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 고3. 곧 성인을 바라보고 있는 나이 그리고 고등학교 3년 중 마지막 1년을 보내는 시기이다. 비록 우리에게 넘어야 할 ‘입시’라는 산이 있지만, 그 속에서 자신이 원하는 꿈과 미래를 위해 열심히 가장 많이 고민하고 노력하는 시기 같다고 생각한다.
음악전공의 길 중 피아노 전공의 길을 걷고 있는 나는 나와 같은 길을 걷고 있는 인천예술고등학교 3학년 곽민경, 김고은, 안서희 이 세 학생과 이야기를 나눴다.
기자: 본격적인 질문을 시작하기 전에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곽민경:인천예술고등학교 3학년 피아노과 곽민경입니다.
김고은:인천예술고등학교 3학년 피아노과 김고은입니다.
안서희:인천예술고등학교 3학년 피아노과 안서희입니다.
(여기서부터 독자들의 편리함을 위해 기자는 ‘기’ 곽민경 학생은 ‘민’ 김고은 학생은‘고’ 안서희 학생은‘안’으로 표시한다)
기: 피아노를 시작하고 전공을 하겠다고 마음먹은 계기를 알 수 있을까요?
민: 어렸을 때 아는 언니가 전자피아노를 줬던 것이 피아노를 시작하게 된 계기 같아요. 그러다가 동네 피아노 학원에 다니게 되고 학원에 다니면서 연주회도 해보고 대회도 나가보니까 어느새 음악이 좋아져서 전공하게 되었습니다.
안: 저도 피아노학원에 다니면서 전공을 하게 된 것 같아요. 학원 선생님께서 전공을 권유하셨었죠. 부모님께서는 다른 길을 선택하길 바랐지만 뭔가 전공을 하지 않으면 미련이 남을 것 같고 포기하고 싶지 않고 그래서 시작하게 된 것 같습니다.
고: 저는 어쩌다가 시작하게 된 경우 같아요. 사실 중학교 때 운동을 하다가 학교 선생님께서 음악전공을 권유하셨는데 그때는 제 적성이 아닌 것 같아서 매번 거절하다가 중학교 2학년 때 정말 어쩌다가 음악으로 더군다나 피아노로 진로를 정했어요(웃음). 물론 지금은 하다 보니 재밌어져 내 길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하고 있죠.
기: 전공을 하게 되면서 일반인(피아노전공 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은 모르는 ‘우리만의 고충’ 이 있다면?
민: 보통 ‘음악’이라고 생각하면 ‘공부 못해도 대학 잘 간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저희는 실기를 잘해도 성적이 안 나오면 안 되고 또 성적이 인문계 학생들과 비슷한 점수가 나와야 대학의 문까지 갈 수 있다는 것이 현실일 뿐이에요 그래서 저는 “난 공부 못하니까 예체능이나 해야지”라는 말이 가장 듣고 싶지 않은 말이에요.
(여기서 기자와 나머지 학생들이 공감했다)
고: 공부를 한다고 해도 ‘그래도 인문계보다는 덜 하잖아’라고들 하는데 저희는 다른 학생들보다 공부와 실기 둘 다 잡아야 해서 다른 인문계 학생들이 공부할 때 저희는 연습하고 늦은 밤이 돼서야 공부를 시작하기 때문에 정말 하루 24시간이 모자란다는 느낌이 들 정도예요.
민: 그리고 어떤 학생들은 자신이 뭘 하고 싶은지 정하지 않고 무작정 공부를 한 뒤 저희를 부러워하고는 하는데 예체능이라고 평생 하는 것도 아니고 중간에 그만두는 사람, 남들처럼 회사취직을 하는 사람들도 있어 다시 뭘 해야 할지 똑같이 고민하게 돼요. 해외처럼 음악 환경이 잘 되어있지 않아서 음악가가 활동할 수 있는 공간, 장소, 환경이 적당하지 않아 연주만 하며 살아가는 것도 한정적입니다.
