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원미동 사람들' 연습에 한창인 극단 [걸음] 단원들
[이미지 촬영=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4기 오희연 기자]
경기도 광주시에 예술 치유를 목적으로 건립된 예술 극장 청석 에듀 씨어터. 이 극장에는 올해 1월이 시작하고 나서부터 새로운 단원들이 열심히 연극 연습에 매진하고 있었다. 이분들은 청석 에듀 씨어터의 극단에 소속한 단원들이 아닌 광주·하남에 위치한 각각의 학교에 소속되어 있는 교사이다. 선생님이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이분들께서 어떻게 이렇게 연극이라는 분야로 한자리에 모이게 된 걸까? 연극에 관심이 있고 무대에 서보고 싶었던 선생님들께서 한뜻을 모아 창단하신 교육극단 [걸음] 은 처음으로 올린 공연인 연극 '원미동 사람들' 을 청석 에듀 씨어터에서 성황리에 이틀간의 공연을 끝마쳤다. 현재 중고등학생들이라면 누구나 교과서에서 접했을 양귀자 장편소설 '원미동 사람들' 의 줄거리로 진행되는 흥미로운 전개와 학교에서 수업을 해주시는 선생님들께서 펼치시는 열연을 보는 재미가 더해져 충분히 볼 가치가 있고도 넘치는 공연이었다. 기자는 공연을 관람하기 전 모교의 선생님 세 분께서 출연하신다는 소식을 듣고 그 분들의 열정이 궁금하여 연극을 관람하기 전에 연습 현장에 다녀왔다.
[이미지 제공=청석에듀씨어터 홍보실장 이지원]
연습 현장을 둘러보기 전에 원미동 사람들의 출연진을 살펴보면 교사 극단이라는 특성답게 대부분의 출연진이 광주·하남에 근무하는 선생님들로 구성되어 있고, 이외에 몇몇 역할들은 청석 에듀 씨어터 소속 극단인 '파발극회'와 '광주시 청소년극단'의 단원들이 맡아주었다. 또 하나 눈에 띄는 점은 연극 교육을 전문적으로 하는 단체라는 특성을 가진 청석 에듀 씨어터답게 조명을 제외한 두 명의 음향 스태프 역시 '광주시 청소년극단' 소속의 학생들이라는 점이다.
▲싱싱청과물 주인(정희찬 선생님)과 원미동 마을 사람들
[이미지 촬영=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4기 오희연 기자]
당시 연습 날짜는 2월 8일이었다. 당일은 공연을 이틀 앞둔 상황인 동시에 졸업식과 종업식을 앞둔 상태이므로 학생들의 생활기록부를 더 꼼꼼히 신경 써야 하는 교사들은 자연스레 일거리가 많아질 수밖에 없는 터. 그러나 방학 기간 내내 오후 1시에서 9시까지 꼬박 하루 반나절을 극장에서 연극 연습을 했던 선생님들께서는 그 주간이 학기의 마지막을 끝맺는 바쁜 기간이었더라도 방학 때 연습을 많이 했다는 핑계로 극장에 출석을 안 하는 일은 전혀 없었다.
▲연극 '원미동 사람들'의 연출자 하도욱 선생님과 진지하게 연기에 대해 논의중인 단원들
[이미지 촬영=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4기 오희연 기자]
연습 현장인 청석 에듀 씨어터 극장에 들어서는 순간 극단 [걸음]으로서 연출자님과 끊임없이 소통하는 모습을 통해 보여주신 선생님들의 배움의 자세와 열정을 보고 많이 놀란 동시에 왠지 모를 감동까지 느껴졌다. 아마 평소에 우리가 그분들께 가르침을 받는데 그런 분들께서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배우는 모습을 보니 색다른 마음에 그런 감정이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연극을 연습하면서도 교사로서 맡은 직무를 수행해야 해서 많이 힘드셨을 수도 있을 텐데 무대에 오르고 싶다는 하나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연극분야가 아닌 다른 직업을 가진 상태에서 또 다른 도전을 했다는 것이 정말 멋있게 느껴지기도 했다.
