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촬영=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4기 장지윤기자]
지나가는 사람을 아무나 붙잡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시인이 누구인지 묻는다면, 꽤 많은 사람의 입에서 ‘윤동주’라는 이름이 나올 것입니다. 1917년부터 1945년까지, 약 30년을 짧게 살다 간 윤동주 시인은 일제의 탄압 속에서도 우리글로 시를 쓰며 마지막 순간까지 일본에 대한 저항의식과 독립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았던, 그리고 늘 자신의 소극적인 태도에 부끄러움을 느꼈던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저항시인 중 하나입니다.
그런 시인의 이야기를, 서울 예술단에서 ‘윤동주, 달을 쏘다’(이하 윤달쏘)라는 제목의 가무극에 담아냈습니다. 2012년 초연 후 수많은 관객과 언론의 찬사를 받으며 어느덧 사연까지 달려온 ‘윤달쏘’는 5년의 시간이 흐른 만큼 더욱 높아진 완성도를 자랑합니다.
[이미지 촬영=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4기 장지윤기자]
배우들 역시 이에 걸맞게 캐스팅되었습니다. 윤동주 역에 박영수, 송몽규 역에 김도빈, 강처중 역에 조풍래 배우 등 이전부터 ‘윤달쏘’와 함께했던 배우들이 다시 합류하여 한층 깊이 있는 연기를 선보이고 있으며, 새로운 윤동주로 캐스팅된 온주완 배우 역시 예상을 훨씬 넘어서는 호연으로 관객들로 하여금 어떤 배우의 윤동주를 봐야 할지 고민에 빠지게 만듭니다. 서울 예술단 하면 빠질 수 없는 단원들의 합창과 군무 역시 극에 큰 힘을 실어줍니다. 이들에 의해 무대 위에서 피어나는 노래, 춤, 시, 그리고 시인의 이야기는 지금까지 그래왔듯 관객들의 마음에 깊은 울림을 선사합니다. 윤동주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놓칠 수 없는 극이지요.
하지만, 사실 저에게 있어서 이 공연은 완벽한 극은 아닙니다. 오히려 중간중간 장면 연결이 어색한 부분이 있었고, 인물 활용이 잘 되지 않는다고 느끼기도 했습니다. 내용 역시 제가 기대했던 것과는 조금 달랐고요. 하지만 극 내내 드러나는 시인의 독립에 대한 열망은 저에게 이 극을 본 것이 좋은 선택이었다는 확신을 주었습니다. 특히 많은 이들에 의해 명장면이라고 꼽히는, 시인이 ‘별 헤는 밤’을 읊은 후 모든 배우들과 메인 넘버 ‘달을 쏘다’를 부르는 장면은 압도적이라는 말로밖에는 표현할 수 없었습니다. 고통스러운 몸짓으로 한 자 한 자 외치듯 시를 내뱉는 모습을 보면서 단지 아름답다고만 생각했던 ‘별 헤는 밤’이 이렇게 처절한 시였나 싶었고, 무대는 물론 객석 통로에까지 서서 합창하는 배우들을 보면서 마치 저도 그 시대를 살던 사람이 된 것만 같았습니다. 그 20여 분의 시간은 제가 그동안 아쉽다고 느꼈던 모든 부분들을 녹여버리기에 충분했고, 덕분에 행복하고 벅찬 마음으로 공연장을 나올 수 있었습니다.
[이미지 촬영=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4기 장지윤기자]
얼마 전 국어 수업에서 윤동주 시인이 창씨개명을 하고 일본으로 유학을 갔음에도 우리가 그를 높이 평가하며 그의 부끄러움에 공감하는 이유는 그가 끊임없이 조국의 독립을 간절히 바라고 믿었기 때문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우연히 보게 된 이 극에서 저는 시인의 독립에 대한 염원과 희망을 가슴 깊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윤동주, 달을 쏘다’는 4월 2일까지 예술의 전당 CJ 토월 극장에서 공연됩니다. 윤동주 시인 탄생 100주년인 올해, 시집뿐 아니라 공연장에서도 그와 그의 시를 만나보세요.
[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사회부=4기 장지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