 내놓은 작가가 있다. 전시 <Ocragela : 네덜란드 지속가능한 디자인>으로 만난 채수원 작가이다. 전시회의 제목이기도 한 ‘Ocragela(오크라겔라)’는 황토를 뜻하는 ‘ochre’과 젤라틴을 뜻하는 ‘gela’의 합성어로 오로지 붉은 황토, 젤라틴, 글리세린, 물로만 만들어진 신소재이다. 채수원 작가는 직접 개발한 오크라겔라를 통해 디자인 분야에서 자연 친화적인 신소재라는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이미지 촬영=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정예인 대학생기자]
채수원 작가는 디자이너란 단순히 생산 시스템과 소비자 사이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생산 과정을 소비자와 연결하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설명한다. 과거 생산부터 소비까지의 과정을 함께하고, 그에 희생된 가축의 넋을 기리는 의식을 행하던 고대 인류의 문화를 오마주 하며 제품 생산 과정을 소비자에게 연결하고자 하였다. 가장 자연적인 재료인 붉은 황토를 이용한 신소재 개발 역시 이러한 작가의 신념에서 연결된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신소재 개발의 단초가 된 ‘The Pig Trapped in the Cube’ 비디오 전시부터 작가가 오랜 실험을 통해 발전시켜온 오크라겔라의 단계별 모습을 접할 수 있다. 세세한 설명과 함께 전시된 오크라겔라 샘플들은 직접 만져볼 수 있다.
[이미지 촬영=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정예인 대학생기자]
벽면에는 오크라겔라로 만들어진 직물, 텍스타일이 전시되어 있다. 더 안쪽으로 이동하면 오크라겔라와 나무 가구를 결합한 ‘오크라겔라 애니마 03, 스툴’을 볼 수 있다. 이는 동물 가죽을 대신할 친환경 소재로서 오크라겔라의 가능성을 시사해 준다.
[이미지 촬영=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정예인 대학생기자]
이중문으로 단절시킨 전시장 한 편에는 채수원 작가의 라이브 작업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이 공간은 작가의 네덜란드 작업실을 축소한 형태로 재현한 것이다. 3월 16일까지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 정오부터 오후 4시까지 작가의 라이브 퍼포먼스를 관람할 수 있다.
작가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것도 이번 전시의 매력 중 하나다. 라이브 작업 공간 앞쪽에 마련된 안내판의 QR 코드 또는 셀린박 갤러리 홈페이지를 통해 작가에게 직접 질문을 남길 수 있다. 홈페이지에서 전 관람객들이 남긴 질문과 작가의 답변, 유튜브로 작가의 라이브 퍼포먼스를 관람할 수 있다. 미리 살펴보고 간다면 더욱 풍요로운 관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Ocragela : 네덜란드 지속가능한 디자인> 전시는 3월 31일까지 압구정 아이러브아트센터 4층 셀린박 갤러리에서 만날 수 있다. 네이버 예약으로 입장 시간대별로 예매할 수 있다. 관람 시 작가가 직접 녹음한 전시 설명을 제공하므로 이어폰을 준비해 가면 설명을 들으며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문화부=2기 대학생기자 정예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