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curity_login_new.png
cs_new_10.pngside_bottom_02.png
문화&라이프

마우리치오 카텔란이 당신에게 질문하다

by 김하은대학생기자B posted Mar 22, 2023 Views 16254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Extra Form

이미지 촬영=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김하은 대학생기자B

[이미지 촬영=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김하은 대학생기자B]


바나나를 덕 테이프로 벽에 붙여놓은 '코미디언' 작품으로 유명한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전시회가 한국에서도 열렸다. 서울 리움미술관에서 진행되는 '마우리치오 카텔란 : WE' 전시회의 규모는 역대 두 번째로, 총 38점의 카텔란의 작품이 진열되어 있다. 


카텔란은 이탈리아의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온갖 잡일을 하며 20대 후반까지 미술과는 동떨어진 삶을 살았다. 이랬던 그가 어떻게 전세계를 돌며 자신의 작품을 전시하는 예술가가 될 수 있었을까? 카텔란의 전시에서, 그 이유를 조금은 찾을 수 있었다.


이미지 촬영=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김하은 대학생기자B

[이미지 촬영=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김하은 대학생기자B]


보자마자 시선을 속박시키는 듯한 말의 조각. 머리가 벽에 끼어 옴짝달싹 못 하는듯한 자세 같기도, 높은 곳으로 도약하는 찰나를 담아둔 모습 같기도 하다. 중요한 건 머리가 없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반대의 경우엔 어땠을까? 종종 사람들은 동물의 머리만을 박제해 액자에 걸어두곤 한다. 이를 ‘헌팅트로피'라고 부르는데, 아마 이번 전시에서도 말의 머리만이 진열되어 있었다면 우리는 별 감흥 없이 지나쳤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단순히 보이는 부분을 다르게 하자, 관람객의 발길을 멈추고 눈길을 모으게 했다. 카텔란은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걸까? 헌팅트로피 속 동물들의 ‘나머지'도, 저런 모습이었을까? 벽 너머에 있을지도 모를 말의 표정을 괜히 상상해보게 된다. 


이미지 촬영=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김하은 대학생기자B

[이미지 촬영=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김하은 대학생기자B]


아래서부터 차례대로 당나귀, 개, 고양이, 까마귀가 한 곳을 응시하며 울음소리를 내고 있다. 무엇을 보고 있는 걸까? 이 동물들은 ‘브레멘 음악대’에 등장한다. 다른 점은 '브레멘 음악대'에서는 까마귀 대신 닭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이 동화는 늙고 병든 자신을 처리하려는 주인을 피해 모험을 떠난 당나귀가, 자신과 뜻이 맞는 동물 친구들과 함께 음악의 꿈을 키워 브레멘으로 향한다는 내용이다. 


동화는 해피엔딩으로 끝나지만, 동화 속에서 튀어나와 눈앞에 있는 이들을 보고 있자니 현실적인 고민에 빠지게 된다. 과연 그들은 모두가 무사히 지낼 수 있었을까? 수명도, 습성도, 특징도 모두 다른 이들이 과연 서로를 의지하며 산다는 것이 가능했을까? 자신을 지킬 날카로운 이빨도, 맹수같은 힘도 없는 이들이 과연 인간들에게서 영원히 무사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천적을 마주 대고 우는 듯한 고양이의 표정이, ‘해피엔딩’이라는 글자만으로는 포장할 수 없는 수많은 삶의 고통을 구체화하는 것 같다. 


이미지 촬영=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김하은 대학생기자B

이미지 촬영=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김하은 대학생기자B


‘방 안의 코끼리'란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이 말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아무도 말하지 않는 문제'를 방 안에 코끼리가 있다는 현상으로 비유한 말이다. 스쳐 지나가기만 해도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로 코끼리는 거대하다. 모두가 코끼리를 보고 지나가지만, 그리고 누구나 저 코끼리를 인식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람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침묵을 지킨다.


