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curity_login_new.png
cs_new_10.pngside_bottom_02.png
문화&라이프

마우리치오 카텔란이 당신에게 질문하다

by 김하은대학생기자B posted Mar 22, 2023 Views 7983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Extra Form

이미지 촬영=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김하은 대학생기자B

[이미지 촬영=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김하은 대학생기자B]


바나나를 덕 테이프로 벽에 붙여놓은 '코미디언' 작품으로 유명한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전시회가 한국에서도 열렸다. 서울 리움미술관에서 진행되는 '마우리치오 카텔란 : WE' 전시회의 규모는 역대 두 번째로, 총 38점의 카텔란의 작품이 진열되어 있다. 


카텔란은 이탈리아의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온갖 잡일을 하며 20대 후반까지 미술과는 동떨어진 삶을 살았다. 이랬던 그가 어떻게 전세계를 돌며 자신의 작품을 전시하는 예술가가 될 수 있었을까? 카텔란의 전시에서, 그 이유를 조금은 찾을 수 있었다.


이미지 촬영=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김하은 대학생기자B

[이미지 촬영=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김하은 대학생기자B]


보자마자 시선을 속박시키는 듯한 말의 조각. 머리가 벽에 끼어 옴짝달싹 못 하는듯한 자세 같기도, 높은 곳으로 도약하는 찰나를 담아둔 모습 같기도 하다. 중요한 건 머리가 없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반대의 경우엔 어땠을까? 종종 사람들은 동물의 머리만을 박제해 액자에 걸어두곤 한다. 이를 ‘헌팅트로피'라고 부르는데, 아마 이번 전시에서도 말의 머리만이 진열되어 있었다면 우리는 별 감흥 없이 지나쳤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단순히 보이는 부분을 다르게 하자, 관람객의 발길을 멈추고 눈길을 모으게 했다. 카텔란은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걸까? 헌팅트로피 속 동물들의 ‘나머지'도, 저런 모습이었을까? 벽 너머에 있을지도 모를 말의 표정을 괜히 상상해보게 된다. 


이미지 촬영=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김하은 대학생기자B

[이미지 촬영=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김하은 대학생기자B]


아래서부터 차례대로 당나귀, 개, 고양이, 까마귀가 한 곳을 응시하며 울음소리를 내고 있다. 무엇을 보고 있는 걸까? 이 동물들은 ‘브레멘 음악대’에 등장한다. 다른 점은 '브레멘 음악대'에서는 까마귀 대신 닭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이 동화는 늙고 병든 자신을 처리하려는 주인을 피해 모험을 떠난 당나귀가, 자신과 뜻이 맞는 동물 친구들과 함께 음악의 꿈을 키워 브레멘으로 향한다는 내용이다. 


동화는 해피엔딩으로 끝나지만, 동화 속에서 튀어나와 눈앞에 있는 이들을 보고 있자니 현실적인 고민에 빠지게 된다. 과연 그들은 모두가 무사히 지낼 수 있었을까? 수명도, 습성도, 특징도 모두 다른 이들이 과연 서로를 의지하며 산다는 것이 가능했을까? 자신을 지킬 날카로운 이빨도, 맹수같은 힘도 없는 이들이 과연 인간들에게서 영원히 무사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천적을 마주 대고 우는 듯한 고양이의 표정이, ‘해피엔딩’이라는 글자만으로는 포장할 수 없는 수많은 삶의 고통을 구체화하는 것 같다. 


이미지 촬영=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김하은 대학생기자B

이미지 촬영=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김하은 대학생기자B


‘방 안의 코끼리'란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이 말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아무도 말하지 않는 문제'를 방 안에 코끼리가 있다는 현상으로 비유한 말이다. 스쳐 지나가기만 해도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로 코끼리는 거대하다. 모두가 코끼리를 보고 지나가지만, 그리고 누구나 저 코끼리를 인식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람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침묵을 지킨다.


카텔란은 정말 새끼 코끼리를 형상화하여 방 안에 배치했다. 코끼리가 쓰고 있는 흰 천은 그저 핼러윈 의상처럼 보일지 몰라도, 조금만 더 예리한 시각으로 바라본다면 미국에서 활동하는 백인우월주의 단체(일명 ‘KKK’)의 의복과 상당히 닮았다는 걸 눈치챌 수 있다. 현재 대한민국에서의 ‘방 안의 코끼리’는 무엇일까? 누구나 알고 있는 문제는 침묵을 양분 삼아 우리 모두가 밟고 있는 땅을 천천히 잠식시킨다. 그 침묵을 깨고 문제를 정면으로 마주할 때, 우리는 서로를 더 이해하고 함께 나아갈 힘을 얻게 될 것이다. “방 안에 코끼리가 있다!”라고 외치는 것, 그것이 시작이다. 카텔란은 자신의 작품을 통해 소리 없이 외친 것이 아닐까. 


