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백 마디의 말보다 한 문장의 글이 우리에게 더 와 닿을 때 가 있다. 간결한 문장으로 우리의 마음을 탁 치게 하는 그것. 바로 ‘시’이다. 보기에는 짤막해서 산문보다 쓰기가 쉬워 보이지만 막상 시 한편을 쓰려고 하면 매우 어렵다. 짧은 글안에 내가 담아야할 이야기를 모두 담아 표현해야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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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가희 시인 (사진=권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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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백가희 시인의 시를 접하게 된 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인스타그램’을 통해서다.
형식은 간결 하지만 내용은 그렇지 않았다. 풍부했다. 가끔 마음을 울리는 시에 코끝이 찡하기도 하고, 힘이 들 때 너무도 공감되는 내용에 위로도 받았다. 그렇게 시를 읽는 것이 일상이 되어 갈 때 쯤 마침 대구의 한 카페에서 전시회를 연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렇게 백가희 시인을 만나게 되었다. “전시회를 원래 하고 싶었었는데 카페 사장님과 연락이 닿아서 사장님의 제안으로 준비를 하게 되었어요. 작업기간은 오래 걸리지는 않았어요. 한 달반 에서 두 달 정도 걸렸어요. 기간은 동성로점 에서는 3월 초까지 할 예정이고, 영남대점은 그보다 길게 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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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 팜플렛 '내용을 봐 주세요 사람을 보듯' (사진=권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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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회의 제목은 ‘내용을 봐 주세요 사람을 보듯’이다.“보통 시에 보면 제목이 다 있잖아요, 내용은 두루뭉술한데 제목이 정답을 주는 경우가 많아요. 예를 들어 사람얘기인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봄이라던가. 그런 얘기를 하면서 제목을 정하면서 시선을 제한하는 게 싫어서 원래 제목이 있는 시인데 이번 전시회 작품에서는 시를 다 뺐어요. 시도 사람처럼 똑같아요, 우리는 겉모습 보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근데 내용을 보면 반대 일 때가 있으니깐. 그래서 일부러 제목을 다 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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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당사자에게 중요 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 도 있다. 평소부터 계획하고 있어서 시작 하게 되었을 수도 있고, 갑자기 무언가에 이끌려 시작 할 수도 있다. 백가희 시인의 경우는 후자이다. “특별한 계기는 없었어요. 글은 작년4월부터 쓰기 시작했어요. 원래 글 쓰는 걸 되게 좋아하는 사람이라서 글을 쓰다가 SNS를 했고, 저는 제가 좋아하는 시를 아직까지 한 번도 보지 못했거든요. 좋아하는 시인도 있고, 좋아하는 작가도 있는데, 그 사람이 쓰는 이야기가 제 이야기는 아니잖아요. 저는 제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얘기 해주고 싶었고 그 걸 풀어 낸 게 제 시거든요. 그래서 썼어요. 인스타그램(SNS)하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으니깐. 글쓰기 참 잘했다 싶을 때는 부모님이 좋아할 때, 사람들이 글 써줘서 감사하다고 할 때 가장 좋아요. 제가 하는 일을 가지고 감사하다는 말을 듣는 것은 되게 듣기 힘든 칭찬인 것 같아요. “글 써 줘서 고마워요 언니.” 이런 말을 들으면 몸이 사르르 녹아요. 뿌듯하죠. 복 받은 것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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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쯤은 바깥의 칼바람을 맞고 집에 들어오면 무언가 쌔한 냄새가 코에서 맴도는 것을 느낀 적 이 있을 테지만, 그것이 무슨 냄새인지는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백가희 시인의 시는 풍부한 표현력을 가지고 있다. 글 ‘아빠의 냄새’에서 쌩한 겨울 바람 냄새를 ‘비릿한 냄새’,‘횟집 수족관 냄새’,‘우럭 대가리를 치고 튄 핏물 냄새’,‘수많은 바람을 헤쳐온 바람들의 냄새’라고 표현했다. “거만한 소리는 아닌데, 저는 누구나 다 표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웃음) 제가 좋아하는 책을 많이 읽고, 필사를 많이 하는 편이에요. 자꾸 써요, 자꾸 쓰다보면 표현력을 많이 배우는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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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가희 시인 의 시 (사진=인스타그램 @1riot_of_emo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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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억지로 쓰려 하면 도무지 주제가 떠오르지 않을 때가 많다. 그러다 갑자기 길을 가다가, 밥을 먹다가, 무언 가를 하다가 ‘아’ 하고 떠오를 때가 있다. 시적 영감이 떠오른 것이다. 시적영감은 매일 같이 오지 않는다. 시를 쓰려고 하면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도 안 써 질 때가 많다. 하루 한 편씩 시를 쓰는 백가희 시인은 어디서 영감을 얻는지 궁금했다. “제가 이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 사실 없어요(웃음). 세수 하다가도 생각나고, 길 가다가도 생각나고. 되게 자주 한 말인데, 글 쓸 때 늘 뭔가 함께 한다고 생각 하거든요. 제 삶속의 시와 함께 한다는 기분? 그렇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만약에 아이가 지나가도 생각을 많이 해요. ‘저 아이가 해맑은 이유가 어떤 게 있었겠지’ 이렇게요. 이렇게 생각하다보면 생각의 연쇄작용이 일어나는 것 같아요. 시는 바로바로 옮기는 편이에요. 만약에 한 문장이 생각이나요. 그러면 그 밑을 다 이어요. 살을 붙이는 거죠.