카텔란은 정말 새끼 코끼리를 형상화하여 방 안에 배치했다. 코끼리가 쓰고 있는 흰 천은 그저 핼러윈 의상처럼 보일지 몰라도, 조금만 더 예리한 시각으로 바라본다면 미국에서 활동하는 백인우월주의 단체(일명 ‘KKK’)의 의복과 상당히 닮았다는 걸 눈치챌 수 있다. 현재 대한민국에서의 ‘방 안의 코끼리’는 무엇일까? 누구나 알고 있는 문제는 침묵을 양분 삼아 우리 모두가 밟고 있는 땅을 천천히 잠식시킨다. 그 침묵을 깨고 문제를 정면으로 마주할 때, 우리는 서로를 더 이해하고 함께 나아갈 힘을 얻게 될 것이다. “방 안에 코끼리가 있다!”라고 외치는 것, 그것이 시작이다. 카텔란은 자신의 작품을 통해 소리 없이 외친 것이 아닐까. 


이렇듯 카텔란의 작품은 보는 순간 시선을 사로잡는 힘이 있다. 그리고 1차적인 충격의 여파를 남기고, 그 후에 관람객이 작품 앞에 서서 한참을 고민하게 만든다. 실제인듯한 착각을 일으키는 작품의 섬세한 묘사도 이목이 쏠리는 데에 큰 역할을 한다. 또한 전시장에서는 눈길을 단번에 사로잡는 커다란 작품들과 함께, 자세히 살펴 보아야 알 수 있는 자그마한 작품들도 관람의 재미에 가담한다. 


카텔란은 자신을 '예술계의 침입자'라고 규정한다. 그는 정해진 형식을 따르지 않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간에 충격을 준다. 작품은 말을 하지 않지만, 그 앞에 선 관람객은 작품 뒤에 숨은 카텔란이 자신에게 끊임없이 질문하고 있는듯한 느낌을 받는다. 말을 하지 않고도 질문을 던질 수 있는 힘, 이것이 카텔란이 세계적인 예술가가 된 이유가 아닐까.


[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사회부=6기 대학생기자 김하은]




Copyright ⓒ 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www.youthpress.net),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kltw_kyp_adbanner5.png


