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0월부터 토요일마다 많은 시민들이 참여하고 있는 ‘촛불집회’는 박근혜퇴진비상국민행동(이하 ‘퇴진행동’) 주최측 추산으로 연인원 1천만 명을 돌파했다고 한다. 엄청난 규모와 함께 이 집회의 또 다른 특징은 광화문 광장 한가운데 대형무대를 설치하고, 수십만 명 이상을 대상으로 대형공연이 펼쳐진다는 것이다. 전설적인 록그룹 비틀즈는 5만 명 이상의 청중에 둘러싸여 공연을 한 후에 “청중의 소리가 너무 웅장해서 내 목소리와 악기소리가 들리지 않았다.”라고 토로한 바가 있다. 그런데 광화문광장을 가득 메운, 수십만 명의 청중을 향한 무대란 도대체 어떻게 만들어질까. 그 무대를 창조하는 지휘하는 윤소라 무대감독을 만나보았다.
[이미지 촬영=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4기 장민수기자]
원래 어떤 일을 하시는 분이며, 집회에는 어떻게 참여하게 되었나?
원래는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었고, 현재는 총연출 1명과 조연출 3명으로 구성된 4명의 프로젝트 팀을 구성하고 있다. 뜻있는 개인들이 모여 세월호 100일을 준비했고, 이후 4,16연대에서도 저희 프로젝트 팀이 행사에 참여했으면 좋겠다고 요청하셔서 200일, 1주기, 500일, 1000일 공연을 연출한 것이 계기가 돼, 그래서 퇴진행동에서도 2차 국민행동의 날부터 저희 연출 팀을 불러주셨다. 연출 팀 소속이고, 아티스트 관리, 공연진행을 하고 있다. 범국민대회에서는 출연진, 공연 팀 섭외를 맡고 있고, 퇴진행동이라는 큰 단체에서 기획을 하면 세부적인 연출 안, 특히 공연에 관련된 부분을 짜는 연출 팀 안에서 총 연출과 조연출 즉, 무대감독, 영상감독 및 시설감독 3명이 있으며, 본인이 무대감독이다.
무대의 의의는?
시민 분들께는 TV에서 꾸준히 봐오던 아티스트들과 함께했을 때 ‘저분들도 함께하는구나’, ‘내가 틀린 곳에 온 게 아니구나’ 라는 생각을 드릴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시민 분들이 ‘동질감’을 느끼게 되어 한 분이라도 더 나오셔서 같이 합창하시고 함성을 질러달라고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겠다. 우리가 아직 너무나도 화가 나있고, 바꿔야 한다는 것을 전달하기 위해서 시민 분들을 불러모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이다.
전국민이 관심을 갖는 행사인 촛불집회의 무대와 평소의 무대와 크게 다른 점은?
첫 번째로는 분위기를 잘 파악해야 한다. 시민들의 분위기를 총 연출이 빨리 파악을 해야 한다는 거다. 발언시간이 길어지거나 사람들이 지루하다고 느낄 때 총연출이 메인 콘솔에서 관객들과 무대를 살피면서 말씀의 길이를 짧게 해달라고 요청을 하거나, 분위기에 따라 공연의 순서를 바꾸기도 한다. 두 번째는 열려있는 공간이다 보니까 취객이나 탄핵가결을 반대하는 세력들이 와서 훼방을 놓는 경우가 있어 재빨리 조치를 취해야 한다.
훼방을 놓는다는 것은 어떤 경우인지?
처음 탄핵반대집회를 광화문에서 가까운 곳에서 했을 때 세종대왕상, 이순신장군상 앞에 있는 영상과 스피커의 라인들을 자른 적이 있다. 세월호 집회 때는 전기를 공급하는 발전차의 라인을 자른 적도 있다. 무대 앞에서 소리를 지르는 경우도 많다. 이런 경우 퇴진행동에서 조치를 취해준다.
[이미지 촬영=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4기 장민수기자]
무대를 위해 필요한 장비나 비용은?
전기
공급을 위해 200kw 발전차를 12차 범국민행동의 날 기준으로 3 대를 사용한다. 인원이 100만이 넘어가는 경우에는
더 많이 사용한다. 예산으로는
스크린이 2개가 설치된 오늘(1월14일)기준으로 7~8천만
원정도 선이다. 이는 시민 분들의
후원금, 촛불집회 때의 모금함, 그리고 여러 단체에서 보내주시는
후원금으로 마련하게 된다. 영상, 조명, 음향을 관리하시는 분들도 다른 행사에 비해서 보수 적게 받으시기
때문에 집회의 무대를 만들 수 있었다.
섭외과정에서 힘들었던 점은?
아티스트 분들께 연락을 드렸을 때 아티스트 본인은 참여의사가 있으나 소속사에서는 이미지 관리 차원에서 제의를 거절하는 경우가 한 두 차례가 있었다. 또 초청하고 싶은 아티스트들이 있으나 과거의 언행 등에 논란이 되었던 분들을 초대하면 다른 단체에서 항의가 있을 까봐 고민하는 경우가 있다. 반면 홍보의 장으로 생각하는 아티스트 분들도 있어서 다 고려해서 섭외를 한다.
행사를 진행하면서 힘든 점은? 힘든 일이 있을 때 보람을 느끼는 경우는?
여러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라서 사람들과 소통이 되지 않을 때 힘들었다. 보람을 느끼는 때는 세월호 유가족 분들을 2년 동안 뵙게 되면서 유가족 분들이 무대를 진행하는 친구로 알아봐주셔서 먼저 와서 인사해주시고, 손을 꼭 잡으시고, 먹을 것도 챙겨주실 때 행복을 느낀다.
언제까지 이 무대를 이어나갈 것인지?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확정되는 날까지 할 생각이다. 탄핵이 확정되면 여태까지 나오셨던 아티스트들을 연락해서 하루 종일 공연을 하고자 한다(웃음). 설 연휴만 한 번 쉬고 계속할 예정이다.
[이미지 촬영=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4기 장민수기자]
최근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에 대한 생각은?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는 지원을 받는 사람들에게 타격이 크다고 이야기를 들었다. 연극하시는 분들이 가장 많은 피해를 입었다고 한다. 연극은 조금이라도 지원을 받아야 공연을 할 수 있는데 지원을 받지 못하니까 공연을 할 수 없는 경우가 있더라. 연극하시는 분들뿐만 아니라 미술가, 시인, 소설가들이 피해를 많이 입었다고 한다. 나 같은 무대연출가들은 크게 타격을 받는 것은 없다. 그렇지만 블랙리스트가 창작의 자유를 억압해서 많이 안타깝다고 느낀다. 블랙리스트가 공개된 후 이순신 동상 쪽에서 블랙극장이라고 새로 만들어졌는데 블랙리스트로 인해서 극장에서 공연을 할 수 없었던 작품들을 1월 12일부터 블랙극장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 그들이 광장에 나와서 공연을 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에 안타깝다.
향후 계획은?
계속해서 무대감독 일을 할 것이다. 범국민행동의 날의 무대나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는 무대를 계속하겠지만, 이외에는 지역축제나 기업 컨퍼런스에 참여해서 무대를 기획할 것이다. 매니지먼트 일도 계속해서 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