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고려대학교와 이화여자대학교 등 여러 학교가 동상 철거 운동으로 떠들썩하다. 고려대학교의 경우에는 친일파 인촌 김성수의 동상이 문제가 되고 있는데, 문재인 정부가 김성수의 서훈을 박탈함에 따라 동상의 적절성에 대한 논란이 더욱 불거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고려대 학생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동상 철거를 촉구하는 성명을 내놓았으며, 그간 기자회견과 대자보 게시를 통해 여러 차례 지속적으로 김성수의 동상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이화여자대학교의 경우 마찬가지로 친일파인 김활란의 동상이 문제가 되고 있다. 이화여자대학교에서는 학생들이 김활란 동상 앞에 김활란의 친일 행적을 알리는 팻말을 설치하는 방식으로 운동을 전개하였으며, 이 과정에서 학교 측이 사전 통보 없이 설치된 지 2주 만에 팻말을 철거하는 등 학생과 학교 간의 마찰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 고려대학교와 이화여자대학교의 연대 가능성이 거론되고, 한국외국어대학교와 배재대학교에서도 각각 친일파 설립자의 동상과 이승만 전 대통령의 동상을 철거하라는 목소리가 터져 나올 정도로 동상 철거 문제는 각 학교의 문제를 넘어서서 우리 사회 전반의 문제가 되어가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여러 사립학교에서 단지 설립자라는 이유로, 설립자의 친일 행적이나 독재정권에 부역하는 등의 얼룩진 과거를 무시하고 동상을 세우고 추앙하는 것에서 비롯된다. 이는 학생들이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잘못에 대해 둔감하게 여기게 되고, 이러한 인식이 우리 사회 전반으로 퍼져나가는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심각한 상황이다.
[이미지 촬영=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7기 권기유기자]
문제 해결의 열쇠는 어디에 있을까? 시민 개개인의 인식 개선과 사회 참여가 열쇠가 될 수 있을까? 물론 학생들과 시민단체들은 예나 지금이나 활발히 활동해왔고, 몇몇 좋은 결과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활동만으로 문제가 해결되기를 바라는 것은 이제는 요원한 일이 되었으며 어떻게 보면 무책임한 생각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입법을 통해 직접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국회의원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과연 국회에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17~20대 4선 국회의원이자 그동안 사학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활동하여 ‘비리사학 저승사자’라는 별명까지 갖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에게 직접 물어보았다.
Q1. 기자 본인을 포함한 충주 미덕학원 소속 학교 재학생들은 매일 등하굣길에서 설립자의 동상과 마주칩니다. 미덕학원 설립자 안동준은 이승만 독재정권에 부역한 이후 장면 정부 시절 반민주행위자로 지정되어 공민권을 박탈당한 사람인데, 이런 사람을 단지 설립자라는 이유로 동상을 세워 우상화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 국회의원으로서, 또 한 사람의 성인으로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1. 학교라는 곳은 학생들에게 민주주의를 교육하는 공간인데요. 과연 독재자에 부역했던 학교 설립자의 동상을 존치할 필요가 있을까, 우리 학생들이 뭘 보고 배우라는 말인가. 그 설립자에 대한 존경심도 없는데 매일같이 독재 권력에 부역했던 설립자의 동상을 보여주면서 학생들에게 무엇을 가르치려고 하는 것인가 그런 의문이 남습니다. 이런 경우가 미덕학원 뿐만이 아닐 겁니다. 전국의 많은 사학의 설립자들 중에서 친일이나 독재 권력에 부역했던 사학의 설립자들이 있어요. 가령 고려대학교도 그렇고, 이화여대도 그렇고. 그런 친일을 했던 설립자의 동상에 대해 학생들이 철거운동을 하고 그랬잖아요. 그래서 비록 고등학생일지라도 이 문제를 학생회를 통해 문제제기를 하는 것도 역사를 배우는 좋은 방법일 거라고 봅니다.
Q2. 이화여대를 설립한 김활란, 그리고 고려대를 설립한 김성수, 미덕학원의 안동준 등 반민주행위자, 반민족부역자들의 동상이 해당 학교 교정 내에 버젓이 서 있습니다. 동상을 세워 존경하기는커녕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은 이들의 동상을 철거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A2. 저는 철거하는 게 마땅하다고 봐요. 그런 동상은 차라리 없느니만 못한 것이죠. 동상이라는 것은 그 사람의 모습을 보고 그 사람이 준 교훈을 우리 후세들이 잘 되새기고 그분에 대한 존경심을 항시 유지하자는 취지인데, 그렇기 때문에 친일을 했거나 독재부역을 했던 사람의 동상이 학교 교정에 있는 것을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Q3. 문제가 되는 동상 철거와 사학 정상화를 위해 향후 어떠한 활동을 펼치실 계획인가요?
A3. 사립학교 운영은 투명해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그동안 비리사학의 부정부패 문제를 캐는 일들을 쭉 했고요. 덕분에 비리사학 이사장들이 저에게 붙여준 별명도 있는데 그게 ‘저승사자’입니다. 비리사학 이사장들이 사학을 자신의 소유로 생각하는 아주 잘못된 인식을 하고 있거든요. 사학이라는 것은 만드는 순간 사회에 환원하는 개념인데, 사학을 자신의 소유로 생각하면서 이 개념을 부정하고, 가족을 취직시키기까지 하는 그런 사학들을 문재인 정부에서 청산을 해야 합니다. 그런 일에 앞장서겠습니다.
안민석 의원의 대답에서 설립자 동상의 무분별한 건립 문제와 더불어 다양한 사립학교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강한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특히 문재인 정부에서 이 문제를 청산하겠다는 말이 눈에 띄는데, 19대 대선과 7대 지방선거를 통해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음이 입증된 만큼 동상에 대한 문제뿐만 아니라 사립학교 전반에 걸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이들이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기대해본다.
[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정치부=7기 권기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