이렇듯 카텔란의 작품은 보는 순간 시선을 사로잡는 힘이 있다. 그리고 1차적인 충격의 여파를 남기고, 그 후에 관람객이 작품 앞에 서서 한참을 고민하게 만든다. 실제인듯한 착각을 일으키는 작품의 섬세한 묘사도 이목이 쏠리는 데에 큰 역할을 한다. 또한 전시장에서는 눈길을 단번에 사로잡는 커다란 작품들과 함께, 자세히 살펴 보아야 알 수 있는 자그마한 작품들도 관람의 재미에 가담한다. 


카텔란은 자신을 '예술계의 침입자'라고 규정한다. 그는 정해진 형식을 따르지 않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간에 충격을 준다. 작품은 말을 하지 않지만, 그 앞에 선 관람객은 작품 뒤에 숨은 카텔란이 자신에게 끊임없이 질문하고 있는듯한 느낌을 받는다. 말을 하지 않고도 질문을 던질 수 있는 힘, 이것이 카텔란이 세계적인 예술가가 된 이유가 아닐까.


[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사회부=6기 대학생기자 김하은]




Copyright ⓒ 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www.youthpress.net),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kltw_kyp_adbanner5.png


List of Articles
제목 날짜 이름 조회 수
리움미술관,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국내 첫 개인전 file 2023.03.30 박우진 599882
[포토] 일본 야마구치현 우베시 초요컨트리클럽(CC) file 2023.03.22 조영채 597426
[PICK] 요즘 떠오르는 힐링수업, ‘플라워 클래스’ 2 file 2021.08.27 조민주 1019280
문화에 문화를 더하다, 8월 '문화가 있는 날' 진행 file 2022.08.29 이지원 6651
아름다운가게, 창립 20주년 기념 엠블럼 발표 file 2022.09.02 이지원 7700
‘코리아 핀테크 위크 2022’ 참여 프로그램 사전 접수 진행 file 2022.09.02 이지원 6910
사회적협동조합 빠띠, 디지털 기술 활용 제안하는 온라인 민주주의 캠프 진행 file 2022.09.05 이지원 7366
'곧장기부' 홈페이지 누적 가입자 1만 명 돌파 “투명하고 신속한 기부금 전달” file 2022.09.05 이지원 8061
한국민속촌, ‘추석이 왔어요’ 명절 맞이 세시 행사 개최 file 2022.09.07 이지원 6523
한국출판학회,'대학생 북바우처 제도' 주제로 출판정책 라운드테이블 개최 file 2022.09.13 이지원 6485
제2회 ‘추억이 방울방울 망원동 방울내길 축제’ 개최 file 2022.09.13 이지원 7130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2022 어린이 꽃그림 그리기 대회 개최 file 2022.09.14 이지원 8509
2022 출판도시 인문학당 '하반기 책방거리 프로그램' 진행 file 2022.09.16 이지원 6810
노원 지역 청소년이 기획·운영하는 청소년마켓, 청소년아티스트장 ‘절대 지켜’ 개최 file 2022.09.16 이지원 8344
화성시문화재단, 시민 기획 문화예술행사 ‘노작미로, 가을에 스며들다’ 진행 file 2022.09.19 이지원 8041
전통 분야 예술인 지원 위한 2022 영상 콘텐츠 제작 지원 참여자 모집 file 2022.09.23 이지원 6620
서대문청소년센터, 2022년 서대문 그린데이 환경축제 개최 file 2022.09.26 이지원 6593
9월, 가을날 도서관에서 즐기는 ‘문화가 있는 날’ file 2022.09.26 이지원 5995
미추홀도서관, 2022 多북多북 인천 페스티벌 10월 1일개최 file 2022.09.28 이지원 6871
승가원, 장애 인식 개선 위한 ‘장애바로알기 영상 공모전’ 개최 file 2022.09.30 이지원 6430
서울문화재단, 삼일로창고극장 11일부터 '창고 개방' 기획 사업 개최 file 2022.10.07 이지원 7210
서대문구환경교육센터, 지역주민과 함께한 환경축제 GREEN DAY 성료 file 2022.10.07 이지원 10150