글을 쓰다보면 글을 쓰고 싶은데 정말 안 써질 때가 있어요. 며칠 전까지도 그랬는데 그럴 때는 마인드맵을 그려요. 단어를 하나 놓고 계속 이어요. 그러면 정말 상관없는 게 나와요. 예를 들면 ‘학교 폭력’을 마인드맵 했는데 ‘가위바위보’가 나와요. 제가 들은 이야기인데, 어떤 학교에서 ‘학교폭력’을 주제로 표어를 만들라고 과제를 내어줬어요. 그 때 ‘가위바위보’가 나왔대요. ‘보’가 ‘가위’한테 지기 때문이죠. 싸우는 것을 이런 식으로 표현한 거예요. 이 얘기를 듣고 마인드맵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마인드맵이라는 자체가 생각을 이을 수 있는 방식이라 좋은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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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필수적으로 거쳐 가야하는 청소년 기. 그 시기 안에 있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미 지나쳐버린 사람들도 많다. 백가희 시인도 그 들 중에 한명으로서 청소년기를 회상했다.
“저는 성격이 되게 밝은 편이었어요. 시끄럽기도 하고 가만히 있었던 기억이 없어요.(웃음)
생각해보면 되게 재밌고 유쾌하고 명랑한 아이의 표본이었던 것 같아요. 왜냐하면 고등학교 시절 우울했던 시간이 있었지만 3년 중에 2년은 행복했어요.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서 좋은 인연들을 많이 쌓았던 것 같아요. 학창시절에 후회되는 건 그만큼 놀고도 조금 더 못 놀아 본 것이 후회 되요(웃음) 정말 아쉬워요. 교복을 입고 논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 건데요. 10대 때 많은 경험을 해봤으면 좋겠어요. 요즘 청소년 친구들 중에 우울한 친구들이 많더라구요. 질문하는 곳을 열어놓으면 주로 성적고민,연애고민,부모님고민,진로고민을 주로 물어요. 사실 그런 고민 안했으면 좋겠어요. 하고자 하는 마음만 있다면 무엇이든 될 수 있거든요. 고민하던 시간도 언젠가는 맺어지는 시간이 와요. 고민 하는 것은 좋지만 그 고민을 가지고 너무 우울해 하지는 않았으면 해요. 아픔을 가지고 있는 것은 죄가 아니지만, 아픔을 자꾸 자신의 탓으로 돌리는게 죄에요. 자꾸 자기 탓으로 돌리는 것을 안했으면 좋겠어요. 적어도 10대들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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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가희 시인 의 시 (사진=인스타그램 @1riot_of_emo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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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을 꿈꾸는 청소년들에게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메모 자주 하기. 왜냐면 생각은 바람 같아서 휙휙 지나가거든요. 분명 세수할 때 까지만 해도 “멘트 정말 좋다 이건 써야 된다”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펜을 잡으면 기억이 안나요. 그래서 전 무조건 되뇌어요. 요즘은 되뇌는 사람이 승리하는 것 같아요. 예를 들면 ‘내용을 봐주 세요’ 라는 말이 생각나면 계속 ‘내용을 봐주세요..내용을 봐주세요..’되뇌어요. 그리고 무조건 써요. 메모를 자주하는 습관은 정말 좋은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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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책을 한 권 더 낼 생각이에요. 책은 계속 내려고 했거든요. 그림도 그리고, 하고 싶은거 하면서 예쁘게 살려구요. 제 최종 목표는 글과 그림으로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에요. ‘아, 이 사람 안다. 이 사람 글 참 좋지, 그림도 참 좋다’ 이런 식으로요. 두 마리 토끼 다 잡고 싶어요. 원래 꿈은 디자이너였어요. 미술을 했었거든요. 글을 쓰기 시작한건 최근이고 원래는 그림을 그렸었어요. 일러스트레이터쪽으로 공부도 했었구요. 그래서 지금 글을 계속 쓰고 있어요. 왜냐하면 미술은 이때까지 배워왔지만 글 쓰는 실력은 아직 부족한 것 같아요. 그래서 하루 한편은 무조건 글을 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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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백가희 시인에게 시란 무엇인지 물었다. “삶? 삶인 것 같아요. 또 제가 이런 말을 했었거든요. ‘시는 낭만과 감성의 지표.’ 좋아하는 말이라 자주 했었어요. 제가 적은 것이기도 하구요. 시 자체는 삶도 있지만 낭만과 감성의 지표인 것 같아요. 제 삶을 누군가가 봤을 때 “그 사람 참 낭만적으로 살더라”같은 것이었으면 좋겠어요. 시 자체가 제 삶의 복사판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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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가희 시인의 전시회 작품 (사진=권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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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문화부=권희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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