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만스 판뵈닝언, 172년 이상 동안 로테르담의 중심부이자 유럽 전역에서 가장 큰 초현실주의 미술 컬렉션을 보유하고 있는 독보적인 미술관이다. 보이만스 판뵈닝언의 초현실주의 미술 컬력션이 지난해 11월 말, 서울을 찾았다. 20세기 초 파리에서 등장한 초현실주의자들은 꿈과 욕망의 세계를 밝히고 무의식을 파헤치며 놀랍고 기이한 형태로 일상을 뒤엎고, 무의식적 욕망을 예술로 표출하며 예술의 사유 영역을 확장시켰다. 이들의 사고방식은 오늘날의 예술에도 여전히 지대한 영향을 주고 있다. 그중에서도 초현실주의 대표 거장들-살바도르 달리, 르네 마그리트, 마르셀 뒤샹, 막스 에른스트 등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모두 만나볼 수 있는 특별한 기회이다.
[이미지 촬영=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권영은 대학생기자]
'경이로운 것은 언제나 아름답고, 경이로운 것은 모두 아름다우며, 사실 경이로운 것만이 아름답다' 초현실주의 선언을 알리는 강렬한 문구이다. 관객들은 전시에 들어서자마자 초현실주의의 시작을 알리는 앙드레 브르통의 1924년 '초현실주의 선언'을 마주한다. 주저함이나 타협 없이 그들이 주창한 세계는 총 6개의 섹션으로 기획되었다. 초현실주의자의 아버지로 불리는 살바도르 달리의 '머릿속에 구름 가득한 커플'부터 벨기에 출신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의 '붉은 모델 III'까지 초현실주의를 대표하는 작품을 첫 번째 섹션 '초현실주의 혁명(Surrealist Revolution)'에서 만나볼 수 있다.
두 번째 섹션 '다다와 초현실주의 (DADA)'에서는 초현실주의가 등장할 수 있었던 토대였던 다다 주의자들의 작품을 소개한다. 제1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현실에 안주하는 사회를 거부하고 비합리성과 무정부적인 유머를 즐겼다. 다다는 1923년 사그라들었으나, 다다를 다양한 형식의 작품으로 시도한 르네 클레르의 '막간', 마르셀 뒤샹의 '회전 부조'나 '옵티컬 디스크', 막스 에른스트의 대표작 '커플'도 살펴볼 수 있다.
[이미지 촬영=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권영은 대학생기자]
세 번째 섹션 '꿈꾸는 사유'에서는 초현실주의자들의 중요한 소재였던 '꿈'에 대한 사유를 발견할 수 있다. 초현실주의자들은 그들의 작품에서 환상적이고 악몽적인 세계를 창조했다. 특히, 꿈을 적극적으로 소재로 삼은 '달리'는 편집증적 사고에 기초한 새로운 기술 법, '편집증적 사고'를 바탕으로 자신의 환각을 실체화한다. 달리는 이미지를 변형하고 현실을 녹아 없애며 관객으로 하여금 그의 그림에서 망상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하였다.
네 번째 섹션, '우연과 비합리성'에서는 초현실주의자들이 무의식의 세계로 가기 위해 시도한 자동기술법(오토마티즘, Automatisme)을 소개한다. 초현실주의자들은 무의식으로 가기 위해 서로의 꿈을 기록하고 의식의 흐름을 글과 그림으로 표현하는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무의식의 세계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그 어떤 것도 지나치지 않았다. 이성, 도덕성, 미학으로부터 자유로운 무의식적 사고의 표현을 의미하는 '자동기술 법'은 많은 초현실주의자에 의해 개발되었으며, 본 전시에서 이 기법이 적용된 다채로운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다섯 번째 섹션은, 초현실주의에 매우 중요한 소재 중 하나였던 '사랑과 욕망'에 대해 다룬 작품을 살펴볼 수 있다. 예술가, 작가, 디자이너들은 사회의 구조와 성에 대해 터부시하는 인식을 허물고 나체와 성적인 주제를 적극적으로 작품에 끌어들였다. 초현실주의자들이 다채롭게 표현한 관능적이고 기이한 물건, 사진, 빈티지 잡지와 초현실주의의 주요 주인공들의 특별 출판물들이 마련되어 있다.
[이미지 촬영=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권영은 대학생기자]
마지막 섹션, '기묘한 낯익음'은 일상용품을 신비롭고 묘하게 만드는 초현실주의자들의 손길로 가득하다. 특히 소설 '말도로르의 성가'는 초현실주의자들의 시금석으로, 오래된 예술과 글은 그들이 창조하고자 하는 파괴적 세계에 영감을 주는 원천이 되었다. 전시의 대표적인 작품인 '르네 마그리트'의 '금지된 재현'과 호안 미로의 '선생님과 부인'까지 만나볼 수 있다.
초현실주의의 등장은 당시 시대 배경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 20세기에 들어서며 산업화와 전쟁으로 매우 힘든 현실을 경험한 유럽의 예술가들은 이상의 괴리를 경험했다. 초현실주의자들은 감정적 갈등 안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았고, 자신의 예술을 통해 미래의 해결책을 찾으려 애썼다. 20세기 초반에 미래의 해결책을 찾던 유럽의 예술가들은 장기간 이어진 팬데믹으로 지난한 시간을 보내며 미래의 대책을 찾으려 애쓰는 우리들의 모습과 닮아있다. 초현실주의는 위기에 처한 오늘날을 사는 우리에게 단순한 회화 그 이상의 의미를 전달한다. 전시는 오는 3월 6일까지 한가람미술관 3층에서 열린다.
[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문화부=4기 대학생기자 권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