[이미지 제공=청석에듀씨어터 홍보실장 이지원]
어느덧 다가온 공연 날짜. 11일에 찾은 공연장은 선생님들의 제자들과 동료 교사 분들, 그리고 그분들의 가족들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관람객으로 붐볐다. 김 반장 역을 맡은 태전초등학교 교사 이광용 선생님은 공연 시작 전에 극장을 찾은 수많은 관객들에게, 특히 어린 초등학생 제자들이 잘 이해할 수 있게끔 잘 타이르는 말투로 재치 있게 공연 관람 안내사항 및 기본예절에 대해 얘기해주셨는데 이 모습이 극장 내에 훈훈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그다음 극단 [걸음]을 직접 창단하고 이끄시는 대표이자 광주중앙고등학교 윤리 교사이신 조애순 선생님의 간단한 말씀이 있었다. 조애순 선생님은 '방학 동안 오후 내내 서로 열심히 연습하면서 만들어낸 공연이다. 광주는 모든 사람들에게 무대에 오를 기회가 잘 주어질 수 있는, 연극을 잘 할 수 있는 최적의 지역이 아닌가 싶다. 이곳에서 연극을 하게 되어 정말 좋고 공연 잘 관람해주시기 바란다. 혹시라도 저희 공연을 보신 뒤에 열정을 갖고 뜻을 함께하고 싶으신 교사 분들은 저에게 연락 주시면 함께 극단 활동을 하실 수 있다.'라고 말씀하신 뒤 공연이 시작되었다.
아래부터는 연극 '원미동 사람들' 의 공연 사진이다.
▲ 라이벌 김포 슈퍼에 맞서 쌀과 연탄을 팔면서 마을 사람들을 유인하는 김 반장(이광용 선생님)
[이미지 제공=청석에듀씨어터 홍보실장 이지원]
▲모든 오해와 시기가 풀리고 난 뒤 원미동에 대해 노래하는 써니 전자의 사장(박근남 선생님)
[이미지 제공=청석에듀씨어터 홍보실장 이지원]
공연은 기대 이상이었다. 열과 성의를 다해 열정적인 모습을 보여주신 극단 단원 분들은 그동안 연습을 열심히 했다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아주 자연스럽고 재밌는 생활연기를 보여주셨고, 전문 연기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능숙한 연기를 펼쳐주신 극단 [걸음]의 단원 분들에게는 힘찬 박수와 함성이 쏟아졌다. 공연이 끝난 뒤에는 교사 분들께 수고하셨다고 칭찬과 격려의 말을 전하러 온 제자들과 학부모 및 교사들의 발걸음은 끊이질 않아 극장 무대는 인산인해를 이뤘다. 강남 부동산네 집 딸로 출연한 광주시 청소년 극단 소속의 김동희 학생은 '교사 극단 선생님 분들을 보면서 정말 대단한 분들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방학 중에 연습을 하시면서 쉬고 싶은 마음도 있으셨을 텐데 하루도 거르지 않고 나오시는 모습과 학교의 개학과 졸업이 있으신데도 불구하고 나오시는 모습이 감동적이었어요.'라고 말하기도 하였다.
▲관객들의 박수를 받으며 성황리에 막을 내린 '원미동 사람들' 커튼콜
[이미지 촬영=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4기 오희연 기자]
정식으로 하나의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또 하나의 작은 꿈을 가지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모인다는 것이 얼마나 멋진 일인지를 깨닫게 해준 교사 극단 단원 분들의 모습을 보면서 기자 본인도 현실적인 벽에 부딪혀 시도해보지 못한 마음속의 꿈을 훗날에 어엿한 직장인이 된 뒤에 실현한다면 참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교사 극단을 포함하여 여러 직장인들이 모여 만든 뮤지컬이나 공연 동호회 같은 단체가 점점 늘고 있는 추세인데 이런 단체의 가장 큰 장점은 단지 '열정'만 있다면 얼마든지 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다는 점인 듯하다. 어중간한 실력인 사람이든 못하는 사람이든 상관없이 못한다는 것 자체를 잊게 해줄 정도의 열정만 보이면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건 사회생활에 지친 직장인들에게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계기가 아닌가 싶다.
[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문화부=4기 오희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