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의 골칫거리라고요? 우리의 목소리도 들어주세요, 베어 더 뮤지컬"
사회의 규제를 아슬하게 넘나들며 파장을 일으키는 청소년들을 흔히 비행청소년이라고 말하곤 한다. 말 그대로 '잘못되거나 그른 행위를 하는 청소년'들. 최근 청소년 강력범죄가 사회의 질타를 받으며 이들의 비행과 위법행위를 현행보다 더 강력하게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과연 극심해지는 청소년의 비행행위는 그들 자신만의 문제일까? 지난 11월부터 현재까지 백암아트홀에서 성황리에 공연을 진행 중인 뮤지컬 '베어 더 뮤지컬'에서 그 답을 들어봤다.
[이미지 촬영=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6기 강윤서기자]
지난 10일 찾은 백암아트홀에는 평일 낮임에도 불구, 수많은 관객들이 모여있었다. '베어 더 뮤지컬'은 청소년 동성애, 마약, 미혼모와 과열된 외모 지상주의 등의 문제를 엄격한 천주교 학교인 성 세실리아 학교를 배경으로 풀어내는 뮤지컬로, 초연과 재연 흥행에 이어 현재 세 번째 프로덕션 공연 중에 있다. 이제껏 사회에서 금기시되었던 청소년 문제를 전면으로 내세운 '베어 더 뮤지컬'이 과열된 라이센스 뮤지컬 시장에서 이처럼 순항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날 공연을 관람한 고등학생 관객은 "지금까지는 청소년 문제를 어른들의 시각으로만 다룬 문화예술 매체들이 많았고 실제로 사회에서도 청소년 문제를 어른들의 눈으로만 보는데, 이 작품은 청소년 문제를 청소년들의 주체적인 시각에서 바라본다는 점이 특별한 것 같다"며 그 이유를 짚었다. 실제로 주인공인 피터와 제이슨의 고민을 끊임없이 조명하고 어른들이 관조자의 위치에서 이것을 지켜보는 구도는 러닝타임 내내 계속되었다. 청소년을 주제로 한 뮤지컬에서 청소년을 주체적인 주인공으로서 끌어내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지금까지의 작품들을 보면 이것이 그리 수월한 일은 아니었다.
국내 공연시장에서는 이미 '하이스쿨 뮤지컬', '꽃보다 남자' 등 청소년과 학교를 배경으로 한 작품을 다수 선보인 바 있으나, 이들은 모두 뚜렷한 흥행 성과를 보이지 못했다. 이들 작품이 실제 청소년의 현실적 고민을 반영하지 못했으며, 어른으로 등장하는 인물들의 의사가 중심 청소년 인물들에게 비교적 많은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청소년의 시각에 대한 조명을 다룬 '베어 더 뮤지컬'은 국내에서 부진했던 하이틴/청소년 뮤지컬에게 새로운 발전 방향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 작품이 청소년 비행(非行)에 대한 용인의 시각을 담은 것은 분명히 아니다. 더 나은 사회를 위해서라면, 청소년 비행과 범죄의 감형은 쉽게 시사할 수만은 없는 사회적 문제다. 하지만 처벌 강화와 엄벌주의만이 증가하는 청소년 비행을 억제할 유일한 방법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는 것도 사실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이 있다. 이처럼, 사회적 문제의 해결 방안도 '이해하는 만큼 보인다'. 공연을 통한 간접적 경험으로 비행 청소년들은 왜 그런 사건에 휘말렸는지, 어쩌면 어쩔 수 없었던 것은 아닌지. 지금껏 한 번도 해본 적 없던 질문을 던져보는 것은 어떨까? 세상에 원래부터 나빴던 청소년은 없을 테니까.
[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문화부 = 6기 강윤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