안: 제가 느끼는 전공생들의 모습은 오랜 시간 동안 수없이 많은 연습한 시간과 과정들을 무대에서 단 몇 분 만에 모든 것을 쏟아내야 하니 힘든 순간이 많아요. 곡에 대한 고민 그리고 오랜 연습으로 인한 신체적인 고통 등 많은 아픔이 있지만 그래도 참고 무대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것 같아요. 힘든 점을 얘기하자면 마땅히 준비된 곡이 없는데 갑자기 연주하라고 하면 매우 당황스러워요. 피아노전공을 하면 무엇이든 다 잘 친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 것 같기도 해요.
고: 맞아요. 다들 음악을 한다면 재능이 있어서 쉽게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건 일부 천재적인 몇 명을 제외하곤 다 아주 조금의 재능으로 대부분 연습으로 이뤄진다는 것이 현실 같아요.
화려한 무대 위에서 연주하는 것 그 과정 속에는 힘든 시간이 있다. 힘든 시간을 묵묵히 참으며 무대를 준비한다는 것이 안타깝기도 하고 그래도 자신의 꿈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들을 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기: 그래도 전공을 하면서 가장 좋았던 순간이나 뿌듯했던 적은 언제인가요?
안: 연습하는 과정이 힘들었던 곡일수록 연주를 하고 나면 뿌듯한 것 같아요. 연습하면서 안 되던 부분이 어느 순간 해결이 되었을 때가 정말 좋아요.
고: 저도 같은 생각인 것 같아요.
처음에 못 칠 것 같은 부분이 나중에 내가 치고 있을 때라던가 연주를 끝냈을 때 만족스럽다던가. 이런 순간이 가장 뿌듯해요.
민: 아무래도 연습한 만큼 결과가 잘 나오는 것이 가장 뿌듯하죠. 남들이 내가 연주하는 것을 듣고 좋아할 때도 좋아요. 그래서 제가 계속 음악을 하는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어요.
기: 만약에 연습이 잘 안 될 때는 어떻게 하나요?
고: 우선 어디가 이상한지 어느 부분이 안 되는지 생각하는 편이에요. 그렇게 생각하다가 다시 연습하면 잘 되는 편이에요.
안: 저는 연습이 안 되면 아예 쉬는 편이에요. 하루 정도 이것저것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쉬고 나면 그다음 날 연습할 때 집중도 훨씬 잘되죠.
민: 저도 하루 정도 쉴 때도 있어요. 스트레스 받으면서 연습할 바에는 차라리 맘 편히 쉬는 것이 더 좋은 것 같아요.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볼 때도 있어요.
기: 어느덧 마지막 질문이네요, 앞으로 음악인의 길을 걸으며 하고 싶은 것과 계획 등을 알고 싶습니다.
민:하고 싶은 것이 정말 많아요. 먼저 대학 가서 열심히 학교도 다니고 교직 이수도 하고, 아이들도 가르치고 싶고, 학위도 따고, 교수활동도 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싶어요. 또 음악가들이 활동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 클래식을 더 알리기 위한 활동도 하고 싶어요.
안: 대학을 가서 다양한 음악을 배워서 제 시야를 좀 더 넓히고 싶어요. 그리고 연주가로 활동하거나 저와 같은 길을 걷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개인지도 선생님. 또 음악치료사도 하고싶어요.
고: 지속해서 연주를 하고 싶어요. 무대에서 연주하는 것 그게 가장 행복하죠. 즉 연주가가 제 꿈이요. 그 외에도 제자들을 키워서 잘 되게 하고 싶고 또 하고 싶은 것은 많지만, 우선 대학을 하고 난 뒤에 차차 생각해 볼 계획입니다
[이미지 제공: 인천예술고등학교 곽민경]
[이미지 제공= 인천예술고등학교 안서희]
[이미지 제공= 인천예술고등학교 김고은]
그 후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이 글을 쓴 기자도 피아노 전공을 하고 있다. 하지만 내 또래의 친구들도 같은 고민을 하고 있고, 또 같은 전공이지만 서로 다른 꿈 들을 향해 오늘도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지금은 예비 음악가, 그리고 입시를 앞둔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지만 먼 훗날에는 각자 원하는 꿈을 이룬 음악가들이 되어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