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촬영=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4기 오희연 기자]
2015년 4월 28일 엄청난 캐스팅으로 큰 흥행을 거둬냈던 EMK 뮤지컬컴퍼니의 뮤지컬 <팬텀>이 2016년 11월 26일에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 재연 공연의 막을 올렸다. 초연에 이어 출연하는 박효신, 신영숙, 김순영 외 5명의 배우와 새롭게 합류한 박은태, 전동석, 김소현 등의 초호화 출연진이 눈길을 끈다. 두 시즌에 걸쳐 공연 티켓 예매사이트 인터파크에서 뮤지컬 부문 티켓 판매율 1위를 기록한 가장 큰 이유도 이 때문인 듯하다. 그렇다면 공연 자체의 매력은 어떠할까?
[이미지 촬영=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4기 오희연 기자]
뮤지컬 <팬텀>은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가스통 르루의 소설 '오페라의 유령'을 기반으로 제작된 브로드웨이 뮤지컬이다. 1991년 초연된 이 작품은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걸작 <오페라의 유령>과 제작 시기가 맞물려 제작 중단을 감행하게 될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결국 <오페라의 유령>이 초연한 5년 뒤에서야 개막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예상외로 뉴욕타임즈 및 언론과 평단에게 큰 호평을 이끌었고 웨버의 작품보다 늦게 초연을 올리게 된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내비칠 정도. 원작이 같기 때문에 비교를 할 수밖에 없는 <팬텀>과 <오페라의 유령>. 하지만 관람하고 나면 비교할 필요가 전혀 없을 정도로 <팬텀>은 다른 매력을 지닌 작품이다. <오페라의 유령>에서는 카리스마 있으면서도 미스테리한 팬텀을 만날 수 있다면, <팬텀>에서는 여전히 미스테리한 분위기를 지닌 인물이긴 하나 어째서 그렇게 세상과 단절된 채로 살았어야 했는지, 팬텀에 얽힌 주변 인물들과 자신의 삶 이야기에 대한 이야기가 재조명되기 때문에 더욱 인간적인 팬텀을 만날 수 있다. 극 중에서 팬텀은 '에릭'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이름이 언급되는 것 때문인지 <오페라의 유령>에서보다 더 친근하게 다가오기도 하는 인물이다.
EMK뮤지컬컴퍼니의 거의 모든 작품을 함께한 연출가 '로버트 요한슨' 특유의 느낌을 물씬 풍기는 팬텀 무대의 화려함은 이 제작사의 작품을 많이 접해온 관객들은 다소 식상한 화려함이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지만, 일반 관객들에게는 거추장스럽게 화려함을 내세우진 않았음에도 세련된 화려함을 느낄 수 있는 무대라는 느낌이 들 거라고 조심스레 예측해본다.
스토리 면에서 약간의 루즈함이 느껴지는 <팬텀>. 이 작품의 스토리에서 매력적인 부분을 꼽자면 에릭의 비극적인 이야기를 메인으로 다룬다는 점이다. <오페라의 유령>에서는 팬텀에 대한 이야기는 '흉측한 외모 때문에 숨어산다'라는 식의 내용 외에는 전혀 언급되는 것이 없지만 <팬텀>에서는 그의 전반적인 삶이 무대 위에서 모두 드러난다. 이렇게 흥미로운 내용임에도 일부 관객들이 지루하다는 평을 내놓는 건 굳이 길게 진행할 필요 없는 장면들이 늘어지기 때문인 듯하다. 오페라극장의 극장장이었던 제라드 카리에르의 과거 이야기가 진행되기 시작할 때는 발레로 표현되는 아름다운 장면에 넋을 놓으면서 감상하게 되지만, 그 장면이 너무 길게 이어지기 시작하면 따분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결말을 진행하는 부분에서는 왠지 형식적으로 감동을 주려는 듯한 느낌까지 드는데, 결론적으로 제라드 카리에르의 역할이 극의 매력을 반감시키는 것 같다.
넘버의 매력은 어느 정도일까. 우선 팬텀만의 고혹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넘버들로 가득하다. 하지만 결정적인 사실은 넘버들이 충분히 매력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작품을 관람하고 나오는 길에 딱히 계속 맴도는 '킬링 넘버'가 없다는 점이다. <오페라의 유령> 하면 샹들리에가 켜지면서 흘러나오는 섬뜩하면서도 웅장한 'Overture'와 크리스틴과 팬텀이 부르는 주요 넘버 'The Phantom Of The Opera' 가 딱 떠오른다. 그런데 <팬텀>을 관람하고 난 뒤에는 좋다고 생각했던 몇몇 넘버들을 흥얼거리게 되는 정도이긴 하지만 그중에서 킬링 넘버를 꼽으라고 한다면 꼽기 어렵다. 이런 관객들의 아쉬움을 제작사가 알았는지 2016년 공연 실황 OST를 출시한다는데 팬텀은 온라인 어디에서도 공식적인 넘버를 접해볼 수 없기 때문에 충분히 소장가치 있는 OST임은 확실하다.
[이미지 촬영=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4기 오희연 기자]
<팬텀>은 다소 아쉬움이 남는 완성도와 매력을 지니고 있지만, 이 작품에 출연하는 배우들의 노래와 연기를 접하러 간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볼 가치가 있는 공연이었다. 팬텀 역의 박은태 배우는 다양한 작품의 타이틀롤을 도맡아 한 결과 이제는 완전히 자신만의 묵직한 저음을 구사해냈으며, 순수해서 더 쉽게 상처받는 여린 팬텀의 모습을 완벽하게 연기해내어 수많은 관객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했다. 크리스틴 역의 김소현 배우 역시 <오페라의 유령> 때의 크리스틴이 어디 가지 않았다는 것을 당당히 보여주기라도 하는 듯 제 옷을 입은 것처럼 완벽한 연기와 아름다운 소프라노 음색으로 넘버를 소화했으며 실제 남편인 샹동 백작 역의 손준호 배우와의 케미 역시 돋보였다. 다른 모든 출연진들의 열연은 모두 빛이 났고 그중에서도 특히 전개가 지루해질 때쯤 카를로타 역의 정영주 배우의 '다 내 거야' 열창은 물론 엽기적이고 욕심 많은 연기를 완벽하게 소화해 분위기를 순식간에 전환시켰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제1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신영숙 배우의 카를로타 연기가 강하게 기억에 남는다.
뮤지컬 <팬텀>은 2월 26일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의 공연을 끝내고, 3월 4일 대전 공연을 시작으로 광주, 대구, 부산 등에서 지방 공연 투어를 진행한다.
[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문화부=4기 오희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