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겨울 속 따뜻한 전통의 시작, 외고연합공연 “White Noise”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방법은 다양하다. 매년 그래왔듯이 우리의 영원한 친구 케빈과 함께 할 수도 있고 귤과 이불의 콤비 속 뜨거운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그러나 2015년 크리스마스를 그 누구보다도 의미 있게 보낸 사람들이 있었으니, 바로 제 1회 외고연합 공연 “White Noise”에 참가한 학생 밴드들과 그들을 응원하러 온 관객들이다.
12월 25일 금요일 오후 3시. KBS2 탑밴드2 준우승에 빛나는 로맨틱펀치를 비롯한 많은 밴드들의 단골 공연장으로 뛰어난 음향시설을 자랑하는 이대 퀸라이브홀에는 관객들이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주최 측에서 예상한 관객 수의 1.5배에 육박하는 총 147명의 관객이 당일 공연장을 찾았다. “White Noise”는 과천외국어고등학교(이하 과천외고) 밴드 동아리인 CLIOPE(대표 이지민)와 LED(대표 김도후), 경기외국어고등학교(이하 경기외고) 편곡동아리 COD(대표 유승배)의 합동 공연으로 꾸려졌다.
COD의 대표이자 이번 공연의 총 기획을 맡은 유승배 학생(경기외고2)은 경기도의 모든 외국어고등학교에 연락을 했지만 일정 합의 등의 여건 상 문제 탓에 과천외고만이 함께 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그가 공연을 기획하게 된 계기는 연주자들에게는 학교 밖에서 공연할 기회를, 관객들에게는 신선한 경험을 선물하기 위해서였다.
<유승배 학생(우)=사진제공:유승배>
이렇게 뭉친 세 팀은 각각 최근 1,2년 사이에 공연했던 곡들 중 선곡한 후 리스트를 공유해 겹치는 곡을 조정했다. 유승배 학생은 COD가 연주한 열 곡이 넘는 노래들 중 하동균의 ‘From Mark’에 가장 애착이 간다고 전했다. “우리 학교 학생들은 악기를 오래 접하지 않은 친구들도 많고 특성상 연습할 시간도 부족해 최대한 쉬우면서도 임팩트를 줄 수 있는 편곡을 하는 것이 최대 목표였거든. 그런 면에서 이 곡이 가장 원하는 방향으로 편곡이 잘 된 것 같아 만족스러워.”
3시간 동안의 열정적인 공연이 끝난 후 관객들은 앵콜을 외쳤고 유승배 학생은 쑥스러워 하면서도 즉석에서 기타를 치며 데미언 라이스의 ‘The Blower’s Daughter’, 영화 “Once”의 대표곡인 ‘Falling Slowly’를 선보였다. 그 다음에도 관객들이 자리를 떠나지 않자 과천외고 LED가 경기외고 COD가 공연한 브로큰발렌타인의 ‘알루미늄’을 연주하고 COD가 LED가 공연한 로맨틱펀치와 내귀에도청장치의 ‘몽유병’을 연주해 공연의 열기를 한껏 달아오르게 했다.
마침내 공연이 끝나자 연주자들과 관객들은 어우러져 사진을 찍고 이야기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COD의 키보드를 맡은 김창규 학생(경기외고2)은 “관객들이 입장대기 줄을 서 있을 때 ‘외고가 해봤자 얼마나 재미있게 하겠어’라는 말을 들었어. 그렇게 외고 학생이면 하루 종일 공부만 하고 재미도 없을 거라는 편견이 있는 것 같은데 오늘 그 편견을 깬 것 같아 기뻐.”라고 말했다. 유승배 학생은 “재정관리나 기획 같은 게 힘들었는데 각 팀의 대표들과 퀸라이브홀 사장님이 정말 잘 도와주셔서 잘 끝낼 수 있었어. 그리고 공연은 연습한 만큼 보답이 오게 되어 있으니 내년에 후배들도 열심히 연습해서 공연을 잘 마쳤을 때의 그 희열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어. 그 기분을 알면 아무리 힘들어도 재밌거든.”이라고 밝히며 제 2회 외고연합공연에 대한 기대를 보였다.
비록 공연 이름은 “White Noise(소음)”이었지만 겨울 추위조차 잊게 만든 열정으로 공연에 임한 연주자들과 관객 덕분에 “White Harmony(화음, 화합)”가 된 무대였다. 제 2회, 제 3회 외고연합공연에는 더 많은 팀들이 참가하여 더욱 풍성한 공연이 되기 바란다.
2기 문화부 한새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