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2.22.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게티이미지 개최
-무수한 반복의 역사 사진전 통해 구현하려 해
-사진은 그저 일상의 단순한 수단 아냐, 우리 삶의 과거이자 현재, 그리고 미래
“찰나의 빛을 쫓아라” 인상주의 화가 모네(Oscar-Claude Monet, 1840-1926)가 한 말이다. 인상주의는 사람의 삶과 일상을 그림을 통해 한순간에 포착하듯이 그려내는 19세기의 한 화풍을 뜻한다. 그림은 원래 그리는 시간이 오래지만, 인상주의는 빛의 순간의 모습을, 그 빛이 자아내는 모습을 순식간에 그려내 사람들에게 깊은 인식을 심어주었다.
어떤 면에서 사진도 이와 비슷한 면을 가지고 있다. 우리 눈을 사물로써 가장 가깝게 구현해 냈다고 평가받는 사진기는 반대편의 물체, 물질로부터 튕겨 나오는 빛을 포착하여 디지털 방식으로 저장하는 기계이다. 우리는 이 기계를 적절히 사용하여, 누군가 살아가는 삶의 흔적들을 기록한다. 그것은 추억이 되기도 하고, 우리 아픔의 기억이 되기도 하며, 때로는 우리 생각과 마음의 한 시 같은 위로의 장소가 되기도 한다.
게티이미지 사진전은 바로 이런 사진이라는 매체를 통해 지구촌 사회의 연대를 목적으로 개최된 사진전이다. <게티이미지 사진전-세상을 연결하다>라는 주제로 나온 이 사진전을 잘 들여다보면, ‘gettyimages’라는 익숙한 문구가 떠오른다. 어딘가 인터넷을 뒤지다 보면 사진 속 하단 어딘가쯤 ‘gettyimages’라는 문구가 흔하게 보일 텐데, 게티이미지는 곧 마크 게티가 1995년부터 시작한 사진 전자상업거래소이다.
사진작가들은 그 직업을 생각해 봤을 때, ‘저작권’이라는 법적 권리와 끊임없이 사투해야만 하는 직업이다. 따라서 그 저작권의 권리를 인정해주고, 저장하고, 나아가 그것을 사고팔 때 중간 다리 역할을 하는, 작가 그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회사가 바로 게티이미지다. 우리 삶 속에서 사실 ‘게티이미지’라는 워터마크를 수없이 본 이유도 실상 그 회사가 가지고 있는 아카이브의 규모가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게티이미지’는 곧 사진을 제작하기도 하는 회사이자, 또 사진 저작권의 커다란 권위자이며, 우리 삶 속의 흔한 흔적들이기도 한 것이다.
이런 거대 규모의 아카이브를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공간이 바로 섹션 1이다. 전시의 섹션은 총 다섯 개로 구분되며 각각의 섹션은 서로 연관되어 하나의 서사를 이루고 있다. 1섹션은 ‘아키비스트의 저장고’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워터마크를 벗고 관객에게 등장했다. 4억 개가 넘는 드넓은 세상을 보유하고 있는 게티이미지는 섹션 1을 통해 그중에서도 유명 작가들의 사진을 보여준다. 이곳에서는 픽처포스트의 기자 존 칠링워스, 데일리 익스프레스의 테리핀처 등 유명작가들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이미지 촬영=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조희재 대학생기자]
흑백 사진으로 시작된 1섹션을 넘어 섹션 2로 넘어가면, ‘현대르포의 세계’라는 이름으로 여섯 명의 베테랑 기자의 사회를 향한 보다 다양한 컬러 사진들을 만나볼 수 있다. 여기서는 ‘코뿔소의 뿔을 다 빼’내 코뿔소가 잔혹하게 살해당하고 있는 사진과 같이 환경 문제, 윤리 문제 등 인간 사회에 존재해왔던 욕망과 아픔들이 담겨 있다. 나아가 섹션 3은 인류의 연대와 혐오가 공존했던 사회에서 크고 작음을 떠나 목소리를 냈던 사람들의 모습을 그린다. 이곳에서 우리는 미국 게티이미지 사에 저장된 ‘광주 민주화 항쟁 중 총상을 입은 청년’ 등을 만나볼 수 있다.
다음 섹션 4에서는 세상에 존재하는 연대의 중심을 확인해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1975년에 찍은 <소말리아의 가뭄>이라는 작품은 <굶주린 아이가 도움을 요청하다>라는 1992년의 사진과 완전히 다른 시기에 찍힌 비슷한 모습의 사진을 함께 보여주는데, 이는 과거와 역사가 되풀이되는 현실을 보여준다. 우리의 역사는 현재이며, 현재는 곧 과거의 반복이라는 것이다. 과거에도 일어났던 일이 얼마든지 우리 삶 속에서 일어나는 것을 보다 보면, 관객들은 자연스레 과거 2차 세계대전과 현재 우크라이나 전쟁도, 스페인 독감과 코로나 사태도 절대 그들이 동떨어진 존재가 아니며 과거와 현재는 끊임없이 대화하는 존재라 느낄 것 같았다.
마지막으로 섹션 5는 ‘일상으로의 초대’라는 제목으로, 사상 초유의 팬데믹 시기를 겪는 우리 시대의 고통을 위로하고, 또 언젠가 다시 향할 미래로 우리를 초대한다. 언젠가는 집어던지고 자유를 만끽하게 될 우리 시대의 희망의 문으로 관객을 안내하며 게티이미지 사진전의 길고 길었던 여정이 마무리된다.
본 사진전은 한겨레신문, 게티이미지코리아, 빅오션ENM 등이 협력하여 개최됐는데, 그중에서 한겨레의 문화사업팀에서 큐레이터 기획을 담당하는 오윤선 씨를 만났는데, 그녀는 전시가 만들어지는 동안 작품을 선정, 기획, 커뮤니케이션 등을 담당하며, 업체를 선정하고 연결해주는 역할을 한 것. 따라서 사진전과 관련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기획의 중심은 사진을 통해 인간의 연대를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었다.” 그녀는 사진은 그저 일상을 담고 기록하는 단순하고 반복적인 용도일 뿐 아니라, 그 찰나를 포착한 것을 공개함으로써, 그 사진이 역사에 언제나 존재하고 역사는 되풀이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나아가 연대의 수단이 된다고 설명했다. “우리는 사상 초유의 펜데믹을 겪고 있다. 그러나 언제나 그랬듯 다시 나아갈 수 있음을 기획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다.” 따라서 각 섹션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흑백에서 컬러로 바뀌는 등 기획이 한 흐름과 서사를 그려나가고자 했음을 설명했다. 그래서 마지막 ‘일상으로의 초대’를 통해 펜데믹 이후의 세상에 대해 희망을 그렸다는 것. 실제로 필자는 전시의 깊이 있는 맛을 음미하며 시간을 보냈지만, 설명을 들으니 그 맛의 향이 더 구체화 되었다.
다른 이들은 전시를 어떻게 보았을까. 공명구(36, 남) 씨는 “평소 문화생활을 좋아하며, 게티이미지라는 워터마크를 이미 알고 있었다. 마케터가 직업인 지인의 소개로 전시를 알게 되어 오게 되었다.”라며, “섹션 2에서 본 전쟁통 속에서 할머니가 아이를 업고 피난을 가는 사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지금도 전쟁 중인데, 이런 역사적인 순간들을 보며 한 번 더 전쟁을 되짚어 보는 시간이었다.”라고 전시에 대한 소감을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