List of Articles
제목 날짜 이름 조회 수
리움미술관,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국내 첫 개인전 file 2023.03.30 박우진 1548275
[포토] 일본 야마구치현 우베시 초요컨트리클럽(CC) file 2023.03.22 조영채 1562950
[PICK] 요즘 떠오르는 힐링수업, ‘플라워 클래스’ 2 file 2021.08.27 조민주 1992280
매진 행렬 '합스부르크 600년 매혹의 걸작들' 막을 내리다 file 2023.03.27 유현서 14630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WE' file 2023.03.27 고민서 26805
도심속 찬란한 멋과 예술, '제3회 부산 희망드림 빛축제' file 2023.03.27 김보민 15195
서울바이브 SEOUL VIBE, 서울의 모습을 담다 file 2023.03.27 이준오 17310
천안시, 빵의 도시를 위한 새로운 발돋움...베리베리 빵빵데이 개최 file 2023.03.24 박상연 12797
'서울 바이브' 전시, 서울의 역설적인 분위기를 담다 2 file 2023.03.22 유영진 16348
마우리치오 카텔란이 당신에게 질문하다 file 2023.03.22 김하은 16254
매화가 가져온 봄내음, 3월 광양 매화 축제 file 2023.03.22 조연재 13147
'한국-오스트리아 수교 130주년' 기념 전시회 성황리에 막 내려 file 2023.03.22 서예영 15807
여자컬링 대표팀, 덴마크 꺾고 세계선수권 ‘첫 승’ file 2023.03.20 디지털이슈팀 16191
자라코리아, 서울대 의류학과와 인력양성 업무협약 file 2023.03.16 디지털이슈팀 14870
KPR, 세종시에 거점 사무소 개소...공공 분야 전문성 키워 file 2023.03.10 디지털이슈팀 14935
천왕동청소년문화의집, 서울오케스트라와 업무협약 체결 file 2023.03.07 디지털이슈팀 12439
서울시, 15개 지자체와 청소년 문화 교류 추진 file 2023.03.03 디지털이슈팀 14896
스타벅스, '스타벅스 청년인재' 졸업생 16명 배출 file 2023.02.28 디지털이슈팀 15005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순천시장과 청년이 이야기 나누는 토크쇼 열어 file 2023.02.15 디지털이슈팀 16419
제주개발공사, 국내외 재난·재해 지역의 구호 지원 앞장 file 2023.02.15 디지털이슈팀 14462
사회연대은행-한화생명, 자립준비청년 지원 나섰다 file 2023.02.15 디지털이슈팀 13808
삼성전자, 갤럭시 익스피리언스 스페이스 24개 도시서 운영 file 2023.02.08 디지털이슈팀 15054
투썸플레이스, 화이트데이 시즌 맞아 아인슈페너 신제품 출시 file 2023.02.07 디지털이슈팀 15463
GS25, 도어투성수에 ‘크로우캐년’ 팝업스토어 선보여 file 2023.02.01 디지털이슈팀 12956
투썸플레이스, 스트로베리 시즌 케이크 ‘딸기 우유 생크림’ 출시 file 2023.02.01 디지털이슈팀 18551
서울문화재단, 지역안 ‘아트건강기부계단’으로 조성한 기부금 전달 file 2023.01.31 디지털이슈팀 14970
다이소, 소중한 마음을 전하는 ‘발렌타인데이 기획전’ file 2023.01.27 디지털이슈팀 14700
KT&G, 상상플래닛에서 미래 비전 선포식 개최 file 2023.01.27 디지털이슈팀 13311
3년 만에 열린 평창송어축제...오는 29일 폐막한다 file 2023.01.25 디지털이슈팀 11286
요진건설, 설 명절 맞아 한국보육원에 ‘사랑의 선물’ 전달 file 2023.01.25 디지털이슈팀 14978
서초구, '사운드 오브 서초 오케스트라' 선도학교 활동 나서 file 2023.01.18 디지털이슈팀 18335
NCT 127, 메타버스 플랫폼 로블록스서 버추얼 콘서트 개최 file 2023.01.18 디지털이슈팀 16843
아름다운가게, 아름다운 나눔보따리 스무 번째 새해 나눔 file 2023.01.16 디지털이슈팀 15372
英 코벤트리대, 전설적인 음악가 ‘델리아 더비셔’ 개관 file 2023.01.16 디지털이슈팀 14481
건국대 인문학연구원, 교양총서 ‘투 유 당신의 방향’ 출간 file 2023.01.16 디지털이슈팀 15531
한국교육개발원, ‘2023 한-OECD 국제 세미나’ 개최 file 2023.01.12 이지원 13126
스프링샤인, ‘친환경 히트프리 캠페인'에 발달장애인 예술가 아트워크 협업 file 2023.01.12 이지원 16434
KT&G ‘제6회 상상 스테이지 챌린지’ 참여 작품 공개 모집 file 2023.01.12 이지원 15439
한국문화예술위원회, 2023년 ‘예술과기술융합지원 사업’ 공모 추진 file 2023.01.09 이지원 13526
장애인먼저실천운동본부, 장애 인식 개선 콘텐츠 ‘아름다운 소통 13’ 제작 및 배포 file 2023.01.09 이지원 14980
알라딘 ‘더 퍼스트 슬램덩크’ 개봉 기념 도서전 진행 file 2023.01.06 이지원 19449
SK텔레콤, 키즈용 스마트폰 ‘ZEM 꾸러기 포켓몬 에디션’ 6일 출시 file 2023.01.06 이지원 15701
홈사이클도 메타버스 시대 ‘메타씨클’ 본격 론칭 예정 file 2023.01.04 이지원 14402
화성시문화재단 도서관 ‘도서관 영향에 대한 이용자 인식조사’ 실시 file 2023.01.04 이지원 15228
한국문화원연합회, 재미와 유익함 동시에 잡은 콘텐츠로 지역문화 홍보 file 2023.01.02 이지원 14576
보라매청소년센터 ‘생명사랑센터 개소 10주년 토크콘서트’ 17일 개최 file 2023.01.02 이지원 12830
녹색교육센터, 2022년 글쓰기로 마음을 키우는 숲놀이터 '글꽃숲' 글 모음집 발간 file 2023.01.02 이지원 89269
헬스케어 앱 슈퍼워크, 걸음 수에 따라 보상 획득하는 ‘베이직 모드’ 업데이트 file 2022.12.28 이지원 18601
아이러브북, 제1회 이달의 책 공모전 개최 file 2022.12.28 이지원 15526
자격증 정보 플랫폼 자격증넷, 대한민국 교육박람회 자격증 특별관 운영 file 2022.12.26 이지원 17954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98 Next
/ 98
new_side_09.png
new_side_10.png
new_side_11.p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