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7월 14일부터 대학로 드림아트센터 4관에서 초연된 뮤지컬 <박열>은 18일 폐막을 앞두고 있다. <박열>은 1923년, 일본의 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 사건에 바탕을 둔 실화 기반의 창작 뮤지컬이다. 사건을 덮을 일본의 희생양으로 지목된 박열과 그의 아내 가네코 후미코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이 둘 외에 극에 등장하는 인물로는, 이들의 재판을 담당하는 일본인 류지가 있다.
[이미지 촬영=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박예빈 대학생기자]
박열과 후미코는 억울하게 잡혀왔지만, 이 사건을 역으로 활용하여 자신들이 일제 치하에서 겪어야 했던 부당함과, 현실의 온전치 못한 실체를 만천하에 드러내고자 하는 계획을 꾸민다. 스스로 보전되는 것은 사는 것이 아니라는, 스스로 태우고 부서지는 것이 진정 자신을 지키는 것이라는 이들의 결연한 신념은 1시간 30분의 뮤지컬 러닝타임 동안 계속되는 감동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다. 뮤지컬이 실화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놀랍고 주목할 만한 점은, 한국인 박열의 연인이자 아내였던 일본인 후미코의 행보이다. 조국의 파렴치한 만행에 동조하지 않고 이를 거세게 비난함으로써 옳음과 정당함을 지향하고자 했던 그녀의 올곧은 신념이 뮤지컬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다. 그녀는 가족으로부터 외면 당한, 그리고 사회로부터 배척 당한 아픈 과거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아픔에 주저 앉지 않는 그녀의 대담함. 아픈 사람이 강한 사람이 되어가는 과정의 위대함. 그리고 경험하지 못하였지만, 그래서 더 도달하고 싶어지는 정당하고 나은 가치를 좇는 그녀의 용기가 뮤지컬에서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이미지 촬영=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박예빈 대학생기자]
짓밟을 수록 자신 안의 힘은 더 강해진다는 역설과 민중들이 깨어나면 권력은 힘을 잃는다는 진리를 부르짖는 배우들의 노래는 관객들로 하여금 상황에 더 몰입하게 만들기 충분하다. 당장은 변화하진 않지만, 부수고 깨다 보면 그 변화가 결국은 도래한다는 '자기 혁명가'들의 생동감 넘치는 연기와 노래를 직접 경험해보고 싶다면, 얼마 남지 않은 극의 폐막날 전에 한 번쯤 보러가는 것은 어떨까. 자기를 잃지 않기 위해 싸우던 치열한 투쟁가들의 이야기에 나 자신 또한 성찰해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문화부=3기 대학생기자 박예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