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한 지도 3년이 넘어가고 있다. 바깥을 돌아다니는 것도 불안하고 모두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있는 세상은 우리에게 조금은 따분하고 평범한 존재로 다가오기도 한다. 그런 우리의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의 전환을 제안하는 전시가 있다.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진행되고 있는 <초현실주의 거장들: 로테르담 보이만스 판뵈닝언 걸작전>(이하 초현실주의 거장들)이다. <초현실주의 거장들>은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위치한 보이만스 판뵈닝언 박물관에 있는 초현실주의 컬렉션들을 직접 만나볼 수 있는 전시로, 꿈과 욕망을 전면에 드러내고 무의식을 파헤쳐 우리가 사는 현실을 재해석하려는 초현실주의자들의 발상을 마주할 수 있다.
전시는 크게 6개의 섹션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 섹션 <초현실주의 혁명>은 앙드레 브르통의 초현실주의 선언을 시작으로 각 분야로 빠르게 퍼져나간 초현실주의 혁명의 양상들을 살펴볼 수 있는 섹션이다. 특히 초현실주의의 상징과도 같은 작가 살바도르 달리의 <머리에 구름이 가득한 커플>은 그림 안에서는 물론 그림을 담고 있는 프레임까지도 초현실주의적 작품 구현의 일부로 활용하는 달리의 대담함을 엿볼 수 있는 섹션의 대표 작품이다.
[이미지 촬영=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김희수 대학생기자]
두 번째 섹션인 <다다와 초현실주의>에서는 초현실주의라는 개념을 태동시킨 다다의 흔적을 따라가볼 수 있다. 전쟁을 피해 도피한 스위스 취리히의 카바레 볼테르에서 전통을 뒤흔드는 예술을 구사한 다다이스트들의 짧지만 강렬했던 영향력은 초현실주의자들에 의해 더욱 정제되고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쪽으로 변화해갔는데, 그 과정은 이 섹션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세 번째 섹션 <꿈꾸는 사유>로 넘어가면 초현실주의와 뗄 수 없는 개념인 꿈에 관한 작업을 만나게 된다. 초현실주의자들에게 꿈은 새로운 현실의 창조를 위해 꼭 필요한 존재였다. 특히 살바도르 달리를 필두로 시작되어 보는 사람들에게 해석의 다양성을 유발하는 초현실주의자들의 편집증적 작업에서도 꿈은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섹션의 유일한 영상 작품인 앨프레드 히치콕의 <망각의 여로>의 일부는 최면을 통해 바라보는 꿈속의 모습을 초현실주의적 감각을 고스란히 살려 담아낸 영상으로, 마치 달리의 작품이 살아 움직이는 느낌을 준다.
[이미지 촬영=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김희수 대학생기자]
네 번째 섹션 <우연과 비합리성>은 초현실주의자들이 무의식을 담아내기 위해 선택한 다양한 방법들을 담고 있는 섹션이다. 의식의 흐름대로 작업하기/꿈 기록하기/환각의 추구 등 대단히 우연적이고 비합리적인 방법들은 초현실주의자들의 목적에 제대로 부합했다. 야프 무이의 <꿈의 정원>은 우연히 발견된 물체와 모래를 활용한 아상블라주 작품으로, 우연성이라는 섹션의 큰 테마를 가장 잘 상징하는 작품이다.
[이미지 촬영=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김희수 대학생기자]
전시의 후반부에는 초현실주의자들에게 중요하고도 핵심적인 주제였던 욕망을 다룬 작품들로 구성된 섹션 <욕망>에 이어, 익숙한 것들을 새로운 방법으로 다루어 일상의 발판을 허물고자 했던 초현실주의자들의 시도를 만날 수 있는 섹션 <기묘한 낯익음>이 기다리고 있다. 달리와 함께 초현실주의를 대표하는 작가 중 한 명인 르네 마그리트의 <삽화가 된 젊음>은 화폭 속 모든 존재가 우리에게 익숙한 것들이지만 그것을 한데 모아둠으로써 우리에게 낯선 느낌을 선사하는, 말 그대로 기묘한 낯익음을 선사하는 작품이다.
[이미지 촬영=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김희수 대학생기자]
"더 이상 평범한 것은 없습니다." 전시장의 출구 옆에 적혀 있는 초현실주의자 폴 누제의 말이다. 비록 시기는 다르지만 초현실주의자들이 살아가는 세상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과 같았다. 그런데도 그들은 언제나 세상을 새롭게 여기고 담아내고자 했고, 그 방법으로 스스로를 억압하지 않고 본능에 충실했다. <초현실주의 거장들>은 초현실주의자들의 작품을 매개 삼아 세상에 조금은 질려버린 우리에게 새로운 시선과 사고의 방식을 제안한다. 전시는 3월 6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10:00~19:00까지 열리며,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다.
[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정치부=4기 대학생기자 김희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