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770억 마리의 동물들이 음식으로 가공되고, 1억 마리의 동물들은 의류의 가죽과 털을 위해서 죽는다고 한다. 물질만능주의가 만연한 자본주의 세상의 공장화 된 시스템 속에서 사람들은 기억할 수도 없이 많은 수의 음식을 섭취하고 의류를 사 입지만, 그 과정에서 죽임을 당하는 동물들에 대해서는 간과하기 십상이다. 채수원 작가의 ‘오크라겔라’는 공장식 생산시스템을 비판하고, 과정은 중요시하지 않고 자신이 필요한 제품에만 관심을 갖는 과정에서 식어가는 창의성을 일깨워 주기 위한 ‘미디엄’이다. ‘오크라겔라’는 작가가 직접 고안한 재료로, 젤라틴, 글리세린, 황토 그리고 물을 배합해 만든 염료이다.
[이미지 촬영=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민찬욱 대학생기자]
젤라틴은 도축된 돼지의 인대와 뼈의 찌꺼기에서 추출한 것으로 작가의 생각이 잘 담겨 있는 재료다. 자본주의 세상에서는 가치가 높지 않은 돼지의 부산물을 활용함으로써 물질만능주의를 비판함과 동시에 과거에 제사를 지내면 희생된 동물들의 영혼을 달래기 위해 벽화에 그 동물들을 그려 넣었던 것과 같은 의식의 의미도 담겨있다. 글리세린은 동물성 지방과 식물성 지방에서 추출된 물질로, 젤라틴과 비슷한 의미가 있다. 황토는 고대부터 사용된 재료로써 추위와 맹수로부터 몸을 보호해줄 집, 음식을 담는 식기, 사냥한 동물의 가죽으로 만든 옷의 부패를 막기 위한 도구로 사용됐다. 따라서, 인간의 근본적인 창의성과 생명력 그리고 인간의 지혜로움을 상징한다. 마지막으로 물 역시, 인간이 살아가는 데 있어 꼭 필요하지만, 무색무취의 존재로 쉽게 잊히는 물질이다.
[이미지 촬영=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민찬욱 대학생기자]
작가는 자본주의 사회의 공장화 된 시스템을 비판하고, 사라져가는 창의성과 지혜로움을 자극하기 위해 각기 다른 의미를 담고 있는 물질들을 배합하여 ‘오크라겔라’라는 새로운 물질을 만든 것이다. 채수원 작가는 오랜 시간 연구를 거듭한 끝에 각 재료의 비율을 다르게 배합하고 온도를 조절하여 질감과 강도 그리고 패턴을 조절하는 데 성공했다. 또 작가는, 나무 받침대에 ‘오크라겔라’를 붙여 스툴을 만들었는데, 이는 ‘오크라겔라’가 기존에 공장에서 생산되던 것들을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앞으로는 ‘오크라겔라’를 활용한 조명, 가구, 의상들을 디자인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미지 촬영=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민찬욱 대학생기자]
[이미지 촬영=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민찬욱 대학생기자]
채수원 작가의 '오크라겔라'는 미적 기준에서 봤을 때 흔히 말하는 아름다운 예술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그가 자신의 전시회와 작품에 대해 설명하는 동영상에서 말했듯이 그의 작품들은 예술이 아닌, 현대인들이 잊고 살아가는 가치들을 일깨워주기 위한 의식이자 도구다.
[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국제부=2기 대학생기자 민찬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