댄스위드비, 꿀벌 공부하며 지속 가능한 생태계 살피는 ‘댄비 학교 2기’ 운영 시작 file 2022.10.07 이지원 6400
화성3·1운동만세길 도슨트 양성 프로그램, ‘길 위의 도슨트’ 시민 참가자 모집 file 2022.10.11 이지원 6699
서울특별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가치소비 생활가이드' 사회적경제 기업 판매 기획전 개최 file 2022.10.11 이지원 7806
다시서점, 노을장·밤마실 영화제 10월 28일부터 3일간 개최 file 2022.10.13 이지원 6588
한국민속촌, 가을 축제 '풍요로운 낭만조선' 진행 file 2022.10.13 이지원 7707
고양시, 도시의 미래를 묻는 ‘2022 고양도시포럼’ 킨텍스 개최 file 2022.10.15 이지원 8611
글로벌사이버대학교, “국내외 명화를 만나는 미술관 여행” 온라인 무료 특강 개최 file 2022.10.18 이지원 7442
시립중랑청소년센터 청소년 동아리, ‘중랑 우리 동네 미술관’ 연계 벽화 그리기 봉사활동 진행 file 2022.10.19 이지원 6635
‘2022 청춘양구 펀치볼 시래기 사과 축제’ 팝업스토어 운영 file 2022.10.19 이지원 6454
화성시문화재단, 2022 병점 ‘떡전거리’ 축제 개최 file 2022.10.19 이지원 6651
서울문화재단, 서울예술교육 16년 한눈에 살피는 ‘2022 서울예술교육축제’ 개최 file 2022.10.22 이지원 7198
한국민속촌, ‘시골마을의 한로일에는’ 행사 진행 file 2022.10.22 이지원 8221
10월, ‘문화가 있는 날’과 함께하는 여유로운 가을 산책 file 2022.10.24 이지원 6850
생명보험재단, 11월 워크숍 ‘커뮤니티 기획법’ 프로그램 참여자 모집 file 2022.10.24 이지원 7076
수면·명상 앱 코끼리, 10월 세계 정신건강의 달 ‘감정 일기 쓰기’ 캠페인 진행 file 2022.10.24 이지원 14653
샘표, 서울시50플러스재단과 ‘즐거운 남자들의 요리혁명’ 쿠킹클래스 개최 file 2022.10.26 이지원 7830
서울문화재단, 도미노피자와 ‘시각예술 신진작가 작품 공모전’ 개최 file 2022.10.26 이지원 8367
‘제2회 충청남도 미래세대 SDGs 발표대회’ 개최 file 2022.10.30 이지원 7610
시립구로청소년센터, 청소년 크라우드 펀딩 ‘FUN펀딩’ 실시 file 2022.10.30 이지원 6201
오뚜기, 국내 농가와의 상생 위한 ' 한국 농업 상생 발전 프로젝트' 시작 file 2022.10.30 이지원 8365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2023년 전시공간 활성화 지원 사업’ 공모 file 2022.11.01 이지원 7824
한국교육개발원, 건강장애학생 교육 기회 확대 및 소통을 위한 메타버스 온라인 미술캠프 개최 file 2022.11.01 이지원 7591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 2022 자원봉사 국제포럼 11월 3일 개최 file 2022.11.01 이지원 6941
“지구야 ESG마, 우리가 ESG게” 성동청소년센터, 청소년 주도 ESG 활동 성료 file 2022.11.04 이지원 6836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한국관광공사, ‘코리아둘레길 플로깅 이벤트’ 진행 file 2022.11.07 이지원 8314
부산광역시도시재생지원센터, ‘도시재생과 로컬, 닮음 속에서 다름을 찾다’ 세미나 개최 file 2022.11.09 이지원 7178
충청남도청소년진흥원, ‘제2회 충청남도 미래세대 SDGs 발표대회' 성료 file 2022.11.09 이지원 7656
2022 충청북도 청소년정책제안 토론회 실시간 온라인 개최 file 2022.11.09 이지원 6700
경기도청소년활동진흥센터, 청소년 지도자 대상 위기 대응 역량 강화 프로그램 운영 file 2022.11.11 이지원 7892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86 87 88 89 90 91 92 93 94 95 ... 97 Next
/ 97
new_side_09.png
new_side_10.png
new_side_11.png