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촬영=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22기 이재은 기자]
경기도 이천에 위치한 복합문화공간 ‘라드라비'에서 <女人과 人生> 특별전시가 진행 중이다. <여인과 인생>은 ‘라드라비'의 대표이자 과거 국내 최초 부티크샵 ‘헤어뉴스'를 만든 헤어디자이너이자 패션디자이너였던 이상일 작가가 그려온 회화작품과 설치미술로 전시되어 있다. 전시관에서는 작가의 어린 시절부터 거슬러 디자이너 시절, 은퇴 이후 그리고 미래지향적 상상력까지 포함한 다양한 작업들을 만날 수 있다. 35년간 만났던 고객들에게 대한 감사, 가족들과의 애환, 소소한 일상, 여행 속 추억과 작가의 상상을 교감하게된다.
전시는 10시 30분, 12시, 2시 그리고 4시 회차별로 진행하며 도슨트 안내를 포함한 입장료는 성인 기준 2만 원이다. 이상일 작가를 직접 도슨트로 만나는 행운도 전시관을 찾는 즐거움이 될 것이다. 물론 기자도 작가의 열정적인 직접 전시해설를 듣는 행복을 누렸다.
이상일 작가는 전시해설을 시작하기에 앞서 “그림은 자기 생각을 펼치는 것으로 머릿속으로 그림을 잘 그려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펜을 놓는다”고 말했다. 이처럼 작가는 그림에 완벽이나 욕심을 추구하며 테크닉에 집중하기보다는 감정과 생각을 그려냈다. “솔직함보다 더 아름다운 것이 없지 않느냐”며 웃음지으며 자신의 미학을 말했다.
[이미지 촬영=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22기 이재은 기자]
제1전시관에 소개된 ‘꽃시장의 인생'은 정해진 틀 없이 30대부터 작업한 그림을 이어가며 퍼즐처럼 계속 새로운 상상력을 더해 그림을 연결하고 확장해왔다. ‘아버지 울아버지’는 작가의 예술적 영감의 원천인 지금도 그리운 아버지를 커다란 고목, 그리고 자신과 그 추억들을 잎새로 표현한 작업이다. 또 다른 작품 ‘뷰티DNA’는 30년간 일했던 헤어 부티크 당시 고객들의 모발이 건성인지 지성인지 진단해 최적의 약품과 스타일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며 제작한 모발 진단키트에 남은 머리카락을 사용해 만든 작품이다. 작가는 은퇴 후 소각장으로 모발 진단키트에 남은 머리카락을 버릴 예정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소각해 버리기에는 자신을 아름답게 은퇴할 수 있도록 도왔던 고객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에 수만 개의 약품 캡슐에 담아 감사로 승화시키는 창의, 쓰레기에서 예술픔을 만들어냈다.
제1 전시관을 빠져나오자 마치 런웨이가 생각나는 구조로 상상해보지 못한 전시관이 이어졌다. 런웨이이며 천이며 모두 작가가 일반적인 갤러리 흰 벽에 전시되는 전형적인 전시 모습을 달리해보려는 아이디어에서 나온 결과다. 전시된 작품부터 전시관 구조까지 작가의 창의적인 컬러와 함께 전시의 높은 완성도를 느낄 수 있었다. 전시관 가운데에는 ‘인생은 나룻배'라는 설치작이 마치 물에 떠있는 나룻배처럼 자리 잡고 있었다. 작품의 소재가 뭘까? 살면서 핀 담뱃값 모두를 버리지 않고 모아, 마치 배의 짐짝처럼 자신이 모아온 사진들과 함께 결합한 작품이다. 작가는 이렇게 기발한 방식으로 인생여정을 또한 보여 주었다.
‘광화문 패션쇼'는 작가가 접신하는 환영처럼 디자인 영감을 받으며 굴곡진 우리근현대사를 그려냈다고 한다. 광화문은 일제강점기, 6.25 전쟁, 촛불집회 그 모두를 지켜본 역사적 건물이다. 그렇게 겪은 수난을 광화문처럼 떠올리며 막막한 감정과 함께 시작된 된 상상력이다. 톤다운 된 돌들은 마치 멍이 든 것처럼 표현했고 디자인한 옷들과 함께 피날레는 곤룡포 의상으로 재해석해 자신을 대한민국의 디자이너로 세계 앞에 당당히 표현하고자 했다. 작가는 광화문을 기리는 동시에 광화문을 볼록하게 표현해 미래지향적 대한민국의 희망을 입혔다.
설치작 ‘라스트 뷰티’에서는 작가의 죽음에 대한 남다른 해석을 볼 수 있다. 단언컨대 세상에 유일한 생존한 사람을 위해 미리 설치된 장례식장이자, 예술작품이 아닐까? 작가는 상복을 검은색이 아닌 흰색으로, 지금도 수없이 쓰다 버려지는 냅킨 휴지를 활용하여 꽃상여 지붕을 만들었다. 죽음은 누구나 꽃처럼 활짝 피다 시드는 인생이란 고찰을 담고 있었다. 작가에게 인생은 고통이 아닌 뷰티, 아름다움이며, “죽음은 슬픔이 아니라 자유를 읊는 것으로 마음의 영원한 평화이자 축제 카니발이다”고 말했다. 이렇게 죽음을 직면할 수 있고,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킨 공력이 놀라울 뿐이다.
제4 전시관으로 이어지는 마지막 전시는 이전 작품과는 정반대로 ‘퍼스트 뷰티'라는 작품이었다. “인생에는 마지막도 처음도 순서가 없다”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의도된 동선 구성 중 하나였다. 건물구조까지 더해 기획된 해설은 삶과 죽음을 더욱 깊이 성찰하는 기회를 만들었다.
전시해설을 할 때 이상일 작가는 자주 눈을 지그시 감으며 설명을 이어갔다. 관람객들의 얼굴을 보면 본능적으로 얼굴형에 어울리는 게 뭐가 있을까 헤어디자이너 직업병으로 해설을 집중하기 어려웠단다. 해설에 그래서 집중하기 위해 눈을 감는다고 직접 설명했다. 이렇듯 헤어 디자이너라는 직업이 얼마나 작가의 인생의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지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한 사람이 최선을 다해 경주했던 업이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의 가치를 생각할 뿐만 아니라, 그 영향력을 뷰티로 승화시켜가는 작가 이상일 대한민국 청소년들이 많이 만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