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촬영=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권영은 대학생기자]
“환상은 없다.” (THERE WILL BE NO MIRACLES HERE.) 지난 7월 23일부터 여의도 더 현대 서울에서 열린 ‘비욘더로드’의 문을 여는 강렬한 선언이다. 2019년 6월부터 9월까지 현대 미술계를 대표하는 ‘런던 사치 갤러리(Saatchi Gallery)에서 첫선을 보였던 '비욘더로드'가 아시아 최초로 한국에서 개최됐다.
영국의 레코드 레이블 모 왁스(Mo’Wax)의 창립자인 제임스 라벨(James Lavelle), 각각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와 프로듀서로 참여한 스티븐 도비(Stephen Dobbie), 콜린 라이트(Collin Nightingale)의 협업으로, 초현실적인 실감 몰입형 전시 공간을 구축했다. 관람객들은 33개의 공간을 360도로 자유롭게 순회하면서, 100여 개의 스피커와 다양한 조명으로 구현된 환상적인 사운드와 음악, 몰입도 높은 영상과 시각효과를 온몸으로 체험할 수 있다. 여타의 전시에서 일방적으로 작품을 보는 것에서 그쳤다면, 이번 전시에서는 적극적으로 작품의 빛과 소리, 그 일부가 되어 작품을 즐길 수 있다.
[이미지 촬영=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권영은 대학생기자]
전시에 참여한 아티스트들의 이름도 단연 빛난다. ‘슬럼독 밀리네어’로 오스카 상을 수상한 ‘대니 보일’, 컨템퍼러리 아티스트인 ‘요나스 버거트’, 향수 디자이너인 ‘아지 글래서’, 유일한 한국인이자 그라피티 아티스트인 ‘나나’의 작품들도 만나볼 수 있다. 다소 낯선 존재와의 만남도 가능하다. 관능적이면서 신비한 애니메 트로닉 조각상 비비안은 음악과 조명에 따라 움직임을 달리하고 (Vivian), 하나의 복도를 둘러싼 두 개의 스크린 속 분주한 추격극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마치 내가 복도의 일부가 된 것처럼 느껴진다. (The corridor) 알폰소 쿠아론이 선사하는 아름다운 미장센의 로마, 그리고 거대한 공간을 가득 채우는 스크린 위의 강렬한 색깔의 빛들까지. (Roma, The Road, The Lost Highway).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이 모여 다채로운 경험을 선사한다.
한국적인 요소가 가미된 전시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한국의 민화에서 모티브를 얻은 ‘까치’ 이미지를 바탕으로 마련된 폴리 모건의 박제 작품과 전래동화에서 발견한 ‘까치와 호랑이’에 대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아이비 존슨이 구현한 호랑이 작품도 살펴볼 수 있다.
[이미지 촬영=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권영은 대학생기자]
'비욘더로드'만이 선사할 수 있는 특별한 점은 개별적인 관람 경험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각 공간에는 설명도, 방향을 안내하는 화살표도 존재하지 않는다. 일반적인 전시회라면 주최 측에서 안내해 둔 감상 방향을 따라야 할 것. 허나, 이 전시회에서는 하나의 공간에 두 가지 갈래의 길이 나 있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저마다의 체험으로 거듭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이 전시회를 즐기는 또 하나의 감상법은 전시회가 끝날 때쯤 다시 되돌아 가보는 것이다. 왔던 길과 같아도, 달라도 상관없다. 불과 몇 분 전에 보았던 작품도 그 전과 다른 유려한 사운드와 영상으로 당신을 맞이할 것이다.
[이미지 촬영=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권영은 대학생기자]
전시의 초장부터 강력히 선언했듯, 환상은 없다. 다만, 오감을 자극하는 다채로운 조명, 음악으로 가득한 대규모의 공간에서 시간을 보낸 뒤, 각자 자신만의 잊지 못할 경험을 듬뿍 안은 채 전시회를 나설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로 반복되는 일상에 지친 지금, 힐링과 전환을 찾아 도심 속의 낯선 길 너머로 걸어가보는 것은 어떨까. 지난 07월 23일에 개최된 비욘 더 로드는 다가오는 11월 28일까지 운영된다. 더 현대 서울 6층에 위치한 ‘ALT1’에서 만나볼 수 있다.
[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문화부=4기 대학생기자 권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