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제공=(주)연극열전]
저작권자로부터 이미지 사용 허락을 받음
‘나 못생겼어, 저 오리처럼. 미운오리새끼.’
욕조 속에 앉아 있는 열일곱 살 성장기의 소년이 둥둥 떠 있는 고무 오리 인형을 바라보며 그의 몸을 닦고 있는 아버지에게 말한다. 아버지는 대답한다.
‘나중에 백조 되잖아.’
어눌한 말투로 소년이 말한다.
‘나한테는 그런 일 안 생기잖아.’
지체 장애를 가진 소년 조이와 그의 아버지 제이크의 이야기를 그려낸 연극 <킬 미 나우>의 한 장면이다. 2016년 국내 초연되어 관객들의 가슴을 울린 연극 <킬 미 나우>가 지난 4월 25일, 재연의 막을 올렸다. <킬 미 나우>는 초연 첫 공연부터 기립박수를 이끌어내며 그 작품성을 인정받은 공연인 만큼 수많은 관객들의 사랑을 받으며 성황리에 공연되고 있다.
휠체어에 불편한 몸을 의지해 살아가는 조이는 제이크가 자신을 여전히 아이 취급하는 게 불만이다. 작가의 삶을 포기하고 조이를 위해 헌신하는 제이크는 ‘나도 보통 사람들처럼 살고 싶어.’라며 친구 라우디와 함께 자립하고자 하는 그를 너무 사랑하기에 자립을 쉽게 허락할 수 없다. 두 사람을 너무나도 아끼는 고모 트와일라, 제이크의 유일한 안식처 로빈, 조이의 소중한 친구 라우디가 그들과 함께하지만, 갑작스레 닥쳐온 불행은 모두를 고통 속으로 몰아넣기 시작한다. 더 이상 희생과 아픔의 길고 긴 여정 속에서 침묵할 수 없는 그들은 인간다운 삶을 위해 어려운 선택을 하기로 결정한다.
작품은 장애라는 무거운 주제 다음으로 평범하지 않은 또 하나의 주제인 ‘안락사’를 제시한다. 한국에서는 2016년 1월, ‘호스피스 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 일명 ‘웰다잉법’이 국회에서 통과되어 2년의 유예기간을 거친 후 2018년 시행을 앞두고 있다. 회생 가능성이 없는 환자의 연명의료 중단이 가능해지면서 소극적 안락사가 법적으로 허용되었다는 것이다. <킬 미 나우>는 주인공들을 통해 죽음과 인간다운 삶의 관계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고, 안락사에 대한 논의는 작품과 함께 현재진행형이다.
작품은 억지로 감동적이거나 슬픈 장면을 연출해내지 않는다. 다만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보여줄 뿐이다. 장애인과 그 가족으로서의 삶을 처음부터 끝까지 숨김없이 보여주는 작품을 관람하며 이 모든 걸 직접 겪어보지 못한 어떤 관객들은 너무나도 현실적인 장면들을 눈으로 지켜보고 있는 것이 너무 고통스럽다고 말하기도 한다.
<킬 미 나우> 관람 시 손수건은 필수품이다. 공연 첫 장면부터 눈물을 흘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커튼콜이 끝난 후에도 울음을 멈추지 못해 오랫동안 객석에 앉아 있는 사람도 있다. 공연이 끝나고 로비로 나가 보면, 눈가가 붉게 물든 수많은 관객들과 마주할 수 있다.
제이크 스터디 역에는 이석준, 이승준, 조이 스터디 역에는 윤나무, 신성민, 트와일라 스터디 역에는 이진희, 정운선, 로빈 다토나 역에는 이지현, 신은정, 라우디 에이커스 역에는 문성일, 오정택이 캐스팅되어 열연을 펼치고 있다. 연극 <킬 미 나우>는 오는 7월 16일까지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공연된다.
[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문화부=4기 김단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