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촬영=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김진영 대학생기자]
오는 8월 20일까지 수원시립미술관에서 전시 《어떤 Norm(all)》이 진행된다.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7까지로, 관람 가능 시간으로부터 1시간 전까지 입장이 가능하다. 《어떤 Norm(all)》에 참여한 작가들로는 강태훈, 김용관, 문지영, 박영숙, 박혜수, 안가영, 업체 eobchae, 이은새, 장영혜 중공업, 치명타, 홍민키가 있으며, 이번 전시는 수원시립미술관 자체의 주최로 출발하였다.
관람료는 성인 기준 1인당 4000원이며, 예술인 패스 소지자, 수원 시민은 일정 퍼센트 할인 가능 제도 역시 적용 가능하니 참고하여 방문할 수 있다. 수원시립미술관에는 현재 두 전시인 《이야기 유랑선》, 《물은 별을 담는다》 역시 동시 진행되고 있으니 방문 시 함께 둘러보기에 좋을 것이다. 전시는 총 3부인, <제 1부: 지극히 정상적인>, <제 2부: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나 없는>, <제 3부: 가족을 넘어>로 구성되고 있었다.
말 그대로, 《어떤 Norm(all)》, 어떤 ‘정상’, 혹은 ‘규범’에 대하여 이야기하고자 한 이번 전시가 추구하는 목적은 대략 이러하다. 우리가 ‘정상’이라고 믿어온 것들에 대해 반문하고, 실체를 제대로 마주할 용기를 불어넣는 일, 그것은 이곳에서 작가들의 눈과 손, 감각을 통해 구현되고 있었다. 무엇이 ‘보편화’된다는 사실은 생각해보면 매우 위험하다. ‘대략’, 혹은 ‘뭉뚱그려’ 인식되는 다수의 타자, 그리고 사실을 외면한 수많은 진실은 이곳에서 신랄히 비판되며 감상자의 인식을 일깨우고 있었다. 왜 ‘normal’이 아닌, ‘norm(all)’일까. 만약 모두가 ‘정상적’이거나, ‘정상적이기 위해’ 발버둥 치며 살아가고 있다는 뜻이 암시되어있다면, 우리는 스스로를 성찰할 필요가 생긴다. 쉽게 다른 이를 판단하고, 그런 기준에 끼워 맞추어서 자기 자신까지 가둬버리는 현상은 여전히 우리 사회를 팽배하게 뒤덮고 있다. “잘 살아야 한다”? “행복해야 한다”? 그렇다면 그 ‘잘 사는 것’의 정의, ‘행복’이 무엇인지부터 질문하자.
[이미지 촬영=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김진영 대학생기자]
‘정상’적 규범의 형태나 그 ‘norm’, 즉 개념을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보며 관객의 참여가 가능한 여러 설문, 통계 작품들로 구성된 ‘국가, 사회적 의식’으로써의 1부를 거쳐, 2부로 들어가면, 더욱 미시적으로 개개인들의 삶을 들여다보게 된다. 만약 친부, 친모, 자식(들)으로 이루어진 형태가 ‘정상 가족’이라면, 그렇지 않은 나머지의 가족들은 ‘비정상 가족’으로 규정된다. 다수가 무조건 정상인 것도 아니고, 올바른 가족의 모습은 애초에 정해질 수 없으며, 그렇게 되어서는 아니 된다. 주류(mainstream)을 이룩할 수 없는 비주류(nonmainstream)는 그렇게 상처받고, 억압 당한다. 작품들에서 표현되는 동성 연인, 한부모 가정, 다문화 가정, 비혼주의자, 이 모든 서로 다른 존재들을 포용해갈 노력은 단순히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부정적 관조가 낳은 악순환의 굴레는 언제쯤 끝날 수 있을까. 작가 개개인들은 자신만의 시선과 스타일로 여러 가족의 형식을 재규정해내고 있었다. 특히 유명한 장난감 ‘실바니안 패밀리’의 동물 인형들을 가지고 현대의 가족상을 구성한 독특한 작품으로부터 영상, 그림, 조각 등으로 발현된 다양한 시도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편견과 차별을 타파하기 위한 첫걸음을 내딛고 있는 것이다.
‘가족’은 ‘책임(감)’의 다른 말이기도 하다. 서로에게 이어진 끈, 그것이 혈연이든, 아니든, 혹은 악연이든지 간에 그 모든 인연에 대해 각자는 서로에게 일정량의 책임을 갖고 대해야 한다. 이는 경제적 협력이 될 수도 있고, 마땅한 존중과 예우가 될 수도 있으며, 로맨틱한 사랑의 모습일 수도 있다. 거시적으로는 인구 유지와 저출산-고령화 극복, 가구 안정화 등을 위한 가족들의 노력, 그리고 미시적으로는 가족을 이루어 살아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려는 개개인들의 노력은 피, 땀, 눈물이 되어 ‘정상’이라는 한 가닥의 롤모델을 억지로 만들어온 것일지 모른다. 누구나 우러러볼 대상은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이 누군가에게 선입견이나 고정관념이라는 화살로 되돌아온다면 말이 달라진다.
이곳 《어떤 Norm(all)》에서는 그 누구도 사람, 가족, 어른, 아이, 남성, 여성에게 우열을 묻지 않는다. 결혼과 출산은 선택이며 강요받을 수 있는 요인이 아니다. 우리는 우리의 위치를 확고히 하며, 그 누구도 아닌 자신의 것, 자신의 삶을 위해 나아가야 한다. 쉽게 인간소외에 휩쓸리고, 나를 잃어버릴 수 있는 세상 속에서 개인이 익명화, 타자화되어가는 것을 경계하며 주체적인 의식을 갖추는 것에 대해 강조하는 이번 전시의 메시지는 관객으로 하여금 조금은 뻔하지만, 머리가 띵하도록 선명한 가치, ‘평등’에 대해 전해주고 있다.
제 3부는 본격적으로 현대미술의 난해함 속에 빠져 허우적대게 만든다. 바로 이해되지는 않지만, 그만큼 우리가 이해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는, 변해버린 미래와 그 속에서 등장할 여러 가족의 모습이 그려지고 있다. 세계는 급속도로 변화하고, 그만큼 다양성의 가치도 높게 평가되면서도 여전히 우리는 유난히 ‘가족’이라는 요인에 대해 보수적일 만큼 엄격하다. 허구한 날 기술 발전만 노래 부르지 말고, 윤리적 의식부터 제대로 정착시키자. 작가들의 이러한 시도들이 헛되지 않기 위해서는 생각의 틀을 깨버리기 위한 각자의 도전정신이 요구되는 것임을 잊지 않아야 한다. 있는 범주 말고, ‘새’ 범주를 만들어가자. 시각을 넓혀서 그 누구도 아프게 하지 말자. 《어떤 Norm(all)》은 이곳을 찾는 관객으로 하여금 신선한 충격과 그동안의 상처를 치유할 위로의 말을 건네줄 것이다.
[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문화부=6기 대학생기자 김진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